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일공원 Jul 08. 2021

퀴퀴한 자취방을 밝히는 근사한 파스타 요리

삶의 균형을 위한 안식요리


남자끼리 무슨 파스타냐-


음식의 취향에 있어 성별이 무슨 상관이냐만은 못된 관성에 놓인 나는 아직까지 남자인 친구나 아버지와 단둘이 파스타 집에 가는 것이 조금 어색하다. 그만큼 파스타는 제육이나 국밥처럼 매일 먹기에는 무언가 부자연스러운 느낌이다.


크리미한 까르보나라부터 세련된 알리오올리오까지 근사한 파스타 요리를 이제는 다양한 미디어의 레시피를 통해 많은 사람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요리가 되었다. 요리 유튜버에게 마늘이 20알씩 들어가는 K-알리오올리오 같은 파스타 요리들은 거의 필수 코스가 된듯하고, 인스타 스토리만 보아도 여러 가지 파스타 요리와 스테이크를 함께 곁들어 집에서 해먹는 친구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확실한 건 파스타가 더는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 토마토아저씨나 피자헛과 같은 곳에 작정하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게 되었다는 점이다.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요리가 되었지만 재밌게도 파스타는 아직까지 특별한 날 먹는 요리에 더 어울린다. 아직까지 밥보다 면이, 한국 음식보다 서양음식이 더 근사해 보이는 것일까? 비슷한 재료와 시간이 드는 볶음밥과 비교해보아도 더욱 '차린듯한' 느낌이 나는 쪽은 역시 파스타다.


집들이를 위한 파스타


봉천동으로 이사를 오고 나서는 집의 크기가 단칸방보다는 조금 더 커져서 친구들을 부를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에는 집들이라고 해봐야 원룸 방바닥에 둘러앉아 배달요리와 소주 맥주를 종이컵에 따라 먹는 것이었는데, 요즘은 나름 손님이 왔을 때를 대비한 식기가 따로 있고 무엇보다 4~6명이 넉넉히 식사할 수 있는 식탁이 생겨서 집들이 흉내는 낼 수 있게 되었다. (국내 브랜드 자주에서 구입한 이 원목 식탁은 무게가 꽤 나가고 높이가 낮아서 집의 공간을 많이 해치지 않고 안정감을 준다, 우리 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가구이다.)


처음 이사를 온 후부터 지금까지 약 1년 반 동안 여러 집들이가 있었고 시간이 없어서 배달음식을 시켜먹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한두 개씩은 요리를 해줬던 것 같다. 그리고 역시 집들이에는 파스타가 제격이다. 집들이 요리는 사람들이 약속시각에 맞춰 도착했을 때 음식이 먹기 좋게 따끈한 게 생명이다. 파스타는 면만 삶아 놓으면 면수 넣고 재료와 함께 비벼내는 것이 금방이어서 시간 맞추기에 아주 좋다.


물론 가장 파스타를 만드는 경우는 애인을 위해서(?)인듯하다. 주로 데이트할 때 고민하는 메뉴 중 하나인데 파스타는 정말 좋은 음식점에 가서 먹는 것이 아니라면, 내가 해서 먹는 경우가 낫다. (특히 양적으로) 그러다 보니 집에서 요리를 해먹게 되면 밖에서는 잘 먹지 않던 파스타를 해먹는다. 작년 말에는 한참 동안 야근이 심한 일주일을 보낸 후에 금요일에 집에 둘이 모여 파스타와 스테이크 그리고 와인을 마시는 게 나름의 이벤트였다. 요즘은 내가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 탄수화물을 줄이면서 파스타를 먹는 일이 적어졌다. 아쉬운 일이다.


그래도 혼자 파스타를 먹는다


물론 파스타가 여럿이서 근사하게 먹는 요리에 어울리긴 하지만 그렇다고 혼자 먹을 때 맛이 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혼자 양껏 먹을 수 있어서 좋다. 다만 음식의 비주얼보다는 맛과 양- 든든함의 우선순위가 높아진다.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파스타를 먹었던 날은 주로 와인이 먹고 싶어서 어울리는 음식을 찾다 파스타를 먹게 되었던 것 같다. 나는 일주일에 5번 정도는 저녁에 한두 잔씩은 술을 마시는 편이어서 그날 어떤 술을 마실지도 나의 재미 중 하나인데, 가끔가다가 와인이 땡길 때가 있다. 와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편이라 마트에서 발에 치일정도로 자주 보이는 와인중에 입맛에 맞는 와인을 늘 한 병씩 사 먹는다. 까베르네 쏘비뇽 ~ 이 붙는 1만 원 후반대 와인이었는데, 달지 않고 바디감이 꽉 차있어서 식사에 잘 어울린다. ( 최애 조합은 버거킹 기네스 버거다) 입맛 돋우는 와인 한잔을 격식 안 차리고 가득 따르고 면 한가득 파스타를 팬째로 식탁에 올리면, 나만의 근사한 파티 시작이다.


파스타 요리는 가장 간단한 알리오 올리오 부터 시작해보는 것이 근본의 길이다.


'알리오 올리오(K)'


준비물

-스파게티면, 올리브오일, 마늘 10알, 페페론치노 2개, 후추, 맛소금


보다시피 알리오 올리오는 들어가는 재료가 정말 적다. 때문에 재료의 퀄리티에 따라 맛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 마늘은 되도록 산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선한 것으로, 올리브 오일은 마트에서 살 수 있는 가장 싼 제품보다는 가격이 조금 있고 왠지 모르게 해외풍으로 패키징 디자인된 것을 사면 맛이 좋더라.


가끔 알리오 올리오에 파마산 치즈를 넣거나 베이컨등을 넣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근본으로 안 친다. 자고로 알리올 올리오는 마늘과 오일 맛으로 슴슴히 즐기는 서양의 평양냉면 같은 음식이다. (라고 하기엔 마늘을 10알 넣는다.)


알리오 올리오의 시작은 면을 끓는 데에서 시작한다. 냄비에 파스타 면이 여유롭게 잠길 수 있을 만큼 물을 충분히 넣고 소금간을 한 뒤 팔팔 끓인다. 여기서 소금이 중요한데, 일반적인 꽃소금 등을 사용해도 상관이 없지만, MSG가 포함된 맛소금을 넣으면 면 자체의 맛이 훨씬 좋아진다. MSG 특유의 맛이 거슬리는 사람이라면 권하지 않지만, MSG를 넣는 것이 무언가 자존심이 상하거나 건강에 나쁠 거라는 미신을 아직까지 믿고 있다면 과감히 깨고 적극적으로 과학의 힘을 빌어보자. 미슐랭 셰프도 유튜브에서 MSG의 힘을 칭찬하는 시대이다.


면은 보통 7-8분 정도면 그놈의 '알단테' 상태가 된다. 면의 상태를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먹어 보는 것이다. 요즘은 그러지 않겠지만, 예전에는 파스타면을 주방 벽에 던져보는 것을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추천하지 않는다. 하여튼 면을 한입 했을 때 이빨에 면이 숭덩 잘리지 않고 심지가 느껴지면서 뚝 하고 잘린다면 적절한 상태가 된 것이다. 면은 건져서 보울등에 옮겨 담고 올리브유를 둘러서 서로 달라붙지 않게 한다. 면을 끓인 물은 '면수'라고 한다. 파스타를 만드는 데에 아주 중요한 재료이니 버리지 말고 잠시 보관하자.


요리에 여유가 있다면 면이 다 끓기 전에 면을 볶을 준비를 해도 좋다.. 후라이팬에 불을 올리지 않은 상태에서 올리브유와 편마늘 그리고 페페론치노를 넣는다. 매운 것을 좋아한다면 페페론치노를 더 넣어도 좋고, 부셔서 넣으면 맵기가 한층 올라간다. 특히 주재료인 올리브유의 양은 많아도 좋다. 종이컵 반 컵 정도.(더 해도 좋다) 그리고 불을 중불 정도로 올리고 올리브유에 마늘의 향이 충분히 배도록 볶아준다. 본토 알리오올리오는 마늘이 10알씩 들어가지 않고 2~3알 정도에 마늘 향을 빼고 나서는 그마저도 팬에서 건져낸다던데 김치로 단련된 K입맛에 만족스러울리가 없다. 마늘 향이 충-분히 나기 시작하고 마늘에 노릇한 기운이 돌면 아까 익힌 면을 넣고 달달 볶는다. 면에 기름이 충분히 코팅되도록 잘 섞어주자. 그리고 개인의 기호에 따라 간과 국물의 자작함 정도에 따라 면수를 부어준다. 면수에는 면에 간이 배도록 소금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따로 소금간을 하지 않아도 된다.(물론 싱거우면 소금 넣어도 좋다) 또 면수 안에 있는 전분이 면수의 수분과 올리브유가 잘 섞이도록 유화작용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알리올리오 특유의 녹진한 국물이 만들어지는 원리이다. 꼭 면수를 버리지 말고 잘 활용하자.


면을 면수에 비벼내는 행위는 1-2분 정도면 충분하다. 파스타를 그릇에 담을 때에는 마구 헤치지 말고 일단 면을 그릇에 올려서 긴 젓가락 등으로 한 바퀴 돌려 결을 잡아주면 훨씬 그럴싸해진다. 그리고 후라이팬에 남은 편마늘과 페페론치노를 면 위에 쌓아 올린다. 마지막에 후 추정도 뿌려준다.


단백질이 너무 부족하다 느끼면 소세지나 닭가슴살을 마지막에 썰어 그릇에 함께 담아보자.


알리오올리오를 통해 면을 삶고 볶는 데에 익숙해졌다면 이후의 파스타 요리는 정말 식은 죽 먹기다.


'삼겹살 마늘쫑 파스타'


준비물

-스파게티면, 올리브오일, 마늘, 청양고추, 삼겹살 한 주먹, 마늘쫑도 한 주먹, 맛소금, 후추


삼겹살 마늘쫑 파스타는 앞선 알리오올리오와 동일한 과정으로 면을 삶고 올리브 오일을 마늘에 볶아낸다. 다만 삼겹살 기름이 나오기 때문에 오일을 알리오올리오 때보다는 적게 넣는다. 마늘 기름이 만들어졌다면 오일에 삼겹살을 튀기듯 충분히 구워준다. 마늘쫑의 식감은 굉장히 아삭한 편이어서 면의 식감을 헤칠 수 있기 때문에 고기를 구울 때 같이 넣어서 숨이 충분히 죽도록 한다. (아삭한 식감을 원한다면 고기가 익어갈 때쯤 넣는다.) 고기에 마이야르 반응이 충분히 일어나 노릇이 구워지면 청양고추(페페론치노도 가능하다.)와 면을 넣고 마찬가지로 면수로 간과 국물 농도를 조절해준다.


삼겹살 마늘쫑 파스타는 마늘쫑의 길이가 길쭉하고 고기가 큼직이 들어가기 때문에 포크보다는 젓가락으로 국수처럼 후루룩 후루룩 먹는 것이 맛있다. 오일 파스타지만 고기가 들어가고 마늘쫑의 초록색 때문에 색이 조금 더 다양하여 친구를 초대한 자리에서 멋 내기 좋은 요리다.


마지막 요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필살기와 같은 요리다.


'버섯 크림 파스타'


준비물

-펜네면, 올리브오일, 마늘, 페페론치노, 느타리버섯, 생크림, 베이컨, 맛소금, 후추


크림 파스타도 예외는 없다. 마찬가지로 맛소금에 면을 잘 익히고 마늘을 볶아 준비과정을 끝낸다. 스파게티면도 괜찮지만, 개인적으로는 느타리버섯의 길이가 스파게티면보다는 비슷한 길이의 펜네면이 더 잘 어울려서 먹는 식감이 재밌다. 마늘 기름에 먼저 느타리버섯과 베이컨을 넣고 달달 볶는다. 유의할 점은 버섯이 수분과 기름을 정말 빠르게 빨아들이기 때문에 마늘을 볶을 때 파스타에 들어갈 올리브유를 모두 써버리는 것은 좋지 않다. 버섯이 충분히 노릇하게 익어 더 이상 수분을 빨아들이기 힘들 때 올리브유를 살짝 더 넣는 것을 추천한다. 버섯이 익은 후에 펜네면을 넣고 마찬가지로 휙휙 볶아준다. 이때 생크림을 넣는데 포인트는 우리가 알던 크림 파스타처럼 크림을 꾸덕히 잔뜩 넣는 것이 아니라 면과 재료에 알맞게 코팅될 정도로 슬쩍 부어준다. 이렇게 하면 버섯과 마늘 베이컨등이 크림에 풍덩 빠져있는 것보다 본연의 맛을 잘 가지고 있어서 탱글한 펜네면과 함께 재밌는 식감을 느끼며 먹을 수 있다. 면과 재료가 잘 볶아지면 그릇에 옮겨 담는다. 스파게티면이 아니라 그릇에 아무렇게 담아도 그럴싸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통후추를 갈아 충분히 뿌려주자. 기존에 없던 스타일로 근사하게 파스타를 즐길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마음을 채우는 돼지고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