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강화김 <음복>
식욕밖에 남지 않아서 결국에는 우리를 물어 뜯어버릴, 그러나 제 몸뚱어리 하나 제대로 가누지 못하여 비틀비틀 느릿하게 걸어오는 좀비를 미처 피하지도 함부로 공격하지도 못하는 것은, 그 괴물이 내 가족이나 친구의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이고 가부장제도 그래서일까, 생각해보았다.
김초엽 <인지공간>
세 번역을 비교하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충실성과 가독성이 서로 상반된 개념이 아니라 오히려 함께 간다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번역 불가능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서로 다른 언어 사이의 근본적인 차이는 번역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다시 번역의 존재 이유가 된다. 번역가 정혜용이 《번역전쟁》에서 자신 있게 말했듯 "번역은 불가능하지 않다"라고 단언할 순 없지만, 번역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오역과 의역이 발생하든 간에 결국에는 이것이 서로 다른 두 세계 간의 이해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번역은 언제나 가능성의 영역에 있다고 생각한다. 는 사실 김초엽의 다른 단편들을 읽으며 떠올린 글이고 <인지공간>을 읽으면서는 작가의 소설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기억과 망각, 선택과 배제, 보편성과 특수성의 문제를 근대성과 식민성의 관점에서 풀어내고 싶다고 적어 놓았다.
장류진 <연수>
이렇게 일상적이고 이렇게 따뜻할 수가.
장희원 <우리(畜社)의 환대>
시종일관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그래서 우리가 더 이상 가족이 아니라 남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마침내 우리(畜舍)는 천국이 되어 절망감이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