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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오빠 Jan 14. 2021

호캉스 트렌드, 커뮤니티로 진화할까?

로컬에 색을 입히는 사람들

숙박 산업에 숙제를 남긴
코로나19와 새로운 세대

숙박 시설을 소비하는 일반인의 입장에서 호텔은 럭셔리 등급의 브랜드와 적당히 대중적인 브랜드를 애용해왔다. 적어도 필자에게 럭셔리 등급은 파크 하얏트, 반얀트리, JW매리어트, 인터컨티넨탈 등 주로 글로벌 호텔 체인에 속해 있는 경우가 많았고, 적당히 대중적인 브랜드라 함은 베스트웨스턴 등 여행 방문지마다, 로컬 단위에서 묵을 수 있는 준수한 시설의 호텔이었다.


하지만 점점 더 럭셔리와 퍼블릭 브랜드사이의 미드 레인지(mid-range)급 호텔의 부재, 그리고 특히 퍼블릭 브랜드의 차별화가 부족해 아쉽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그런 탓인지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자발적 고립' 트렌드는 에어비앤비나 스테이폴리오와 같은 차별화된 숙박 플랫폼에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다수가 밀집하지 않은 여행지와 숙박시설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출처: 스테이폴리오)

기존 호텔 체인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등급별 일관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개인의 취향보다는 다수의 만족을 위한 효율적인 운영을 장점으로 내세웠지만, 앞으로도 유효한 비즈니스일지 궁금해진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로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급부상했고, 기성세대와 크게 다른 밀레니얼 이후 세대가 경제의 주축으로 부상하며 공간 제안이나 운영 방식의 변화가 필요해 보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문화 형성을 위한 공간 제안,
매리어트 인터내셔널의 목시(Moxy)

호텔 산업은 본질적으로 부동산 산업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상당히 보수적이라는 선입견이 있고, 실제로 그런 부분들이 많다. 그럼에도 시대와 세대의 변화에 어떻게든 발맞춰 보려는 시도도 있을 법한데, 그러던 중 매리어트 인터내셔널의 목시(Moxy) 브랜드를 알게 됐다. 

목시 브랜드의 성공 사례 중 하나로 꼽히는 목시 타임즈 스퀘어(Moxy Times Square)

목시는 베스트웨스턴 등 변화가 적었던 '적당히 대중적인 호텔 시장의 다음 단계, 혹은 새로운 변화'로 포지셔닝하기 좋은 콘텐츠를 갖고 있다. 기존처럼 단순히 공간이나 서비스의 질로 등급을 구분하는 방식과는 다른 접근을 취하고 있는데, 지역(로컬)과 방문객(어쩌면 지역 주민까지)의 성향을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지속 가능한 공간과 브랜드로 자리 잡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커뮤니티로서의 진화에 적극적인 모습 (출처: 목시 타임즈 스퀘어 인스타그램)

이것은 브랜드의 힘을 앞세워 효율적인 호텔 운영을 통한 수익 극대화에 추구하던 방식과는 다른 접근인데, 호텔의 하드웨어적인 아이덴티티는 유지하되 지역의 특징을 고려한 공간 기획과 설계라던지, 다양한 소프트웨어적 차별성을 가져가기 시작했다(또는 운영의 중요성도 간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사동에서 시작된 한국의 목시,
차별화된 로컬 비즈니스 위한 첫걸음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 50여 개 이상 분포된 목시는 한국에도 있다. 인사동이자 종로 익선동 초입에 위치한 목시 인사동은 기존 목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경험해볼 수 있는 좋은 체험 공간이다. 

익선동 초입에 위치한 목시 인사동

목시는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별도의 리셉션이 존재하지 않고 바(Bar)에서 체크인-체크아웃을 도와준다는 점, 방문객의 자연스러운 커뮤니티화를 돕기 위한 공간 기획, 그리고 목시가 지향하는 콘셉트를 분명히 보여주는 여러 장치들이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요즘 말로 '힙'의 키워드를 따라가고 있는 목시

체크인-체크아웃이 진행되는 동안 방문객은 사람들이 어떻게 어울릴 수 있는지, 내가 방문한 이곳이 어떤 모습인지 감상하거나 상상할 수 있는 짧은 시간을 갖게 되는데, 일반적인 호텔의 폐쇄성을 고려해봤을 때 밀레니얼 세대가 원하는 '노는 방식'을 어느 정도 간파한 듯하다.

체크인-아웃이 진행되는 16층 바와 루프탑

일하고 싶은 사람은 편하게 노트북으로, 대화하고 싶은 사람은 편안한 좌석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상상. 입실객이라면 자유롭게 활용 가능하다고 느껴지는 공간들 또한 기존 호텔에서는 찾기 어려운 부분이다. 커뮤니티 결속력 강화나 입실객 만족도, 장기 투숙객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가 운영되기만 한다면, 상당히 흥미로운 장면들이 많이 생길 것 같은 공간이다.

취식, 대화, 업무 등 투숙객이 원하는 공간 소비가 가능하다
매거진 덱에서도 목시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느낄 수 있다
셰프가 만들어주는 음식부터 자율 자판기까지 투숙객의 선택이다
공용 공간이 아니어서 아쉬웠지만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



목시 서울은 더 나은 호텔 경험을 위한 모양새와 준비는 어느 정도 끝난 듯한 인상을 받았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 단순히 투숙객 유치를 위한 기존 호텔 운영 방식을 따르기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의 방문 리텐션을 목표로 한 새로운 시도와 창의적인 운영의 묘가 언제부터 이뤄질지 궁금해진다.


더불어 메리어트의 느낌을 강하게 받지 않았던 점도 오히려 좋았던 부분이다. 기존처럼 메리어트의 브랜드 파워로 홍보, 마케팅을 한다면 솔직히 그런 호텔들이 너무 많아서 요즘 시대에는 오히려 매력도가 떨어지기도 한다. 로컬 기반 비즈니스, 활성화가 차별점인 목시 브랜드의 가치에 따라 인사동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기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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