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간은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까?
무작정 출판사 대표가 되어 보겠다고 선언한 후,
책 한 권이 나오는 전반의 과정을
알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더랬다.
실행에 앞서 깊은 고민을 하지 않는 나의 본성답게,
나는 곧바로 독립출판 수업을 신청했다.
사실 장소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칼퇴하고 달려가도 1시간 30분이 아슬아슬했으니까.
귀가할 생각을 하면 더욱 암담했다.
그래도 뭐, 이주일에 한 번이니까.
그리고 책을 꼭 내 손으로 만들어 보아야겠으니까.
사실 굳이 이 먼 곳을 택한 이유는 거창하지 않았다.
당장 하고 싶은데 연말에 수업을 하는 곳이
내가 알기로는 여기뿐이었고,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 같았기에.
신기한 건,
내가 이 책방에서
독립출판 수업을 듣는다고 하자마자,
2명의 지인이 자신도 이곳을 안다며
응원했다는 사실이다.
수업은 다락방에서 이루어졌다.
다락방 속에는
어린 시절 꿈에서나 그렸던 아지트가 있었고,
어쩐지 퇴근하는 그 시간까지도
고민했던 순간들을 무색하게 했다.
시선을 빼앗는 고양이를 애써 외면하며,
수업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오랜 세월 독립출판의 세계에 머물렀던
책방지기의 현실적인 조언이,
누군가에게는 녹록지 않은
출판 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심기에도 적당했으나,
나는 수업 내내 설렘과 평안을 느꼈다.
이곳이 내가 있어야 할 자리구나.
어쩌면 나의 인생의 전환점이
이 지점이 될 수도 있겠구나.
때가 오고 있구나.
그런 설렘과 기시감에 흠뻑 젖었다.
수업을 듣는 내내 곰곰이 생각했다.
내가 쓰고 싶은,
처음으로 출간하고픈
나의 첫 책의 글감은 무엇이 될까?
여러 가지가 떠올랐다.
발레일지?
소설?
만찬?
타르틴?
그러다,
출판사를 차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
출판사를 만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프로젝트.
그것이 떠올랐다.
수익구조를 명확히 꿰뚫는 책방지기와는 달리,
솔직히 나의 프로젝트는
지극히 슬프게도 돈이 될 것 같지 않았다.
그럼에도 왜 그것이 하고 싶으냐 묻는다면,
살아낸 것 자체를
문학의 업적으로 인정하는 출판을 하고 싶기 때문에.
늘 그랬다.
사람들의 겉면이 아닌 깊은 이야기를 듣고 나면,
더 이상 그 사람을
뼛속까지 새기며 미워할 수가 없었다.
미워도, 미움에는 한계가 생겼다.
때로는 한 인생들이 너무도 가여워,
아픔들을 목도할 바에야
그냥 그의 품으로 가고 싶었다.
눈물을 줄줄 흘리며 따져보기도 했다.
나는 어쩔 수 없다.
그들의 인생을 알아가는 것이 벅차지만 끌린다.
그렇기에 인생을 수집하고 싶다.
그리고 전시하고 싶다.
모두가 그저 사라질 한 사람의 인생을
기억할 수 있도록.
사진의 한 장면으로서가 아니라,
인생의 단편이 아니라,
실패하고 발버둥 치고 성장하려 애썼던 전체로,
그 모든 인생들을 너그러이 받아줄 수 있도록.
그 프로젝트의 서막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5년의 끝자락에, 이곳에서.
어쩌면 무언가가 시작될지도 모를 끝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