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한 번이라도 관심을 갖거나, 중국 문화나 비즈니스에 대해 한 번이라도 접한 사람이라면 필히 알게 되는 중국어 표현이 있다. '꽌시'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관계' 영어로 번역하면 'relationship'이라는 단순한 단어지만 꽌시의 내막과 케미스트리는 한 마디로 표현하기에는 너무나도 미묘하기 때문에 중국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문화에 대한 존중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꽌시라는 표현을 직역해서 사용하는 아마추어젹 오류는 범하지 않는다. 꽌시는 그 자체가 별도의 의미를 지니는, 특별한 단어로 사용한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도 다른 문화권의 언어로는 완벽하게 번역될 수 없는 단어가 당연히 있다. 이 중 여기서 같이 고민해봤으면 하는 단어는 바로 '갑'과 '을', 갑을관계이다. 한국 시장이 중국 시장에 견줄만한 규모의 것이었다면 그 복잡 미묘함에 있어 어찌 보면 '꽌시'보다 더 주목받았을 단어인데. 안타깝게도 현실은 5과 137의 차이.
한국의 갑을 관계. 갑과 을. 몸에 배어있으며, 의식하는 동시에 무의식 속에 스며들어있다. 문화와 일상생활 곳곳에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으며 반복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계약서에서 등장하던 '갑'과 '을'은 왜 그리고 어떻게 우리의 경제, 사회, 생활 전역에 거쳐 속속히 침투하게 되었을까. 왜 유독 대한민국은 갑을병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을까. 이 현상은 무엇이고, 어떤 형태로 발현되고 있으며, 사람들의 사고를 어떻게 변형시키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본다. 안타깝게도 아직 답은 찾지 못했다. 그저 그 현상, 'phenomenon' 자체를 관찰하는 것 만으로도 내 그릇으론 벅차다.
하지만 관찰하고, 기록하다 보면. 언젠간 나 스스로 납득할 수 있을만한 답이 생기겠지 라는 마음으로 -
관찰해본다. 기록해본다. 언젠간, 답도 찾을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