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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델리보이 Jan 11. 2022

자영업자가 꿈이었다고요?

딱히 목표한 건 아니고.


지난  내가 그렸던  모습과는 다르네. 


분명 20대의 나는 술자리와 패션에 빠져살며, 몽상가적 기질을 지닌 열정적인 청년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30대에 들어서자마자 우연한 기회로 자영업을 시작했다.


현재의 모습이 내가 바랬던 모습일까? 우리는 자주 이 지점에서 고민에 빠진다. 지난 날의 나와 현재의 나를 거듭 비교해보며 나아갈 방향이나 현재 나의 위치를 갸늠해본다. 결론은, 아닌 것 같기도하고 맞는 것 같기도하다.


그때에 비해 달라진 점은 많다. 다음 날 근무를 생각해서 술은 거의 입에도 안대고, 모든 소비의 주축이던 옷은 와이프나 어머니가 돈을 손에 쥐어주며 옷이나 한벌 사입으라고 할정도이니 뭔가 변하긴 변했다. 현재는 20대의 즐거운 기억들은 가슴한켠에 고이 접어두고, 함께보다는 홀로, 친구보다는 가족들과, 옷보다는 책을 통한 지식이나 배움을 탐닉하며 일상을 가꾸고 있는 중이다.


돌이켜보면 카페 창업은 나의 20대 원대한 포부에 들어있지 않았다. 평소 위장 질환을 자주 겪어 커피에 큰 흥미도 없었고 더군다나 내가 무언가를 요리해서 누군가를 대접한다는 생각은 결코 해본적이 없다. 당시의 나에게 카페란 책을 읽거나 작업을 하러가는 곳, 혹은 데이트 장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었다.


그랬던 내가 어쩌다가 5년차의 카페 사장이 된걸까. 커피나 카페에 별 관심이 없어도 5년씩이나 매장을 운영할 수 있다고? 충분히 가능하다. 물론 나에게는 남들과는 다른 몇 가지의 특이점들이 있긴하다. 이제부터 그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나가보려 한다.


그건 꿈은 아니였어.


사회초년생이던 스물 아홉의 가을, 초보 디자이너로 의류회사에 재직중이던 시절이었다. 점심시간이 끝난 후 포만감에 잠이 쏟아져 올 때쯤 문득 뇌리를 스치고 간 생각이 있었으니.


 '아 회사말고, 내 공간에서 일하고 싶다.'


그러고는 이내 졸음모드에 돌입했다. 새내기 주제에도 본디 성향이 자유로운지라 규율을 지키며 일하는 건 꽤나 답답했었나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목표나 추진력이 있었으면 뭔가라도 진행을 했을 법도 한대. 당시의 난 그 정도로 계획적이고 담대한 부류의 인간은 아니였던 것 같다.


그렇다고 회사생활이 싫거나 따분하지는 않았었다. 20대 초중반 미쳐있던 브랜드에서 일을 하게 되었으니 그 안에서 무언가를 이루어보고 싶기도했고 나름대로 만족할 만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건 내 생각이고, 상사의 입장에서 보는 '나'라는 사람은 그리 마음에 드는 사원은 아니였던 것 같다. (현재의 내가 생각해도 그렇다.) 디자인 전공자도 아닌 녀석이 수상 경력 하나로 디자이너 자리를 꿰차고 있으니 기본기면에서 떨어지는 건 당연했고, 그렇다고 부족한 능력을 커버할만큼의 눈치나 센스가 있는 편도 아니였다.


결정적인 사건은 근무한지 10개월 차가 되었을 때 발생하게된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갑자기 같은 부서 팀장이 무게를 잡으며 베란다로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순간, 동물적 불안감과 위기감 엄습해왔고(이런 눈치는 굉장히 빠른 편..) 늘 그렇듯 불길한 예상은 적중한다.


그는 입에 담배를 한대 물더니 건너편 건물을 응시한채로 나즈막히 입을 열었다.


OO야, 너 우리랑 같이 일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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