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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과 배려

응급실에서

초저녁에 딸아이가 갑자기 오른쪽 배가 아프다고 뒹굴어 맹장염일 수도 있다는 아내의 진단으로 한양대병원 응급실에 왔다.

KF94 마스크 없이 입장할 수 없다고해서

찾아 쓰고 재방문.


원무과 접수 후 30분마다 여러 명의 의사가 비슷한 얘기를 하고 간다. CT촬영에, 피검사에 ...

보호자로서 PCR 검사도 했다.

가운 입은 의사가 무사처럼 깊이 찔렀다.

코로나균을 일휘소탕하겠다는 의지처럼 느껴져

눈물도 조금 흘렸다.


딸아이는 잠이 들었고 나는 노안에도 불구하고 응급실 소회를 남기는 중이다.


1. 의사는 피곤해보였지만 친절했다.

2.간호사들도 필요한 말만 하고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해줬다.

3.가끔 불시에 들려오는 비명 소리에 몇 번 놀랐다.

4.옆 침대에서 링겔을 꽂은 환자가 떨어뜨린 핸드폰을 주워줬다.


지금 나는 피곤한 데다 눈도 아프고 두통을 느낀다.

내가 직전에 겪었던 응급실 느낌은 아니라 다행이다. 의사와 간호사님들의 친절과 배려 덕분이다.


감정 노동자라는 말이 생각난다. 세상을 따뜻하게 밝히는 힘은 거창한 혁명이나 구호보다 작은 친절과 배려에서 나온다는 말이 새삼스럽다. 내가 나이를 먹은 탓도 있지만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거다.

톨스토이도 “당신이 선량함을 베풀고 친절로써 증오에 맞선다면 무엇보다 당신 자신의 삶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나저나 칠순이 넘은 어머니께서 아직 응급실 찾지 않아도 될만큼 정정하시어 감사드린다.

올해 설에는 백신도 3차까지 맞았으니

찾아뵐 수 있겠지?!


그나저나 응급실은 올 곳이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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