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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삼일과 지천명

작심삼일과 지천명

작심삼일(作心三日)의 계절이다. 새해 별다른 작심(作心)을 해보지도 않았는데 그만 삼일(三日)이 훨씬 지나고 말았다. 3년째 접어든 코로나 시국에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 이어질 지방선거 등으로 대한민국은 어수선하지만 그만큼 희망찬 한 해가 될 것이다.


지난해 끝내 이루지 못했던 목표, 새롭게 도전하는 일, 몇 년째 반복하는 계획이 뒤섞인다. 공자님이 말씀하신 지천명(知天命)이어서 그런지 하늘의 명이 무엇이었나 생각해 본다.


홍보맨들은 연말연초가 제일 바쁘다. 새해가 되었다고 무슨 새로운 마음을 먹어서는 아니다. 이래저래 바쁘다. 주위 사람들 중에는 ‘새해에는 무엇을 해봐야지’하고 새로운 목표나 꿈을 가져본 게 언제인지 아득하다고 말한다.

나는 지난 해를 마감하면서 2021년 초에 세웠던 목표를 뒤돌아보았다.


LIG넥스원의 홍보맨으로서 기자들과 소통을 위해 노력했고, 직장 상사와 동료들에게 잘 보이려고 성실하게 일했다. 매일 신문을 읽고 매주 1~2편의 글을 썼다. 매달 고마운 분들께 편지도 썼다. 세 번째 책을 발간했고, 50권의 책을 읽었다. 마음을 울리는 좋은 글을 만나면 필사하고 마음에도 새겼다. 그리고, 소액이지만 기부도 했다. 코로나 시국이었지만 동료들에게 술과 밥을 형편에 맞게 샀다. 화가 나더라도 참고 최대한 경청하려고 했다. 상대가 높아질 수 있도록 나를 낮추었다. 두 아이를 둔 가장으로서 수시로 아이들을 안아주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고향에 계신 어머님께 일주일에 3번 안부전화를 드리자는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 뒤돌아보니 여기에 적지 못한 일들도 많다. 믿어주고 응원해주고 함께 어울려준 많은 분들이 있어 버틸 수 있었다. 감사한 마음이다. 마음 노트에 적었다가 조금씩 갚아나갈 생각이다.


임인년, 흑호랑이해에 이루고 싶은 목표는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LIG넥스원의 홍보맨으로서 회사 성과에 기여하며 개인적으로 부족한 점을 채우고 고객인 기자들을 잘 섬기자. 둘째, 직장상사와 팀 동료들을 존중하며 One Team One spirit으로 최대 성과를 거두자. 셋째,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없는 삶을 살고, 부모님께 효도하며 가장으로서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자.


이것들은 새로운 계획이 아니지만 작년과는 달라진 내 처지와 상황에 비춰볼 때 더 중요하다. 시간이 흐른 뒤 전력투구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하지 말고 겸손하되 확신을 가지고 임하자고  뒤늦은 발심(發心)을 해본다.


『논어』를 읽지 않은 사람도 한번쯤은 『논어』 「위정」 편에 나오는 오십유오이지우학(吾十有五而志于學), 삼십이립(三十而立), 사십이불혹(四十而不惑), 오십이지천명(五十而知天命), 육십이이순(六十而耳順), 칠십이종심소욕불유거(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라는 글은 들어봤을 것이다.


열다섯에 배움에 뜻을 두었고, 서른 살에 문리가 트였고, 마흔 살에 미혹됨이 없었다. 쉰 살에는 하늘의 뜻을 알았고, 예순이 되어서는 듣는 귀가 순해졌다. 일흔에는 하고자 하는 말을 하는 데도 거침이 없었다. 공자가 삶의 궤적을 반추하며 나이와 배움의 성장 과정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전한다.


나는 불혹(不惑)을 지나 지천명(知天命)의 나이가 되었다. 천명은 하늘의 명령인데 알 수가 없다. ‘세상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아는 나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철학의 시작은 ‘Who am I?’ 즉,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서 시작한다고 했다. 나를 안다는 것은 내가 해야 할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동시에 아는 것이다.


지천명이라는 말이 『논어』에 나오고, 공자가 한 말이라는 것을 모르면 ‘지천명’과 ‘내가 해야할 일’을 알 수가 없다. 결국 인문학적 역량 덕분에 지천명과 자기 인생을 뒤돌아볼 수 있는 것이다.

이제 ‘나잇값’을 해야 하는 나이다. 나잇값은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한 평가이자 평판의 다른 이름이다. 꼰대니 갑질이나 하는 말은 전부 이 ‘나잇값’을 제대로 못해 일어나는 일이다.


3일 시무식을 하고 삼일이 지났다. 나는 과연 지천명의 나이, 나잇값을 하자는 결심을 제대로 지켰나?


그 삼일의 결심이 쌓여 한 달이 되고, 한 해를 살아가는 동력이 될 것이다. 작년에도 그랬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작심삼일의 시기가 반짝하고 그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2022년 1월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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