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소설가 -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 이 작가의 책을 읽다 보면 왠지 모르게 소설 자체의 동화가 된다기보다. 작가에게 동화가 되는 것은 나만의 문제인지 이 작가의 능력인지 알 수는 없지만, "직업으로의 소설가"라는 자전적 에세이를 읽다 보면 하루키 같은 아재가 된다는 게 그렇게 꼭 나쁜 것은 아닐 것 같은 안도가 느껴진다. 솔직한 그의 표현도 한몫 하지만, 그가 가진 다양한 음악 스펙트럼과 수많은 책을 읽은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심플한 표현들.. 이 모든 것들이 부럽게 느껴진다. (당연히 내가 그처럼 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그래도, 나도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그를 따라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 중에 손을 꼽으라면, 달리기와 Jazz를 듣는 일이다. (당연히 독서도 포함이고 말이다) 그중에 인상적인 것 중에 하나가, 소설가가 되기 전에 Jazz Cafe를 하면서 자신만의 사업을 한 것이다. 책에서는 이 사업을 하면서 엄청 즐겼다고 표현은 하지만, 그의 성격으로 힘들면서 힘든 표현을 거부하며 생겨난 핑계처럼 들렸다. 세상 힘들지 않은 것들이 어디에 존재하겠는가? 더 자세한 일화들은 책에 있으니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고, 그런 의미에서 어제 Blue Note라는 라이브 재즈 카페에 갔었다.
클래식 재즈에 모던함을 추가한 그녀의 쿼텟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피아노의 단순함과 일렉트릭 사운드와의 조화로움은 독일이 자랑하는 일렉그루브와 그 접점을 찾기 위한 시도가 신선했다.
베이스 연주가 특히나 인상적이었는데, 모든 음악의 시작은 이 베이스가 시작한다. 어쩌면, 사계절 중 봄처럼 모든 절정의 시작을 알리는 복선 같은 역할이 아닌가 싶었다. 가슴 저린 사랑의 시작은 마음 설레는 눈빛이나 살결이 우연히 스칠 때 느껴지는 감촉이 동화선이 되듯이, 베이스의 울림은 그 동화선으로 촉발된 심장의 두근거림과 비슷한 듯 느껴졌다. 신기하게도 베이스 연주자들은 그 밴드에서 가장 수줍음을 많이 탈것만 같은 사람이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억지로, 매핑을 해보자면 보컬은 여름, 피아노는 가을, 드럼은 겨울이 될 것 같다. 여름에 만개한 사랑의 노래는 보컬이여만 할 것 같고, 그 여름을 사모하며 곁에서 외로운 사랑을 전하는 피아노는 가을에 시린 가슴앓이를 할 것만 같다. 겨울은 아무도 모르게 여름의 그녀를 사랑하지만,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고 먼발치서 힘들고 처절하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 하는 드러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하루키와 같이 즐기지는 못했지만, 하루키가 옆에 있다고 생각하면서 갔다 온 공연은 그 나름대로 내 정신세계의 정화를 가져오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주도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