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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다 Apr 09. 2022

싸이월드

2022.04.08

싸이월드가 다시 오픈했다. 회사에 가니 선배가 싸이월드 얘길 꺼낸다. 후배들은 별 감흥이 없는 걸 느낀다. 역시 싸이에 각별한 건 우리 세대인 걸까.

싸이를 연결해도 방명록은 아예 뜨질 않기에 영 기대가 식었다. 하지만 싸이월드에 연결한 사람을 발견하니 또 기분이 이상해졌다. 싸이의 재오픈을 바로 발견하고 로그인한 사람들의 심정은 어떤 걸까, 나 포함해서.

나야말로 싸이월드를 한창 하던 때가 나의 ‘스물다섯 스물하나’ 였다. 짧지만 스물다섯인 선배와 로맨스를 꿈꿨고 동아리에 빠져들어 학업을 등한시 하는, 연극에 심취한 디자인과 학생이었다. 돌이켜보면, 외모가 뛰어난 것도, 뭐가 특출나게 잘난 것 없는 내가 어찌 그렇게 당당했나 모르겠다. 하지만 요즘은 그때의 내가 그립다. 싸이월드의 지난 사진을 돌아보니 그때 난 충분히 빛나고 아름다웠다. 외모만으론 범접할 수 없는, 어쩌면 무모할 정도로 열정적이고 순수한 그 젊음이, 이젠 찾을 수 없기에 그립다.

그 때의 사진 속 나를 참 좋아한다. 내향적인 내가 연극에 대한 관심으로 동아리 앞을 서성이며 고민하다 들어간 그 날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러던 내가 어느덧 공연을 올리고 연극이 끝나고 난 뒤 무대 한가운데 앉아있던 모습을 사랑한다. 젊은 우리는 행복했고 한편 불행했다. 공연을 올리며 행복했고, 알 수 없는 미래에 두려워 불행했다. 처음 맞이하는, 혹은 지금 아니면 없을 직감이 드는 경험에 충만할 수 있었고 진지할 수 있었다. 그 때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을 해서 난 미련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가끔 그 때가 그리워 사진을 찾아보거나 그 때 듣던 음악을 찾아 듣는다. 아마 그런 시간은 앞으로도 가끔씩 찾아오겠지. 싸이월드의 재오픈을 맞아 감회가 새로워 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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