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비, 로버트 보노
꽃 중에 유난히 양귀비는 불어오는 바람에 맥을 못 춘다.
바람 좀 분다 싶으면 바람 반대방향으로 누워대느라 정신이 없다.
유독 얇은 꽃잎이 찢기진 않을까 싶을 정도다.
바람이 그쳐도 제자리를 못 찾고 힘없이 나풀대기만 한다.
양귀비는 붉은 꽃이다.
슬쩍 해라도 비치면 꽃잎에 투과되는 햇살 덕에 다홍빛이 된다.
꽃잎의 교집합은 피같이 붉기도 하다.
바람이 불고, 햇살이 비치면
꽃은 쉴새없이 빨강과 다홍을 오가며, 정신없이 펄럭인다.
바쁜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