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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ng Ha Jan 15. 2021

워킹데드, 번역전쟁, 바르셀로나, 비엔베니도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그런데 말이야. 과연 그걸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

강화김 <음복>

식욕밖에 남지 않아서 결국에는 우리를 물어 뜯어버릴, 그러나 제 몸뚱어리 하나 제대로 가누지 못하여 비틀비틀 느릿하게 걸어오는 좀비를 미처 피하지도 함부로 공격하지도 못하는 것은, 그 괴물이 내 가족이나 친구의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이고 가부장제도 그래서일까, 생각해보았다.     



“불필요한 기억은 제거해야지. 공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하니까.”

김초엽 <인지공간>

세 번역을 비교하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충실성과 가독성이 서로 상반된 개념이 아니라 오히려 함께 간다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번역 불가능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서로 다른 언어 사이의 근본적인 차이는 번역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다시 번역의 존재 이유가 된다. 번역가 정혜용이 《번역전쟁》에서 자신 있게 말했듯 "번역은 불가능하지 않다"라고 단언할 순 없지만, 번역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오역과 의역이 발생하든 간에 결국에는 이것이 서로 다른 두 세계 간의 이해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번역은 언제나 가능성의 영역에 있다고 생각한다. 는 사실 김초엽의 다른 단편들을 읽으며 떠올린 글이고 <인지공간>을 읽으면서는 작가의 소설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기억과 망각, 선택과 배제, 보편성과 특수성의 문제를 근대성과 식민성의 관점에서 풀어내고 싶다고 적어 놓았다.     



“아이고, 주연씨. 여기는 꽃길이다, 꽃길!”

장류진 <연수>

이렇게 일상적이고 이렇게 따뜻할 수가.     



“이 단편소설은 누군가의 세계가 얼마나 천국인지 보여주고 싶다는 단순하고 직접적인 나의 울분에서 시작된 것이다.”

장희원 <우리(畜社)의 환대>

시종일관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그래서 우리가 더 이상 가족이 아니라 남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마침내 우리(畜舍)는 천국이 되어 절망감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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