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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다 Apr 23. 2022

2022.04.22 다시 금주를 다짐하며

인간은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가

이번 달에 신난다고 술을 거의 매일 마셨다.

와인의 맛에 흠뻑 빠져서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와인이 이렇게 맛있고 아름다운 술이었다니! 혼자 서울 여행을 갔다가 와인샵에서 캔달잭슨 샤도네이를 추천받아 마셨다가 은은하게 치즈 맛이 나는 것이 신기했다. 와인 속에 여러 향과 맛이 살아있다더니, 그걸 찾아 음미하는 게 재밌었다. 처음엔 한두잔이면 확 취했는데 계속 마시다 보니 반병 넘게 마실 수도 있게 되었다. 그리고 결국 많이 마시다보네 와인 맛을 음미하기는 커녕 그냥 다른 술을 마실 때와 마찬가지로 그냥 똑같이 취할 뿐이었다.


막걸리도 새로운 발견이다.

늘 숙취 끝판왕이라 생각해왔던 주종이 와인과 막걸리였다. 역시 서울 여행에서 우연히 맛보게 된 복순도가 손막걸리는 탄산이 톡톡 터지는 달달하고 상큼한 맛이었다. 다른 막걸리도 검색해보니 생막걸리도 많이 나와 있었다. 맛있다고 유명한 느린마을 막걸리도 내 입엔 달았지만 아스파탐이 첨가되지 않았다고 써있어서 안심했다. 심지어 맥주보다 숙취도 없고 다음날 깔끔했다. 배부르긴 하지만 유산균 많아서 소화도 잘 되고 건강에 좋을 것 같은 기분은 덤. (그래봤자 술인데.)


그러나 이번 달을 내리 술을 마셨더니 결국 머리가 멍 하고 간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어제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 얘기하다가 과거 화 났던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내가 어느새 화를 내며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이런식의 화 내는 말투는 꽤 몇 년 전부터 습관화됐다. 나는 평소 화를 잘 못 낸다. 처음엔 그래서 울분이 쌓여서 회상하며 이야기할 때가 되어서야 화가 난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과연 남들에게, 나에게 좋은 걸까? 요즘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술과 커피. 과도한 알콜과 카페인 섭취가 나를 더 화내고 참지 못하는 인간으로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솔직한 심정으로 나는 대통령 당선자가 확정된 때부터 약 2주간이었지만 금주할 수 있었다. 코로나 후유증인 피로감으로 술 생각이 별로 안 났던 것도 있지만,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결국 멍청해지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 때문에. 누구처럼 되지는 말아야지 하는 생각 때문에. 충격 요법은 굉장했다. 이제 몸이 좀 괜찮아지니 다시 원래 습관대로 돌아가 술을 마셨고 그런지 한 달쯤 흘렀다. 이래선 안되겠다는 생각을 계속 하면서도 마셨다. 다시 충격요법이 필요하다. 아니 모든 걸 떠나 나를 위해서, 하루를 좀 더 촘촘하고 알차게 살기 위해, 귀중한 저녁을 취한 채로 그냥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그만 마시기로 결심해본다.

그렇다. 다시 금주하련다.


오늘 어쩌다 노마드tv라는 유튜브 채널의 영상 중 하나를 잠깐 보게 되었다. 거기서 블로그에 꾸준히 포스팅을 하는 습관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비유로, 소주 한 잔은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매일 마시면 그게 알콜중독으로 가는 거란 말을 했다. 뜨끔했다. 이제 다시 금주에 도전하려고 여기에 쓴다. 끝내 실패하더라도 간헐적인 금주자라도 되어보자.


정말 오늘부터 진짜다.


커피도 끊어야 화를 안 내는 온화한 인간이 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커피마저 안 먹으면 힘들어지니까. 일단은 술을 안 먹어 보는 것으로…

술이란 참 뭘까 싶다. 술을 좋아하고 늘 맥주를 마시는 아빠를 보면 유전자의 힘이 술을 끌어당기는 걸까 싶고. 나는 하루의 괴로움을 잊기 위한 도피 수단으로 먹는 것 같기도 하고. 이럴 수록 더더욱 바쁘지 않은 요즘 같은 때 안마시는 훈련을 해봐야겠다. 이것도 잘 못 지키면 너무 나약한 것이 아닌가 내 정신력을 시험해봐야겠다. 가끔 조금씩 적당히 마시면 좋겠지만, 조금 먹기 시작하면 결국 많이 먹게 되고 매일 먹게 되고 습관이 되는 것 같다.

이 아름다운 것들을 뒤로 하고 나는 다시 금주의 길로 가기 위해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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