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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den Jan 04. 2021

2020년 회고(回顧)

조금 늦은 2020년 회고

일본에서 지내고 있는 나로서는 2020년은 기대가 많은 한 해였다. 내가 생활하고 있는 이곳에서 도쿄 올림픽이 개최 예정이었고, 소속된 업계에서의  배움이 좋아 일에만 빠져살던 내가 인생에 있어서 몇 안 되는 큰 결정을 한 시기였다. 그리고 30대 중반이 되면서 나에 대한 집중이 아니라 결혼 후 우리의 삶에 집중하게 되었고, 앞으로의 삶에 대해서도 치열하게 고민한 한 해였다.


하지만 누구나도 할 것 없이 코로나로 인해서 정말 힘들고, 익숙하지 않는 1년을 보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내고 2021년을 맞이한 지금 조금이나마 2020년에 느꼈던 감정과 고민을 기억하고자 2020년을 돌아보며 글을 쓴다.


※ 아직 마음만은 2020년이라서 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둘에서 곧 셋으로

올해 내 인생관에 가장 큰 변화를 준 일은 우리 부부가 곧 ‘부모’가 된다는 것이었다. 결혼 3년 차에 접어들면서 수빈이와 아이에 대해서 서로 생각을 공유했었고 기도를 하며 아기를 준비해왔다. 그리고 올해 9월에 우리 부부에게 들려온 소식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기쁨과 감사가 넘치는 순간이었다.


‘부부’에서 ‘부모’가 된다는 게 어떤 것일까 생각하며, 아직 실감이 안 나지만 미래의 우리 모습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기도 하고 걱정도 되면서 어떤 부모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인생 선배님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때가 되면 다 하게 되어있다고 하는데 한 아이의 부모로서, 더 큰 어른으로, 더 균형 잡힌 부부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하였다. (5월에 건강히 만나자)



맨션 구입

한국에서 부동산 뉴스로 연일 소식이 전해지는 가운데 우리 부부도 일본에서의 안정된 생활을 위해서 집을 구입하자!고 결심한 게 2019년 봄이었는데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올해 1월에 신축 맨션으로 이사해왔다.


해외에서 집을 구입한다는 것은 정말 생각하지도 못했었고 영주 비자가 없는 내가 집을 구입할 수 있나 반문했었다. 그래서 무작정 부동산을 방문해서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정보를 얻었고, 결과적으로는 마음에 드는 신축 맨션을 발견하여 주택론 심사 통과와 함께 계약이 성사되었다.


이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는데 50년 뒤에 허물어질 예정인 신축 맨션을 계약하기 직전까지 갔었고(그러면 내 부동산 자산도 같이 사라진다), 돈이 없으면서 좋은 조건의 맨션을 찾다 보니 영영 집을 못 살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일본의 주택론 금리는 0.4~0.7% 정도로 금리가 정말 낮다. 그래서 매달 내는 월세 수준으로 주택론 비용을 갚아가는 게 가능했고 도쿄에서의 라이프 스타일을 꿈꾸며 저축도 빡세게 했었다. 코로나를 생각하면 정말 기가 막힌 타이밍에 이사를 하였고 새로운 생활이 조금 익숙해진 시점에 도쿄 긴급사태가 시행되었으니 불행 중 다행으로 안정적인 집콕 생활이 가능했던 것 같다. (이렇게 길어질 줄은 정말 생각도 못 했지☹️)


인생에 있어서 몇 안 되는 큰 결심을 한순간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언제까지 일본에서 지낼지는 모르지만 이 편안한 공간에서 앞으로의 미래를 계속해서 그려보고자 한다.



개인 사업자 등록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는 부업이 가능하다. 지인의 소개(종혁아 고마워)로 소득 확정신고와 함께 개인 사업자 등록에 대한 정보를 얻었을 때 단순히 세금 환급을 받아보자는 생각에 세무 담당자와 함께 올해 초에 신청을 해보았다. 그 결과 세금 환급과 함께 주민세도 많이 줄어들었다. (아싸)


한국은 몇 년 전부터 사이드잡, 부캐 등 직업 외 다양한 활동이 공유 되었는데 그 영향인지 이번 기회에 주변에서 디자인 관련 일이 들어오면 작게나마 시작해볼까 생각했었고, 때마침 수빈이도 디자이너로 같이 작업할 수 있으니 시간을 나눠서 담당하는 게 가능했었다. 그렇게 시도한 디자인 작업이 몇 개 되는데 의외로 제2의 월급을 만들어 줬고 회사 업무 외 활동에 대한 갈증을 느낀 시점에 적절하게 시도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처음에는 막연하게 알고만 있던 부업을 실제로 내가 경험하고 그에 따른 보상이 이뤄짐에 따라 이 맛에 다들 부지런히 사이드 잡을 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첫 시작에 발을 내딛는 게 어려웠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이제라도 이런 경험을 하고 회고로 이어질 수 있음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재테크

30대 중반이 되니 재테크에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했다. 옛날부터 재테크에 관심이 있어서 관련 책들과 아티클도 읽곤 했지만 정작 나 자신이 실천하는 모습이 없었다. 그래서 올해는 작게나마 재테크의 일환으로 투자를 해보자 결심하였고 일본에서 증권 계좌를 개설해보았다. 이러한 경험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새로웠고 그다음에는 어떤 결과가 있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기에 즐거웠다.


증권 계좌 개설이 완료되는 타이밍에 목돈이 생겨서 수빈이와 함께 좋아하는 브랜드에 1주씩 투자를 진행하였다. (  매수  얼마나 떨었던지) 코로나로 인해서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가 회복되는 시점에 투자하였는데 예상외로 몇몇 브랜드가 대박이 나서 주식 분할도 되고 수익률이 300%나 되었다. (이거 대박 맞쥬?)


생산적 활동이 없음에도 주식이 돈을 조금씩 모아주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현재 금융 흐름과 투자한 브랜드에 계속해서 관심이 가는 게 나로서도 관심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좋았던 것 같다. 올해도 기회가 된다면 다양한 방법으로 투자를 이어가고자 한다.



차 구입

맨션에 이어서 인생에서 두 번째 큰 쇼핑을 하였다. 바로 차를 구입한 것이다. (물론 계획에 없었다. 저금리 일본의 저금리 론에 모든  맡겼다) 도쿄로 이사 온 후 이동에 크게 문제가 없었는데 코로나로 인해서 대중교통에 대한 걱정과 거리가 조금 있는 산부인과까지 생각하니 이건 차가 없으면 나도 수빈이도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매달 지출되는 비용을 생각하면 엄두도 안 났지만 허리띠를 졸라 매자는(혼또?) 생각에 관심 있던 브랜드 매장에 방문 후 딜러와 몇 번의 흥정 후에 구입을 결정하였다. 출고 전에는 카 쉐어로 운전 연습도 하고 나름 준비했다고 했지만, 출고 날 차를 가지고 집으로 오는데 어찌나 떨었던지.


차를 타고 다닌 지 이제 5개월 즈음 되었는데 차가 생김으로써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져서 인지(몸이 편해서겠지) 정말 만족하며 지내고 있다. 한국에서 계속 차를 타고 다녔지만 일본 생활 9년 차에 다시금 내 차를 운전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이 또한 색다른 경험이구나 싶었다. 자나 깨나 안전운전.



영주권 신청

위에 작성한 내용만 봐도 바쁜 한 해였을 것 인데 거기다 영주권 비자도 신청하였다. 일본은 대략 10년 이상 지냈을 때 영주 비자 신청 자격이 되는데 나는 아직 10년이 안되었음에도 신청을 감행했다. 일본에는 고도 인재 비자가 있는데 몇 년 전 해당 비자를 취득하였고 이 비자의 혜택 중에 취득 후 몇 년 후에 조건이 맞다면 영주 비자 신청이 가능했던 것이다.


정말 올해 영주권 신청은 생각도 못 했는데 결혼을 하니 해외에서의 안정적인 생활이 제일 우선이라 생각하였고 비자 걱정 없는 생활을 위해서 신청하였다. 서류 준비만 몇 주가 걸릴 만큼 힘들었지만 신청까지 무사히 완료하였고 이제는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결과는 대략 6개월 ~ 1년이 걸린다)


내가 생각하는 영주 비자의 장점은 비자 연장 걱정이 없고, 전직 활동도 비자 걱정 없이 가능하고, 언젠가 한국에 들어가더라도 일본과 한국 둘 다 이어갈 수 있다는 점과 영주 비자 관계없이 10년 이상 연금을 납부 하였다면 한국에 들어가도 노후에 용돈처럼 받을 수 있다는 부분이 매력적이었다.



B2B & SaaS

개인적으로 바쁜 한 해였지만, 내가 속한 업계에 대한 관심과 공부도 계속해서 이어왔다. B2B SaaS 서비스를 프로덕트 매니저&디자이너로서 5년 이상 담당하고 있고 해당 분야에 대한 관심은 더더욱 높아져만 갔다. 처음에는 어떻게 하면 현재 안고 있는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에서 시작된 관심이었지만 전 세계적으로 B2B SaaS 서비스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자료가 많아졌던 시점이기도 했다.


그래서 브런치에 관련 글을 작성하기도 했고, 예전부터 운영했던 페이스북 페이지를 리뉴얼하여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스터디하며 읽었던 PM, PO, B2B, SaaS, 스타트업 등 콘텐츠를 발췌, 요약해서 올리고 있다. (요즘 업뎃이 뜸하니 다시 분발 예정)


B2B SaaS 분야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서의 경력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꽤 경쟁력이 있을 것 같아서 계속해서 공부하고 실전에 적용하며 관련해서 배운 내용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Next Step

Photo by Javier Allegue Barros on Unsplash

올해는 연초에 세웠던 계획들이 코로나로 인해서 많이 바뀌었고 지키지 못할 목표도 많았던 것 같다. (반성한다) 2021년도 코로나로 인해서 불투명한 상황이니 장기 목표보다는 작게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목표를 세우고자 한다. 올해는 어느 정도 루틴이 만들어지다가 중단되고 다시 루틴을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상당히 걸렸다. (회복 불능)


그리고 이건 아직도 고민하고 있는 것인데 30대 중반에 접어드니 인생관이 조금씩 바뀌는 게 느껴졌다. 번아웃과는 다른 느낌인데, 20 ~ 30대 초반까지는 자기 개발에 초 집중하였다면 30대 중반 후에는 가정과 아이가 있는 가장으로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가 계속해서 고민이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으니 계속해서 자기 개발을 하겠지만, 이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이걸 알아가고 채워가는 게 올해 숙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고민을 앞서 하셨던 많은 분들께 직접 조언도 얻고 스스로도 알아가길 노력하며 하나씩 채워가려고 한다. 조금은 느릴 수 있지만 내 페이스에 맞춰서 한 걸음씩 걸어가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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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사진: Photo by Masaaki Komori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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