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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실컨설턴트 Nov 01. 2023

일머리

영업1: [영동백화점 북구점 오늘 정기휴점입니다]

영업2: [그럼 어떻게 하죠?]

...

따라온 임원: [스벅은 하지 않나요?]

...

영업1: [지금 영동백화점이 화재대비 훈련중입니다. 그래서 앞에서 스벅간다고 말하시면 뒷편 주차타워를 안내해 줍니다. 주차하시면 되고... 제가 추가로 확인해서 공지하겠습니다]


긴박한 메시지가 오가고, 회사 메신저 창은 혼란의 도가니입니다. 차는 오늘 프리젠테이션을 할 지방도시의 톨게이트를 막 지났습니다. 오늘 프리젠테이션 할 회사는 조선업계 글로벌 No. 1 회사입니다. 그래서 보안이 셉니다. 차를 타고 회사로 들어갈 수 없다는 의미이지요. 그래서 그 전까지 미팅이 있으면 바로 앞에 있는 백화점에 차를 대고 길 건너편 회사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하필 오늘, 가장 중요한 경쟁 PT날에 휴점이라니요. 경쟁PT날은 참 별의 별 일이 다 생깁니다. 잘 되던 파일이 열리지 않기도 하고, 고객에게 제출해야 할 견적서나 출력물을 기차에 두고 내리기도 하죠. 오늘은 백화점이 휴점을 했네요. 발표 1시간 전에 만나 질의 응답에 대해 입도 맞추고 간단히 요기도 해야 하는데 곤란해졌습니다. 자차, 택시, 기차 안에 있는 3팀이 다 우왕좌왕입니다. 메신저에 한 줄을 더했습니다.


나: [바로 옆에 있는 영동호텔로 가시죠. 1층에 오븐이라는 커피숖이 있습니다]


상황은 정리되었습니다. 한참을 혼란스럽던 채팅창은 다시 조용해졌습니다. 저는 이런 걸 일머리라고 부릅니다. 일머리가 별다른게 아닙니다. 목적과 거기에 맞는 핵심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으면 됩니다. 영업사원은 긴박하고 임원도 끼어있다 보니 당황했을 겁니다. 원래 약속장소인 백화점이 문을 닫았다는 것에 꽂혔을 겁니다. 그래서 그것만 보게 됩니다. 주차장도 문이 닫혔는데 이건 어떡하지? 했을 겁니다.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 실시간으로 공유를 했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정보는 많을수록 혼란을 가중시킵니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소집 장소를 빨리 찾아서 알려주는 겁니다. 주차장까지 넓고 편하면 더 좋지요. 메신저에 올린 첫 문장이 이랬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제가 미리 도착해보니, 영동백화점이 정기휴무입니다. 바로 길 건너에 영동호텔이 있습니다. 야외 주차장에 주차하시고 1층 오븐으로 오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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