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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즐거움

공자와 맹자의 세 가지 즐거움

올해 막내 여동생이 사는 양산으로 이사를 하신 어머니께는 

코로나가 잠시 주춤거렸던 지난 해 추석에 잠깐 들렀던 게 마지막이다. 

당시 어머니는 무릎 수술차 입원하신 터라 병원에 들러 옥상 면회소에서 손자, 손녀와 만나 담소를 나누셨다. 중1 손자는 뵙지 못한 2년 동안 받은 상장들을 보여주며 단독면담을 했고 두툼한 봉투를 용돈으로 받았다.     

이번 설에도 고향에 가지 못했다.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바람에 “불효자는 안온다더라”는 말씀을 핑계로 가지 않았다. 이사 준비 하느라 경황도 없었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안갔다. 안부전화를 드렸더니 여동생 가족들이 방문해서 조카들 어울리는 목소리가 왁자지껄했다. 어머니 목소리도 솔을 넘어 라에 가까운 톤이었다. 간만에 북적거림이 반가우셨을 것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말씀 드리자, 어머니 덕담은 “뭐 제대로 하기도 어렵고, 뭐 되기도 쉽지 않은 세상에 윗사람에게 잘 하고 아랫사람들 잘 챙기라. 가족들 잘 챙기고 이 모든 것은 네가 건강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뭐 되기도 쉽지 않은 세상’이라는 말이 자꾸 생각이 난다. 

지천명의 나이에, 그리고 남은 인생 동안 하늘의 명을 기다리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본다.      


사람은 인생 살면서 즐거워야 한다는 게 나의 개똥철학이다. 나는 물론이고 나와 일하는 사람에게도 즐거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논어에 보면 공자님은 군자(君子)된 자의 세 가지 즐거움(三樂)을 설파했다. 그 첫 번째는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悅乎) 두 번째는,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세 번째로,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면 군자가 아니겠는가?(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이다.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과 멀리서 벗이 찾아오는 즐거움 그리고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의연한 태도를 지니는 것이다. 이것이 공자님이 말한 군자삼락(君子三樂)이다.     

 

공자의 제자였던 맹자 역시 군자삼락에 대해 언급했다. 인생의 즐거움이나 마찬가지다. 맹자님이 논한 군자의 참된 즐거움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여기에 왕 노릇은 끼지 못한다고 했다. 


첫 번째 즐거움은 부모가 모두 생존해 계시며 형제가 무탈한 것이고(父母俱存 兄弟無故), 두 번째 즐거움은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으며 아래로 보아 남에게 부끄럽지 않는 것이고(仰不愧於天 俯不作於人), 세 번째 즐거움은 천하의 영재를 얻어 교육하는 것(得天下英才 而敎育之)이라고 했다.    

  

인생의 참된 즐거움의 기준이 어디에 있는가를 곰곰이 따져본다면 즐거움은 인간관계 속에서만 피어난다. 영재를 얻어 교육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부모형제와 더불어 하늘과 이웃에 부끄럼 없는, 소박한 삶이라면 꽤 괜찮은 삶이 아닐까?     


하루 빨리 일상을 회복해서 아이들과 함께 어머니께 큰 절을 올릴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어머니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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