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때와 시기에 감사하는 우리의 삶
주관적인 '때'와 '시기': 어릴 적 덕담과 그 의미
어릴 적 길에서 어른들을 우연히 만나면, 인사를 드리고 천 원 혹은 만 원짜리 지폐를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꾸벅 인사하고 감사의 표현을 드린 후에는 항상 이런 덕담이 따랐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거라.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그러나 그 시절 공부는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고, 때로는 지루하기까지 했습니다. 부모님이나 학원 선생님께서는 항상 말씀하셨습니다.
'무엇이든 다 때와 시기가 있어. 지금은 학생일 때니 열심히 공부해야 할 때야.'
이러한 어른들의 조언은 어떤 아이에게는 동기부여가 되었을지 모르지만, 다른 아이들에게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는 '때'와 '시기'라는 시간적 개념이 매우 주관적이며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기 때문입니다. 각자가 느끼는 적절한 때와 시기는 다를 수 있으며, 이것이 각 개인의 현재 상황과 감정에 따라 다르게 작용하기 마련입니다.
동양 철학에서의 '때'와 '시기'의 사유: 노자 도덕경
과연 '때'와 '시기'라는 것은 동양 철학에서는 어떻게 사유되었을까요? 동양 철학의 거두로 여겨지는 노자는 도덕경 29장에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將欲取天下而為之(장욕취천하이위지) - "세상을 얻고자 하여 그것을 억지로 이루려는 자는"
吾見其不得已(오견기부득이) - "나는 그 일이 이루어지지 못함을 본다"
天下神器(천하신기) - "세상은 신비로운 그릇과 같아서"
不可為也(불가위야) - "인위적으로 다뤄서는 안 된다"
為者敗之(위자패지) - "억지로 하려는 자는 그것을 망친다"
執者失之(집자실지) - "억지로 붙들려고 하는 자는 그것을 잃는다"
이를 통해 노자는 자연의 질서에 맞는 적절한 '때'에 순응하는 것이 바람직한 삶의 방식이라고 강조합니다. 인간이 고유의 시기나 타이밍에 따라 인위적으로 개입하려는 시도를 경계하며, 모든 일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때 진정한 조화와 균형을 이루게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성경에서 때와 시기: 모세 이야기
성경에서 하나님이 보여주신 때는 어떨까요? 놀랍게도 하나님은 택하신 인물들의 자연스러운 삶의 관성을 종종 거스르는 계획을 보여주셨습니다.
대표적인 주인공은 출애굽기의 모세입니다. 히브리인으로 태어난 그는 우연히 이집트 공주에게 입양되어 이집트 시민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40세가 되던 때, 그는 히브리인을 핍박하던 이집트인을 보고, 동포가 학대당하는 모습에 분개하여 그를 죽이고 암매장하게 됩니다. 파라오의 보복이 두려웠던 모세는 이집트를 떠나 미디안 땅으로 도망치게 됩니다.
그 후 모세는 유목민인 미디안 족의 사제 이드로의 딸 십보라와 혼인하여 가정을 이루고, 양을 치는 목동으로 평화롭게 살아가게 됩니다.
80세가 되던 때, 모세는 우연히 호렙산(시내산)에서 불에 타지 않는 떨기나무를 보고 신기해하던 중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됩니다. 그 음성은 이집트에 있는 백성들을 파라오의 압제로부터 구출하라는 명령이었습니다. 성경 구절을 아래와 같이 인용합니다.
출애굽기 3:7 여호와께서 가라사대 내가 애굽에 있는 내 백성의 고통을 정녕히 보고 그들이 그 간역자로 인하여 부르짖음을 듣고 그 우고(憂苦)를 알고
출애굽기 3:8 내가 내려와서 그들을 애굽인의 손에서 건져내고 그들을 그 땅에서 인도하여 아름답고 광대한 땅,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곧 가나안 족속, 헷 족속, 아모리 족속, 브리스 족속, 히위 족속, 여부스 족속의 지방에 이르려 하노라
출애굽기 3:9 이제 이스라엘 자손의 부르짖음이 내게 달하고 애굽 사람이 그들을 괴롭게 하는 학대도 내가 보았으니
출애굽기 3:10 이제 내가 너를 바로에게 보내어 너로 내 백성 이스라엘 자손을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게 하리라
모세의 고뇌와 하나님께서 주신 영광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을 때, 모세는 확신보다는 두려움에 가득 찼을 것입니다. 80세였던 그는 사랑스러운 아내, 별처럼 늘어나는 자녀들, 그리고 순한 양들을 돌보며 평화로운 노년의 삶에 만족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굳이 인위적으로 자신의 삶에 개입하여, 자연의 섭리와 자신의 삶의 관성을 거스르는 선택을 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모세는 마음을 굳게 먹고 노구(老軀)를 이끌며 다시 이집트 땅으로 돌아가 파라오 앞에서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그리고 열 가지 재앙을 통해 파라오를 굴복시키고 성공적으로 자신의 동포였던 히브리인들을 이집트로부터 탈출시킵니다. 비록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가진 못했지만, 모세는 고대 이스라엘의 종교 지도자이자 민족의 영웅으로서 수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나의 계획에서 하나님의 계획으로
복잡하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수없이 많은 계획을 세우며 살아갑니다. 20대에는 성공적인 스펙을 쌓고, 30대에는 좋은 직장과 결혼, 40대에는 내 집 마련과 경제적 성공, 50대에는 성공적인 자녀 교육과 명문대 입학, 60대에는 은퇴와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꿈꿉니다.
과연 이러한 계획들을 정확한 '때'에 성취하며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요? 그것을 이루고 나면 과연 만족하게 될까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면 목표는 성취감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허무함과 새로운 목표에 대한 갈증과 조급함을 주기도 합니다.
경상남도 거창고등학교는 직업 선택의 십계명을 통해 학생들에게 기독교 정신을 강조합니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은 구절은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도망쳐 나왔던 이집트로 돌아가 동포들을 가나안 땅으로 이끄라는 사명을 주셨습니다. 모세는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는 말씀으로 들렸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모세는 요단강 건너 가나안 땅을 바라보며, 하나님께서 그에게 단두대가 아닌 왕관을 선물해 주셨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의 삶은 하나님의 계획 안에 예쁘게 포장된 선물
우리는 누군가에게 선물할 때 예쁘게 포장해서 줍니다. 그것은 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대하게 만들고, 내용물을 모르고 받는 선물일수록 행복이 더 배가 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도 마찬가지십니다. 예쁘게 포장된 선물 같은 우리의 삶을 적절한 때와 시기에 열어볼 수 있게 해 주십니다. 그때와 시기가 되기 전까지 우리는 우리 삶 안에 주어진 선물의 내용을 알 수도, 내 인생 계획의 잣대로 함부로 평가할 수도 없습니다.
2025년에는 하나님의 타임라인 안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주어진 삶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신앙인이 되어야겠습니다. 2024년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한 해 동안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선물 같은 시간들을 돌이켜보고 감사하는 시간이 되길 기도합니다.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
[1] https://www.seoul.co.kr/news/life/publication-literature/2013/01/26/20130126017006
[2] https://cruxnow.com/life/2015/12/dreamworks-animated-torah
[3] 메인 페이지 사진 출처: https://kr.freepik.com/vectors/%ED%81%AC%EB%A6%AC%EC%8A%A4%EB%A7%88%EC%8A%A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