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일공원 May 11. 2021

아니 글쎄, 포스터 모으는 게 취미가 있더라니까요.

한겹한겹 기록하기

한 달 전인가, 글쓰기를 하는 모임에서 어떤 분께서 어디서 포스터를 사면 좋은지를 물어보셨다. 포스터를 구매한 적은 몇번 있던 것 같은데 딱히 단골매장이랄 건 없어서 내가 포스터를 사게 된 구매 경로를 몇 가지 말씀드렸다. 구매 경로를 떠올리기 위해서 집에 놓인 포스터를 하나, 둘, 셋, 넷.. 세다 보니, 아니 이렇게 집에 포스터가 많았다 싶었다. 아, 나 포스터 모으는 취미가 있었구나?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으니, 포스터를 모으기 시작했던 건 약 6년 정도 되었나 보다. (시간 무슨 일이여….) 이 행위를 의식한 건 정말 최근이어서, 이제까지 포스터를 구매할 때는 정말 그 포스터가 마음에 들어서 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제는 이 행위를 취미로 인식해서 좀 더 꾸준히 수집해볼 수도 있겠지만.

둘둘 말린 포스터를 피는 것은 늘 어렵다


지금 제 주변에 보이는 포스터 2장은요-

지금 가장 눈에 띄는 포스터는 회현역 근처 미술관인 피크닉의 1회 전시였던 Life, Life 전시의 포스터다. 지금 내가 있는 공간에선 제일 오래된 포스터이기도 하다. 피크닉이 첫 개장했을 때 워낙 핫했기도 했고, 해당 전시의 퀄리티가 정말 좋아서 그때의 전시 경험이 포스터를 보면 다시 새록새록 기억난다. 청각, 공간을 잘 활용해서 작품을 경험하는 몰입도가 굉장히 좋았던 것이 생각난다. 포스터도 무언가 몰두하고 있는 사카모토 아저씨를 풀 이미지로 사용했는데 디자인도 워낙 담백해서 오래 집에 걸려있다.


가장 최근에 구매한 포스터는 일러스트레이터 임기환님의 kopke라는 A3 크기의 그림이다. 인스타 둘러보기를 통해 발견한 작가님인데, 친구 선물로 포스터를 구매했다가 마음에 무척 들어 최근에 같은 그림을 재구매 했다. 언뜻 봤을때 술병과 술잔 그리고 색감이 마음에 들어서 구매를 결정했는데, 지금 액자에 걸어놓고 보니 술이 kopke라는 이름의 포트와인이었다. (제목도 방금 알았다) 주정강화와인은 한 번도 마시지 않아봐서 도수가 높고 달다는 와인의 맛이 어떤지 궁금했었어 서 기억해두고 있었는데, 마침 그림 속 술병이 딱 그 와인이다.


사실 가성비 최고인 포스터 수집

포스터는 액자에 사서 걸어두는 것만으로 큰 존재감을 가진다. 스타일에 따라 공간의 분위기도 바뀌기 때문에 자신의 취향을 공간에 반영하기 아주 좋은 수단이다. 인테리어 소품이나 가구 대비 가격이 대부분 저렴한 편이고, 미술 작품에 비해서도 그렇다. 포스터는 본래의 목적이 어떤 행사나 이벤트를 알리는 것이지만 디자인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으므로, 미술품과 의미가 어느 정도 같다 본다. 그런데도 이렇게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오브제라는 점에서 포스터는 수고대비 행복도가 참 높은 수집 대상이다.


담백한 것이 좋아

포스터를 고르는 기준은 정말 설명하기 어려운듯하다. 애초에 이런 시각적인 취향에 대해서 어떤 기준을 세우고 대상을 그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아주 어려운 일이다 보니. 그냥 느껴지는 느낌이 ‘좋은’게 좋은데, 나는 그 좋은 느낌 중 ‘담백하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좋다. ‘담백하다’가 시각적으로 단순하다던가미니멀한것은 아니다. 굳이 설명하자면 작가가 의도한 바를 시각적인 과함과 부족함 없이 적당한 방법으로 시각적으로 표현을 잘한 것…. 인듯하다. 물론 의도한 바가 무엇인지는 알기 어렵지만.



그러니까, 의도한 미니멀리즘st(;;;) 포스터는 싫다.

작가의 이전글 아, 머리요? 그냥 기르는 중이에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