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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오빠 Jun 28. 2020

가장 한국적인 곳에서 가장 세계적인 것을 만나다

서울 종로구 누하동 '미뗌바우하우스'

“왜 현재의 스타일을 옛날로부터 빌어오는가?
모든 물건의 겉모습은, 그것이 등잔이건
의자건 건물이건 간에 쓰임새에 알맞도록
만들어져야 한다.

건축가나 디자이너는 지금이라도
속임수와 꾸밈을 버려라.
재료의 특성을 정직하게 살리고
그것을 밖으로 드러내는 용기를
가져야 할 것이다.”
 
- 바우하우스 1대 교장,
발터 그로피우스 (1883~1969) -


'가장 한국적인 동네에서
가장 세계적인 디자인을 만난다는 것'


초여름이라고는 무색할 만큼 무덥던 6월 어느 날,

서울 인왕산 동쪽과 경복궁 서쪽 사이에 위치한

서촌에서 20세기 초 독일에서 태생한

바우하우스 디자인을 만날 수 있었다.

'바우하우스와 함께'라는 의미로

로컬의 독특한 색을 만들고 있는 브랜드,

'미뗌바우하우스(mitdembauhaus)'

바로 그 주인공이다.


미뗌바우하우스 쇼룸 시그니쳐 뷰, 인왕산 끝자락과 함께


 From Bauhaus to our house


미뗌바우하우스는 누구나 나만의 집,

그리고 나만의 공간에서

바우하우스 디자인을 향유할 수 있다는 철학을

한국에 몸소 뿌리내리고 있다.


독일 바우하우스 공식 재단이 인정한

바우하우스 오리지널 브랜드들의 작품을

국내에서 보고 싶다면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어쩌면 유일한 공간을 운영 중인

우수민, 류민수 대표를 통해

바우하우스 디자인의 철학과

그 궤를 함께하는 현대 디자이너들의

제품까지 이 곳에서 만나보았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는 KPM 베를린의 핸드페인팅 기술


이전 건축과 디자인은 아름답게 보이는 것에

치중했다는 점, 그리고 당시 제1차 세계대전 등

군국주의 물결에 예술의 창작성이

안팎으로 억압당했다는 점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터 그로피우스는

아름다움과 실용성이 잘 어우러진,

다시 말하면 기술과 예술이 융합된 디자인

고민하고 세상에 선보이게 된다.


이후 바우하우스 철학으로 탄생한 각종 디자인은

바우하우스 운동, 바우하우스 물결로 칭해지며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그 영향은

비단 자산가들의 집뿐만 아니라,

중산층에게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바우하우스 디자인이 자산가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은 오해다


훌쩍 떠난 독일 여행이 준 인생의 전환


국내에서 다양한 바우하우스 오리지널 브랜드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놀라운 사실이지만,

우수민 대표가 건축가로 지내던 시기,

훌쩍 떠난 독일 여행으로 인해 우연히 탄생했다.


우 대표는 독일 바우하우스의 근거지, 데 사우에서

테크노루멘(Tecnolumen) 등

바우하우스 오리지널 브랜드의 총 집합소,

마이스터 하우스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고

바우하우스 디자인에 깊은 영감을 받게 된다.


당시 우수민 대표가 독일 여행 중 류민수 대표에 보낸 사진들


한국에 들여와야겠다


독일 여행 후 우수민 대표는 직접 찍은 다양한

바우하우스 관련 사진과 자료를 놓고

류민수 대표와 심도 있는 대화를 이어나갔다.


기존에 많이 보이던 바우하우스 가구 등의

유사 디자인 제품이 아닌 한국인에 생소할 수 있는

바우하우스의 다른 디자인 제품들이기에

고민이 많았지만, 우 대표와 류 대표가 판단한

바우하우스 오리지널 디자인이 추구하는

정신과 가치는 특별했고,

이를 향유하고 싶은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일단, 우 대표 그녀 '스스로'가 쓰고 싶은

바로 그런 '제품'이었다.


한국에 바우하우스 디자인을 들여오고 싶었던

지금의 우수민 대표와 류민수 대표.

다양한 제품을 접하고, 제품을 설명하거나

알기 위해 공부의 공부를 거듭했다.


그 누구도 가르쳐주거나 알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관련 서적과 정보를 끊임없이 공부하며,

독일 현지 브랜드도 인정하는 깊이 있는

지식을 갖게 됐다.


그리고 바우하우스 100주년을 기념해 2019년 열린

서울의 한 페어에서, 두 대표는

바우하우스 오리지널 브랜드들의 제품을

처음 선보이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미뗌바우하우스의 조명들은 공간을 지배하는 매력이 있다


Bauhaus = TIMELESS


평범하게 살아가던 두 사람이

바우하우스 오리지널 디자인에

푹 빠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두 대표가 지향하는

삶의 가치와 맞물려 있다.

질리지 않고 오랫동안 쓸 수 있는

타임리스(Time-less) 가치를 지닌,

그리고 단순한 유행이 아닌 존재에도

의미가 있는 제품. 그리고 누군가

내 공간에 들어왔을 때,

그 제품을 통해 좋은 기운까지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이런 가치를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

주변 지인들의 권유와 간곡한 요청으로 그들은

서촌에 쇼룸을 오픈하게 된다.


그리고 선택한 네이밍,

'미뗌바우하우스'


'바우하우스'를 브랜드에 반영하며 느낀

어깨의 짐을 두 대표의 안목과

누구보다 신경 쓴 셀프 인테리어로 승화해

그렇게 가치 있는 공간이 탄생했다.


미뗌바우하우스 쇼룸 탄생 전


그리고,

두 대표의 손길을 직접 거친

셀프 인테리어의 결과는

 

바우하우스 디자인을 한 곳에서 보고 싶다면 답은 이 곳


취향가들의 궁극의 취향, 바우하우스


두 대표가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일까.

바로 취향이 확실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때다.


바우하우스 디자인을 좋아하는 한국인이 많아지고,

저변이 확대되는 것도 의미 있지만,

점점 더 까다로워지는 소비자의 취향의

마지막에 있는 디자인,

수많은 소비 끝에 마지막으로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을 소개하는 것이 두 대표는 행복하다.


바우하우스 디자인이 태동한

독일 현지에서도 역시,

디자인은 바우하우스로 종결된다.


그리고, 그들이 바우하우스에 반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바우하우스 디자인의 상징, 심플한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스위치


독일 학생들은 첫 아르바이트 월급으로 꼭 '도어 핸들'을 산다. 그 의미는 무엇일까?


*그로피우스 핸들(Gropius handle)


하루 중 가장 많이 마주치는 것 중 하나인 도어 핸들

현대 디자인 시초라고 볼 수 있는 제품으로

손잡이를 잡았을 때 손에서 알맞게

감춰지는 크기로 디자인된 제품


이 제품은 독일 데 사우 바우 하우스의

창립자였던 그로피우스의

모더니즘 이상을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1923년 처음 디자인 생산되었으며

바우하우스 건물의 특징이 됐다.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 디자인은

원통형 손잡이, 직각 연결부,

그리고 작은 사각형 플레이트로 구성된다.


독일의 저명한 역사학자

지크프리트 그로너트(Siegfried Gronert)는

이 제품을 기본 입체의 기하학적 형태로

의식적으로 디자인된 정말

최초의 대량 생산 손잡이라 불렀다.


이 손잡이는 빠르게 유명 해졌고 ,

테크노라인(Tecnoline) 라이선스로 여전히 생산 중

현재도 전 세계의 메인 디자인 컬렉션에 등장하며,

런던 빅토리아 앤드 알버트 박물관의

영구 컬렉션에 소장돼 있다.


1910년대 가로등을 닮고, 떠 있는 보름달을 모티프로 한 조명, 리처드 도커 교수 작품


*BST23 (중간 테크노 루멘의 조명)


헝가리 화가이자 디자이너인

Gyula Pap의 1923년 디자인 플로어 램프.


1923년 바우하우스의 모델하우스 전시였던

'Haus am Horn'에서 전시한 램프로

그때까지 많은 장식적인 디자인의 램프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선보인 모던한 디자인으로

모든 콜렉터들이 수집하고자 했던 디자인.


당시 많은 금과 은을 다뤘던 디자이너들은

금속을 다루는 것에 거부감이 많았다.


Moholy-Nagy와 Gropius의 지속적인 설득으로

전시를 위한 제품들이 만들어졌고

당시 은으로 된 접시와 촛대를 만들었던

Gyula Pap의 디자인인

이 램프의 성공적인 반응으로 인해

많은 디자이너들이 산업 디자이너를 시작했다.


버펄로의 강인함을 느낄 수 있는 가죽 체어, 탄성만으로도 감탄을 자아낸다


말해 무엇할까, 테크노 루멘의 시그니처 조명. 빛을 지배하는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준다


독일에서 아뜰리에를 운영하는 건축가, 그리고 토넷과 테크노 루멘의 협업으로 탄생한 2020년 신상 조명


미뗌바우하우스의 조명을 보고 있자니,

금속으로 대표되는 또 다른 마스터,

라즐로 모홀리 나기의 명언이 떠오른다.


'빛과 그림자를 지배하는 디자이너가

다음 세대도 지배할 수 있다'



가장 한국적인 곳에서
가장 세계적인 것을 만나다


많고 많은 동네 중에 굳이

서촌에 안착한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이유가 있었지만,

바우하우스 디자인을 품을

개연성 있는 건물의 외관부터 인왕산의 뷰,

그리고 전통이 깃든 동네가 어디일지 고민했다.


실제로 미뗌바우하우스가 위치한

종로구 누하동의 '무목적' 건물은

외관과 어울리는 다양한 브랜드와

색깔 있는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기로 입소문을 탔다.


서촌 특성상 쉽게 접하기 어려운

독특한 외관에 개성 있는 브랜드들의 만남,

어쩌면 전통적인 모습이 강한 서촌에

현대의 색을 섞어 공존하고 있는 모습이다.


미뗌바우하우스 쇼룸이 위치한 서촌 '무목적' 빌딩

관광객 중심의 도시에서

변하지 않음을 좋아하는

취향객들이 방문하고 있는 서촌.


미뗌바우하우스도

지금의 서촌의 색에

큰 획을 긋고 있다.


다양한 바우하우스
오리지널 제품을 만날
손꼽히는 공간


류민수 대표는

독일의 마이스터 정신이 낳은

바우하우스의 다양한 디자인을

국내에 더 소개하고 싶다고 말한다.


지금은 바우하우스

오리지널 브랜드들을

조금씩 소개하고 있지만,


더욱 많은 제품을 더 큰 공간에서,

완벽에 가까운 바우하우스의

정신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마리아네 브란트 스토리텔링과 함께 바우하우스 정신을 소개하는 류민수 대표


칸딘스키, 몬드리안, 클레 등 세계적 거장들에게도 영향을 준 바우하우스


오리지널만한 것이 없다는 말이

진리처럼 느껴졌던 바우하우스 디자인,

그리고 그 앞에 미뗌바우하우스를 통해

공간과 스토리를 공유하고자 하는

두 대표의 잔잔하지만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이

진심으로 전달된 시간이었다.




* 많은 뗌바우하우스의 모습*



- 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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