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 본 영화는 30편. 드라마/애니는 21개 시리즈. 영화는 예년보다 많이 줄었고, 드라마/애니 시리즈는 늘었다. 집콕한 시간이 길어서일지도.
올해의 영화는 역시나 <헤어질 결심>. ‘좋다’를 넘어 앓게 만드는 작품은 오랜만이었다. 헤결이 비틀려있는 듯하면서도 리얼리즘의 영역에 있다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그야말로 현실과 상상력을 절묘하게 결합시킨 작품. 멀티버스는 결국 현실에 대한 불만이 모티브일텐데 그 불만의 정수를 드러냄과 동시에 상업영화스러운 모범답안을 위화감없이 내놓는 솜씨가 일품. 그리고 너무 늦게 접했지만 현실을 감안했을 때 올해의 작품이라 꼽기에 손색이 없는 <사이코 패스> 시리즈까지. 영상 콘텐츠 감상에 있어서 평작은 충분히 넘기는 한 해였던 것 같다.
헤어질 결심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사이코 패스 1-3기 / 사이코 패스 극장판(2015) / 사이코패스 SS 시리즈 / 사이코패스: 퍼스트 인스펙터
멀티버스가 유행이다. 아, 나의 펼쳐보지 못한 수많은 가능성들, 그때 이랬다면 저랬다면, 이럴 껄, 저럴 껄 껄무새의 합창. 아무튼 만족스럽지 못한 현생에서 왓 이프의 망상을 펼쳐보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기에 이해는 되지만 거기에 매몰되면 눈앞의 현실이 망가져간다. 이걸 연출로 탁월하게 표현한 건 <에에올>이지만 어쨌거나 ‘어떤 가능성’을 좇는 이야기가 많은 건 징후적. 이러나저러나 마이너한 나의 취향에 맞고 이 멀티 버스 유행에 대한 나름의 결론을 내려놓고 있는 시리즈는 <다다미 넉장 반 세계일주>인데 마침 디즈니 플러스에 후속편이 나와서 재밌게 봤다. 마블 시리즈의 멀티버스 콘텐츠는 나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뼈를 때리지도 않는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의 느낌을 이어가고 있고, 현실판으로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을 잘 풀어낸 작품으론 <북스마트>를 꼽을 수 있겠다.
닥터스트레인지2 / 완다 비전 / 왓 이프 시즌1 / 다다미 넉장반 타임머신 블루스 / 러시아인형처럼 시즌2 / 엔칸토 / 북스마트 / 벨파스트 / 힐다: 마운틴킹
이게 픽션인가 시사 프로그램인가 생각해보게 되는 작품들. 아카데미를 휩쓴 <코다>는 원작인 <미라클 벨리에>보다 너무 매끄러워져서(?)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어쨌든 호불호를 따지자면 좋은 편이었고, 스필버그판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와 대놓고 스탠드업 코미디마냥 현실을 풍자한 <돈 룩 업>, 왠지 지금 만들어졌어야 할 것 같은 적절한 타이밍에 나온 기예르모 델 토로의 <나이트메어 앨리>는 미쿡의 난장판을 통해 한국의 몇 년 뒤를 보는 거 같은, 불안한 예감을 부르는 작품들이었다. 희망이 있다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나 <걷기왕> 같은 작품들에 묻어나는 정서겠지.
돈룩업 / 사이버펑크 엣지러너 / 나이트메어 앨리 / 브로커 / 더 배트맨 /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 /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 손끝으로 빚어낸 시네마 /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 코다 / 걷기왕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디즈니 플러스에 공개된 스타워즈 시리즈들은 정말.. 뭐랄까.... 감동에 감동을 쏟아낼 정도는 아닌데 뭔가 그에 견줄만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만달로리안이나 안도르는 지금까지 나온 에피소드만으로는 어중간하지만 대작의 반열에 오르겠다, 오를 것 같다는 느낌적 느낌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듯 하다. 마블 스튜디오 역시 <문나이트>를 통해 <제시카 존스>나 <데어데블>의 첫 시즌마냥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서 건재함을 과시한 듯.
해리포터 20주년: 리턴 투 호그와트 / 만달로리안 시즌1-2 / 오비완 케노비 / 북 오브 보바펫 / 안도르 / 문나이트 / 명탐정 코난 극장판: 핼러윈의 신부
스타일리쉬하게 풀어내느냐(리코리쉬 피자, 프렌치 디스패치), 돌직구를 던지느냐(파워 오브 도그, 드라이브 마이 카)의 차이는 있겠으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담고있는 작품들은 여운이 길게 남는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주연보다 조연들에게, 정확히는 그/녀들의 ‘동기’에 이입했던 작품이고, <프렌치 디스패치>는 특정 캐릭터가 아닌 이 이야기를 모아서 들려주고야 마는 그 목소리의 욕망에 이입하며 봤던 것 같다.
리코리쉬 피자 / 드라이브 마이 카 / 파워 오브 도그 / 파워 오브 도그: 제인 캠피온이 말하다 / 타미페이의 눈 / 프렌치 디스패치 / 더 레이디 인 더 밴
다음이 또 있겠지. 그저 기다릴 뿐입니다. 아, <스파이 패밀리>는 꼭 보세요 ㅇㅇ
이세계식당2 / 디스인챈트 시즌4 / 러브, 데스, 로봇 시즌3 /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 스파이 패밀리 / 토르: 러브 앤 썬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