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현혹하는 것들
여행을 준비하고 할 때였다.
당연히 시작은 검색이다.
N사, D사, G사에서 여러가지 검색어를 입력한다.
누군가의 경험이 녹아있는 블로그가 단연 쓸모 있어 보인다.
나름 검색에 대해 얕게 알고 있기에 광고글은 발라낼 자신이 있었다.
형저메의 자신감.
읽다보니
요즘 블로그 글은 어쩜 글이 이리 쫀득하며 (=생각없이 읽기 좋고)
글과 사진의 황금비율에 (=글 10% 사진 90%)
자신의 상황도 적절히 알려주고 (=대부분 자랑질, '저는 __한 편이라...'이런 식)
마지막에 요약까지 (=세줄 요약. 결국 글은 큰 내용없단 뜻)
Amazing!
그 중, 특히 꿀팁이란 제목의 유혹은 어마무시했다.
얼마나 개이득이기에 꿀팁이라 했을까.
그곳에 사는 혹은 너무 잘 아는 사람들만 알 수 있을 거 같은 그런 정보들만 있을 거 같은 유혹.
쇼핑 꿀팁, 교통 꿀팁, 택시 꿀팁, 호텔 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꿀팁...
단 것에 대한 탐닉 때문일까...꿀팁의 블로그는 저절로 150% 집중해서 보게된다.
옆에 에버노트 켜놓고, 꿀팁이란 걸 두서 없이 적었다.
난 단지 잊지 않으려 기록한 것이지 꿀팁을 할 생각은 그다지 없었다.
정보탐색이 끝나고 실행에 옮기기 위해 일정짜는 날, 다시 꺼내본 꿀팁 목록.
왠지 꿀팁에 적은 것을 안 사거나, 안 보거나, 안 하면 안 될 것 같은 희한한 불안감이 엄습했다.
덕분에 일정은 차츰 상당 부분이 꿀팁으로 발라졌다.
노트 자체가 존예꿀.
꿀팁이 사실일진 모르겠지만 한다고 해도 손해볼 일은 딱히 없겠지란 생각.
Must Do 보단 Must Buy, Must Eat...결국 구매목록 리스트가 되버렸다.
각종 블로거들이 혼합해 준 꿀팁으로 도배된 여행을 다녀온 뒤 문득 꿀을 찰지게 빨고 왔는가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에버노트를 열면서 여행을 복기해봤다.
So.그래서 꿀팁 내용을 보다보니 이런 분류가 생겼다.
꿀팁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되었다.
1.
진짜 개이득의 꿀팁이다.
금액을 반으로 만들어주는 신공,
걷는 거리를 1/10으로 줄여주는 팁,
한국 마트에서 가격보곤 순간 급행복함을 느끼게 해줬던 상품목록, 등등.
근데 이런 꿀팁은 생각보다 많진 않았다.
생각해보면 분명 블로거도 여행자였을 것이고, 짧은 시간동안 농도 짙은 꿀팁을 만들리 만무했을 것이다.
때문에 레알 꿀팁이라하더라도 생활의 짙은 내공이 아닌 여행자의 현상적 지식, 즉 요령이었다.
그럼 어떠랴. 나도 여행자였으니 도움이 된 건 부정할 수 없다. 되려 더 적합하기까지 했다.
2.
꿀팁이라기보단 그냥 정보다. 조금만 서핑하면 알 것들.
쉽게 생각하면 피키캐스트처럼 세상에 퍼져있는 정보를 묶고, 모아서 의미있어 보이게 만든 것이다.
찾아보는 시간을 줄여준다는 점에는 유용했으나, 노하우는 아닌 정보들이었다.
그냥 경험을 중심으로 한 팩트. 그 이상-이하도 아닌 수준 말이다.
그래도 모를 수 있는 걸 짚어줄 수 있으니 팁이긴 하다. 꿀인진 모르겠지만.
3.
꿀팁의 허울을 쓴 자랑질이다.
특히 쇼핑이나 맛집 등에 쓰여진 꿀팁은 상당수가 자랑질 또는 자기 선호였다.
그냥 자신이 간 곳이 맛집이고 좋은 곳인양 허울을 엮기 위해 꿀팁이라 말하기도, 쇼핑 상품을 자랑하기 위해 Must Item인 척하려 팁을 말하기도 했다.
이렇게 적은 꿀팁은 막상 여행지에서 적잖은 실망감과 짜증을 유발했다.
게다가 Must Item이라니 살 필요도 없는 것들을 왠지 사야만 할 거 같고. 괜한 고민을 했다.
풍경 한번 더 볼 시간에 쇼핑몰에서 발품이나 팔고 있었다.
'어머 이건 꼭 사야해'하는 것 낚인 한국 관광객들은 하나같이 쇼핑 바구니 수북히 쌓아 돌아다니는 우스꽝스러운 풍경도 연출됐다.
지식이 얕으니 호객행위에 넘어간 호갱이 된 셈인데.
앞으로 똑같은 상황이 펼쳐져도 아마 난 꿀팁의 유혹을 이겨낼 것이란 장담은 못하겠다.
아마 굴복하겠지. 똑같이 반복하겠지.
여행이란 타인이 만든 꿀팁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예측 불허의 상황과 새로움을 만끽하고 그 속에서 풍경과 결과를 즐겼어야 하는데...
여행에서조차 여유를 못가졌나 싶기도 하다.
지도만 한장 달랑 들고 한달 넘게 유럽을 쏘다니던 그 때가 있었는데.
정보라곤 때꼽만치만 알고도 즐거웠던 그 때처럼 다시 불안함과 예상 밖의 일들을 즐길 여유를 찾아야겠다.
그럼 분명 다음의 여행은 다르지 않을까.
쓰다보니 휴가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