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기획은 이렇게 시작하는 것이더라
세계문학상 응모가 끝나기도 전에,
지루할 틈도 없이,
독립출판 클래스를 신청했고,
나는 정신없이 출판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물론 나도 줄줄이 소시지마냥 약속이 달려있으나,
남들은 먹고, 쉬고, 즐기는 이 연말에,
강박적으로 사는 것 아니냐 한다면,
사실, 짜릿하다.
나의 천직이 글 쓰는 것,
책 읽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설레고 활력이 돈다.
물론 문학상 응모작 준비 당시,
역사의 눈물이 한없이 괴로웠고,
고작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이 무력했으며,
9개월의 슬럼프는 자괴감마저 불러왔지만,
이 과정을 사랑하게 되어 버린 나를,
연약한 나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독립출판 클래스 책방지기이자 작가님인 선생님은,
이번 주 한 가지 숙제를 내주셨다.
”각자의 방식으로 독립출판 기획서 제출하기 “
수업을 듣는 내내,
그리고 출퇴근하는 지하철에서,
무엇을 쓰면 좋을까 고민했다.
사실 판매를 위한 상업용 책을 쓰려고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인류애를 말하는 것과 동일하게,
글로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사람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저력을 뼈저리게 실감하는 요즘,
나는 나를 지키고 나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전업작가로서 돈을 많이 버는 게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가난이 예술이 되는 것은,
아름다워 보이는 이면에,
어쩌면 잃고 싶지 않은 나의 정체성마저도,
타협하게 되는 지점을 맞닥뜨려야 하지 않나,
그런 고민으로 심란한 요즘이었다.
그래서 북페어에서 팔 수 있는,
더 나아가서는 스마트스토어에서 팔 수 있는,
그런 책을 출간하고자 했다.
그러다 문득,
외할머니의 팔순이 코앞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할머니의 일생에 대한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굉장히 외할머니에게 살가운 손녀인 것 같이 보이지만,
사실 나는 외할머니와 그다지 친하지 않다.
우리 외할머니의 삶은 기구하다.
같은 여성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파란만장한 삶을 사셨다.
그때의 어른들이 그러했겠지만.
그녀의 삶을 이해하면서도,
나는 할머니에게 다가가는 것이 늘 어려웠다.
강인한 생활력을 지닌 여성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할머니는 무뚝뚝했고,
안정을 추구하셨으며,
늘 모든 사소한 것을 걱정하셨다.
나는 그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안정보다는 모험,
희생보다는 감정의 풍요를 함께 누리기 원했고,
걱정보다는 응원을 원했기에,
항상 무언가가 어긋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늘 할머니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호기심 어린 갈망이 뻐근하게 가슴 부근에 걸려 있었다.
그렇다면 팔순도 다가오겠다,
선물로 할머니의 일생을 소설로 써보는 것이 어떨까,
문득 떠올랐다.
목표는 할머니의 팔순 잔치인 3월 7일.
여수에 온 가족들이 모일 때,
할머니의 일생이 담긴 책을,
할머니와 가족들에게 선물로 주는 것.
할머니를 기억하고자 하는 이들이 타깃 독자이며,
발행부수는 대략 100권 내외.
수익을 위한 마케팅 전략은 없다.
글의 형식은 소설 구성의 수필.
생각하는 본문은 대략 세 쳅터로,
제1장은 할머니의 시선으로 그린 할머니의 엄마의 일생,
제2장은 할머니 자신이 보는 자신의 일생
제3장은 할머니가 바라본 우리 엄마의 삶.
제목은 아직 미정이나,
할머니가 불리고 싶은,
자신의 삶에 대한 요약을 미사여구로 쓸 생각이다.
이 야심 찬 계획을 말하니,
아빠가 너무도 기뻐하며,
출판 비용을 대준단다. 오예.
출판까지 타이트한 일정이라,
과연 내가 마감을 맞출 수 있을지,
나도 나를 확신할 수 없고,
인터뷰에, 초안 작성에, 합평까지,
해야 할 일 투성이라 걱정도 되지만,
기대감으로 부풀어 오른다.
나의 출판사의 첫 프로젝트.
인간의 일생이 업적이 되는 문학.
그 첫출발을 이제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