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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일공원 Sep 01. 2021

D.P. | 최고의 오프닝 시퀀스

우리가 불쾌함을 느끼는 이유

DP의 1화에는 오프닝 시퀀스가 없다. 드라마는 머리에 ‘퍽’ 날아드는 군화와 함께 인물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퍼억, 이병 안.준.호’

드라마는 관등성명을 통해 주인공의 이름을 또박또박 청취자들에게 각인시킴과 동시에 이야기의 주제 '폭력, 부조리'를 함께 설명한다. 


폭력을 당하지만 선(테이프)을 지키다 튀어나온 못에 상처 입을 준호가 다음장면에서는 입대 ‘D-1’라는 타이틀과  함께 배달원으로 등장한다. 

부당한 상황에 맞서며 할 말은 하는 준호는 주인공답게 사연이 많다. 

화목하지 못한 가정을 지녔고. 도망치듯 군대에 입대한다.

그리고 우리가 겪었던 부조리에 마주하게 된다. 

사연과 시련이 합쳐지고 안준호 캐릭터의 주인공 서사가 만들어지며 1화가 끝난다.


문제의 오프닝 시퀀스는 2화부터 등장한다.

이야기를 환기하는 호열의 등장 후, 오프닝 시퀀스가 나온다.

오프닝의 첫 장면에는 방금 태어난 갓난아기가 등장한다.

아기의 시간이 지나 돌잔치를 하고 금새 쑥쑥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자라난다.

언젠가 우리가 그랬던 것 처럼 학예회에 주인공이 되고, 수험을 치른다.

친구들과 웃고, 때론 슬프며 상실감에 젖는다.

그러다 입영소라는 어색한 공간에서 가장 친한 사람들과 이별한다.

머리를 빡빡 밀고 어색하게 무서운 교관의 지시를 따르는 모습들이 보인다.

거칠게 찍힌 영상 안에 오와 열을 맞추는 ‘익숙한 뒷모습’ 중 하나가 나일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하나가 돌아본다. 주인공 안준호다.


시청자와 눈을 마주친 준호는 다시 뒤돈다. 그리고 줌아웃되어 화면에 보이는 같은 머리, 같은 자세를 취한 남들 사이에서 다시 ‘익숙한 뒷모습’으로 돌아간다.


내가 입대했을 때쯤 찍은 걸까 생각이 드는 영상 속 준호의 얼굴은 내가 기억하는 군대의 경험과 드라마를 연결한다.

드라마를 보며 느끼는 불쾌함이 우리에게 더 생생히 다가오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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