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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kmo Feb 24. 2022

달과 6펜스

어렸을때부터 가슴에 담아왔지만 읽지 못했던 책중에 하나인 "달과 6펜스"를 드디어 다 읽었다. 황보름 작가님의 책을 읽다가 나왔던 반가운 책이름이라 읽을 수 있는 동기가 부여되었고, 역시나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들의 추천 책들을 읽으면 또하나의 나의 서치스페이스(Search Space)*가 그만큼 늘어나서 기분이 좋아질 뿐아니라, 그분들과의 소통공간에 한발짝 다가선 느낌이라 설레기도 한다. 이 소설은 서머셋 몸이 폴 고갱(Paul Gauguin)의 삶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라 더 현실적인 느낌이였다. 책에 나오는 그림들도 한번씩 인터넷에 찾아가며 감상할 수 있었는데, 그래서 "찾아서 읽는 그래픽 노블"과 같은 형식이 된것 같기도 하다. 아직도 "타히티의 여인들"이 머릿속을 둥실 떠다니는 느낌이다.


*Search Space: 탐색공간이라고도 하며 컴퓨터공학에서는 Problem Space라고도 한다. 어떤 주어진 문제의 해답을 찾기위한 공간을 지칭하는데, 이 공간이 커지면 찾는 시간이 더 늘어나기도 하지만, Global Optimal한 해답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커지게 된다. Local Optimal에 빠지지 않으려면 이 공간을 늘려주는 방법뿐이다.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그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단 말이요.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치고 못 치고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나오는 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

그림을 그려야만하는 자신의 절박한 상황을 표현하는 부분이 너무 감동적이였다. 우린 무엇이 하고 싶을때, 잘하고 못하고를 판단하고 시작하고는 하는데, 어쩌면 너무 하고 싶은 열정이 나를 이끌때면 정말이지 그런 판단기준조차도 무력화되는 일들이 있게마련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름다움이 해변가 조약돌처럼 그냥 버려져 있다고 생각해? 무심한 행인이 아무 생각 없이 주워 갈 수 있도록? 아름다움이란 예술가가 온갖 영혼의 고통을 겪어가면서 이 세상의 혼돈에서 만들어내는, 경이롭고 신비한 것이야. 그리고 또 그 아름다움을 만들어냈다고 해서 아무나 그것을 알아보는 것도 아냐. 그것을 알아보자면 예술가가 겪은 과정을 똑같이 겪어보아야 해요. 예술가가 들려주는 건 하나의 멜로디인데, 그것을 우리 가슴속에서 다시 들을 수 있으려면 지식과 감수성과 상상력을 가지고 있어야 해."

스트로브가 이야기하는 아름다운 예술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정말 이말에 동의를 안할수가 없었다.


"나도 때로 생각해 보았소. 망망한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외로운 섬, 그 섬의 아무도 모르는 골짜기에서 신비스러운 나무들에 둘러싸여 조용히 살아볼 수 없을까 하고. 거기에서는 내가 바라던 것을 찾을 수가 있을 것만 같아서."

삶을 사는 동안에는 어떤 역할들이 주어져 그거에 매진해야하기도 하고, 어떤 호기심이나 목적이 생겨 알지못하는 그 무언가를 찾기위해 활용되기도 한다.  


"세상은 참 매정해. 우리는 이유도 모르고 이 세상에 태어나서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몰라. 그러니 겸손하게 살아야지. 조용하게 사는 게 아름답다는 걸 알아야 해. 운명의 신의 눈에 띄지 않게 얌전하게 살아야지. 그리고 소박하고 무식한 사람들의 사랑을 구해야 하는 거야. 그런 사람들의 무지가 우리네 지식을 다 합친 것보다 나아. 구석진 데서 사는 삶이나마 그냥 만족하면서 조용하게, 그 사람들처럼 양순하게 살아가야 한단 말이야. 그게 살아가는 지혜야."

언젠가 나의 인생의 모토는 안분지족 안빈낙도로 꿈에서 정해졌을 때가 있었다. 왠지, 그것과 일맥상통하여 반가웠던 문장이였다.


문학에 더 적합한 관념을 그림으로 표현하려고 애쓰고 있었던 것 같다.


감정과 느낌의 소용돌이를 한폭의 그림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나로써는 상상이 되지않지만, 미술관에서 본 그림들을 볼때면 그들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의 상상력은 말도 안되게 부풀어 올라 가슴 벅찬 감동을 느낄때가 있다. 아마도 이런 창작을 한다는 것은 분명 선택된 예술가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리라.


"스트릭랜드가 사는 그곳에는 소리라곤 하나도 없었어요. 밤에 피는 하얀 꽃들로 사방은 향긋한 냄새로 가득했습니다. 정말 얼마나 아름다운 밤이었는지 영혼이 육체에 갇혀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영혼이 금방이라도 허공으로 두둥실 날아가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죽음이 조금도 무섭지 않고 사랑스러운 친구처럼 느껴졌어요."

타히티를 가봐야 하나 고민했던 구절.


그는 마침내 거기에서 평온을 발견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자신을 사로잡은 악마를 마침내 몰아내고, 평생을 고통스럽게 준비해 왔던 작품을 완성함으로써 외로움과 괴로움에 지쳐 있던 그의 영혼은 휴식을 찾았을 것이다. 그리고 목적을 이루었으므로 기꺼이 죽음을 맞이하였던 것이 아닐까?

삶의 목적을 이루었을때, 느낄 수 있는 평안함. 과연 나도 이런 목적이 있을까?


이 다양한 빛깔들이야말로 실은 남태평양의 한 섬에서 어느 가난한 화가가 가졌던 꿈에서 비롯한 색깔들이라는 것을 알고나 있을까?

꿈이 삶의 목적이되고 그 목적을 이루기까지 얼마나 고통스러워야 할까. 그리고 세상에 그것들이 받아들여졌을때, 감동은 인간의 몫이 되고 창작은 천재의 몫이되는 것인가.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얼마나 안락함을 추구하고 그 안락함을 얻는 댓가로 세속 사회의 인습들을 견디고 있는지 고민하게 되었다. 작가도 이런것을 깨달으면서 꿈을 이루고 싶은 마음을 표현했던 것 같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평범한 인간들은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하고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지를 알기때문에 이렇게 멋진 스토리를 선물해 준것 같다. 기회가 되면 타히티에 갔다오고 싶다. 바닷가를 걸으며 노을을 보며 달을 보며 그렇게 지냈으면...


출처: https://de.ponant.com/paul-gauguin-spir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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