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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일공원 Feb 05. 2023

AI에게 배우는 UX 디자인

과연 인공지능이 나를 대체할 수 있을까?

여러분은 어떻게 UX 디자인을 배우셨나요? 저는 학생시절 이 UX라는 것이 너무나 막연해서 어디서부터 공부를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UX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사용자 경험 전체를 디자인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디자인 분야에 비해 결과물의 형태가 다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처음 UX를 접하는 사람에게 이 일을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참 어렵다고 느낍니다. (특히 명절날 어른들에게..!)


최근 많은 사람들이 ChatGPT를 통해 미래 산업의 방향성에 대한 다양한 영감을 받고 있습니다. Elon Musk은 "무서울 만큼만큼 좋다(ChatGPT is scary good)"이라고 표현했고, 하버 캐피털의 Levi는 "이것은 아이폰을 처음 내 손에 쥐었을 때의 느낌이다(Playing with ChatGPT yesterday was one of those holding the first iphone in your hand level moments for me.)"라고 표현했습니다. 평소와 같았으면 호들갑 아냐?라고 생각했을 텐데, 밑져야 본전. 한번 써보기로 했습니다. 과연 이 인공지능이 나를 대체할 만큼, 디자이너를 대신할만큼 똑똑할까요?



"안녕? 넌 누구야?"


"저는 OpenAI으로부터 학습된 대규모 언어 모델인 ChatGPT입니다. 저는 자연어를 입력하면 이를 이해하고 관련 정보를 답변할 수 있는 AI기반 프로그램입니다. 저는 질문에 대답하거나 글을 쓰거나 또 다른 언어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저는 당신이 필요한 모든 정보와 함께 당신을 돕기 위해 있습니다"


이 똑똑하다고 소문난 인공지능과 건조한 인사를 마쳤습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이 친구가 UX디자인에 얼마나 조예가 깊은지를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UX 디자인의 정의는 뭐야?"


"UX 디자인 혹은 User experience design은 제품, 서비스 혹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시스템을 쉽게 접근 가능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입니다. 이는 사용자들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줄 뿐만 아니라, 쉽고 직관적으로 사용하게끔 만드는 것을 목표로, 유저 리서치, 정보 구조 설계, 인터렉션 디자인 및 UT 등 모든 것을 총 망라하는 활동을 말합니다.(.. 생략)"

그렇습니다. 제가 앞단에 말한 것처럼 UX의 정의는 특정 '결과물'이 아닌 '과정'에 더 가깝습니다. 놀랍게도 이 AI는 대부분의 디자이너가 납득할만한 UX 디자인 활동들을 모두 나열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명절날 어른에게 이렇게 설명드리는 것이 좋을지.. 는 좀 고민이 되네요.

이번엔 좀 더 구체적인 UX 사례에 대해서 물어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애플의 UX를 정말 좋아하는데요. AI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애플의 UX 디자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UX 디자이너로서의 너의 의견이 궁금해"


"저는 AI 모델로서, 개인적인 의견이나 경험은 없지만, 당신에게 애플 제품의 UX 디자인에 대해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오호, 그렇군요. 평가라는 것은 결국 개인적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정보를 도출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인간으로 보면 약간 방어적인 친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 :-) 이어서 보겠습니다.


"애플은 심플하고 사용자 중심 디자인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회사는 직관적인 내비게이션과 명확한 비주얼 디자인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이것들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와 같은 그들의 제품 성공에 기여했습니다. 추가적으로, 애플의 휴먼 인터페이스 가이드라인은 애플 생태계에 쉽게 통합되도록 개발자들에게 명확하고 사용자 친화적인 앱을 디자인을 하는데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이 분야의 많은 전문가들은 애플의 UX 디자인을 업계 최고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본인의 평가는 없지만, AI 관점에서 다양한 데이터들을 살펴보았을 때 대다수가 애플의 UX 디자인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것을 정량화한다면 현재 론칭된 서비스들의 UX의 평가 순위를 매겨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업계에서 가장 좋은 UX 디자인을 가진 앱을 1위부터 5위까지 알려줘"


"UX 디자이에 관려해서 가장 좋은 앱을 결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이는 개인의 선호도와 사용자의 특정 니즈를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수한 UX 디자인으로 인정받은 일부 앱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Google Maps

2. Headspace

3. Duolingo

4. Instagram

5. Spotify

이는 특정한 이유로 나열되었다기보다는 훌륭한 UX 디자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앱 시장은 매우 다이나믹하기 때문에, 새로운 좋은 UX 디자인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말 흥미롭네요. 여기서 나열된 5개의 서비스들은 순위별로 나열된 것이 아닌, AI 관점에서 좋은 평가를 많이 받은 서비스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UX 디자인의 특성상 평가에 여러 항목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합당한 답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돌아가서, 그렇다면 구체적인 사례를 주었을 때 AI는 UX 디자이너로써 얼마만큼 성능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UX 사례 중 하나인 '앱스토어'에 대해서 한번 물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애플의 앱스토어의 UX 디자인에 대해 평가해 줘"


"애플의 앱스토어 디자이는 애플 제품의 규칙과 전반적으로 유사합니다. 심플하고 직관적이며 시각적으로 매력적입니다. 앱 스토어는 "Today", "Game", "Apps"로 구성되어 있어 사용자가 쉽게 원하는 콘텐츠를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화면 상단에 검색창이 있어 사용자가 원하는 앱을 빠르게 찾을 수 있습니다.

(중략)

전반적으로, 앱스토어의 UX 디자인은 사용자가 앱을 발견하고 다운받는 과정을 최대한 쉽고 가볍게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놀랍네요. '시각적으로 매력적', '쉬운'과 같은 가치는 정량화하기 힘든 것인데, 이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앱스토어의 별도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는데도, 대략적인 UX 구조를 파악하고 사용자가 자주 사용하는 기능에 대해 설명하는 것도 흥미로웠어요. 머지않은 미래에 디자이너가 벤치마크를 하는 시간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이네요. (물론 프로세스가 단축될지, 일자리가 단축될지는..)

생각보다 흥미로운 결과에 조금 더 상세한 내용들이 궁금해졌습니다. 현재 앱에 대한 평가가 아닌, 더 나은 상태를 위한 개선도 가능할까요? 바로 물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앱스토어의 UX를 어떻게 더 좋게 개선할 수 있을까?"


"앱스토어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으론 몇 가지가 있습니다. 
개인화: 사용자가 다운 받았거나, 검색 및 등급에 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그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앱을 추천합니다.
필터 옵션: 가격, 출시일, 특정 기능을 기준으로 앱을 필터링해서 볼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탐색 개선: 새로운 앱이나 덜 알려진 앱들을 더욱 눈에 띄게 만들거나, 이것들을 위한 별도 영역을 만드는 것으로 더욱 쉽게 새로운 앱들을 발견할 수 이도록 만듭니다.
(중략)

이 방법들은 단지 예시이며, 사용자의 의견이나 특정 요구사항에 따라 더욱 좋은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UT, 의견 수립 및 데이터 분석은 UX 디자인의 핵심입니다."


앱스토어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으로 총 8가지를 제안받았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화면의 어떤 컴포넌트를 개선해야 한다까지 디테일한 답변을 받아볼 수 없었지만, 내가 이 앱을 개선하기 위해 놓친 개선방향은 없는지 한번 더 고려해 보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버전은 단순히 질문(텍스트)에 대해 답변을 준 것이니, 화면과 더 많은 구체적인 데이터를 AI에게 주어진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그럼 특정 프로덕트에 대한 UX 평가가 아닌, UX 자체에 대한 이해도는 얼마나 높을 수 있을까요? 첫 질문의 UX 정의보다는 조금 더 어려운 질문을 해보려 합니다. 저는 평소에도 이 주제에 대해서 지인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데요. 바로 UX 디자인의 성과를 어떻게 측정하는지입니다.


 

"UX 디자이너의 성과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메트릭: 사용자 참여도, 전환율, 만족도 점수를 참고해 UX 디자이너의 기여도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이 메트릭을 통해 디자인이 얼마나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습니다.
A/B 테스트: A/B테스트 또한 다른 디자인 요소 간의 효과를 측정하고, 사용자 경험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요소를 결정하는 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용사 리서치: UT 혹은 설문조사등을 통해 사용자들이 디자인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어떤 개선점이 필요한지를 알 수 있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타 팀과의 협업: 개발팀, 프로덕트 매니지먼트팀, 마케팅등과 협업하는 능력 또한 UX 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기여도중 하나입니다.
궁극적으로, UX 디자이너의 기여도는 사용자 중심적이면서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또한 사용성, 접근성 및 전환율 측면에서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UX 디자이너의 성과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정량, 정성 2가지 방법을 모두 충족하는 좋은 방법은 제안해주고 있습니다. AI 여서일까요, 메트릭이나 A/B테스트에 대한 답변은 자연스럽다고 느껴지지만, 타 팀과의 협업 지점 또한 주요 성과 측정방법으로 제시한 것이 놀라웠습니다. 

사실 이 답변은 제가 ChatGPT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이유 중 하나였는데요. "오랜 기간 디자인을 잘하다는 것이 뭘까?"에 대한 답을 고민하던 저의 시간들이 허무해질 만큼, 아주 간단하게 설명을 잘 해주었다고 느껴집니다. 여러 유명인사의 인터뷰에서 '잘 질문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메시지를 자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정말 AI의 시대가 도래한다면 '잘 질문하는 것'만으로 세상의 모든 정보를 쉽게 습득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만약 제가 디자이너로써 새로운 팀을 조직해야 하고 성과측정 방식이나 온보딩 가이드등을 만들고 싶을 때, 모든 문서를 작업하지 않고 AI에게 질문 하나만 던지면 모든 가이드가 만들어지는 모습도 상상해 볼 수 있을 듯합니다. 정말 무서울 만큼 손쉬운 세상이 코앞에 다가온 듯합니다.

그렇다면 정말 AI가 디자이너를 대체할 수 있을까요? AI의 입장을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UX 디자이너의 능력은 어떤 것일까?"


"UX 디자이너 능력 중 AI가 대체할 수 없는 능력은 다음과 같습니다.
공감: UX 디자이너는  사용자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직관적이고 사용자 니즈에 맞는 디자인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에는 인간의 감정, 동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므로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창의성: 디자이너는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해결책을 만들 수 있습니다. AI는 디자인 과정에 도움을 줄 수는 있으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없습니다.
맥락적 이해: 디자이너는 무화, 사회, 기술요인등 맥락을 바탕으로 디자인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디자이너는 특정 상황에 적합하며 효율적인 디자인 결과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전략적 사고: 좋은 디자이너는 전략적으로 사고하며, 더 큰 비즈니스 목표와 그들을 어떻게 디자인으로 지원할 수 있는지 이해합니다. AI는 특정 메트릭을 위해 설계되었지만 더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능력은 없습니다.
소통: 디자이너는 팀 멤버와 관여자들에게 자신의 의사결정과 그에 대한 근거를 소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AI가 가지고 있지 않은 디자이너의 주요 능력 중 하나입니다.
인간적 손길(Human): 사용자 경험 중 큰 부분 중 하나는 사용자와 프로덕트 (혹은 서비스) 간의 감정적인 연결점입니다. 디자이너는 사용자가 행복, 흥분, 침착등을 느끼는 프로덕트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AI가 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AI와 머신러닝은 디자인 과정을 도울 수 있지만, UX 디자이너의 인간적인 손길과 창의성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어휴~ 내가 너희들만큼 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어.

라며 손사래 치는 AI의 기계적인 제스처가 눈앞에 그려집니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디자이너의 능력들은 공감, 맥락, 소통, 인간적 손길 즉, '사람'으로서 AI와 구분되는 지점으로도 보입니다. 약간 비틀어 생각해보면, 인간으로서 AI에게 대체되기 어렵겠지만, 디자이너의 능력자체는 AI가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전의 UX 디자이너의 성과 측정 방법 중 질문에서 AI는 '인간적인 손길'과 '창의성'을 측정하는 방법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메트릭, A/B테스트, 유저 리서치를 제안했는데요. 그렇다면 이것들은 AI가 대체할 수 있다는 것 아닐까요? (그저 상상입니다.)

인간보다 이미 수십만 배 뛰어난 정보처리능력을 가진 AI지만, 그럼에도 저는 UX 디자이너가 대체되지 않는 지점은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UX 디자인의 소비 대상이 AI가 아닌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사람을 잘 정의하고 이해할 수 있는건 사람 그 자체라고 믿습니다. 따라서 UX 디자이너의 능력은 사람을 이해하는 것에 더욱 집중되어야 하며 이 능력은 AI가 대체하기 힘든 것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사실 우리가 하는 모든 정량, 정성 UX 리서치 방법은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이니,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방향성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수 있겠습니다.


ChatGPT에 대한 글을 작성하는 며칠 동안에도 이에 대한 많은 글과 반응들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관심이 뜨거운 것이겠죠. 이커머스 서비스를 디자인하면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소식은 무신경했었는데, 이번 AI의 행보는 내 미래를 다시금 생각하게끔 만든 충격 중 하나였습니다. 바둑만 잘 두는 녀석이라 생각했는데, 곧 잘 다른 것도 척척 해내는 걸 보니 조급한 마음도 듭니다. 물론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은 분명 존재한다고 믿습니다만, 본인의 시장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앞으로는 더 효율적으로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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