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지 만지오니: 비정한 살인자인가 현대판 로빈후드인가
악명 높은 미국 의료 보험
미국에서 유학하거나 이민 생활을 경험한 사람들은 병원을 방문하는 일이 드물 것입니다. 이는 한국의 건강보험과는 달리, 미국은 국가 주도의 보험 체계가 미흡하고, 보험사가 요구하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매우 비싸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이러한 미국의 의료 보험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한 젊은이의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진 사건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루이지 맨지오니 (Luigi Mangione) 사건
2024년 12월 4일 오전 6시경, 미국 뉴욕주 맨해튼에서 총기 살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후드를 뒤집어쓴 남성 한 명이 망설임 없이 한 남성을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조사 결과, 피해자는 보험금 미지급으로 악명 높은 유나이티드헬스케어의 CEO 브라이언 톰슨으로 밝혀졌습니다.
2024년 12월 9일, 용의자가 체포되었습니다. 뉴욕주에서 멀지 않은 펜실베이니아주 알투나에서 맥도날드 직원의 신고를 받은 지역 경찰이 출동한 결과였습니다. 경찰은 26세의 이탈리아계 미국인 루이지 맨지오니라는 청년을 총기 관련 혐의로 체포했습니다.
전문 암살범의 소행으로 여겨졌던 이 살인 사건은 루이지 맨지오니의 배경이 밝혀지자 미디어는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맨지오니는 메릴랜드주의 명문 사립고등학교에서 전교 1등을 했으며, 아이비리그에 속한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컴퓨터 과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은 상위 0.1%의 고학력자였습니다.
또한, 그는 트루카라는 회사에서 데이터 엔지니어로 근무하며 높은 연봉을 받고 있었습니다. 범죄 이력도 없고 물질적으로 부족한 것이 없었던 그가, 도대체 왜 이런 잔인한 살인을 저질렀을까요?
범행 동기: 미국 보험 회사들에 대한 경고
루이지 맨지오니의 범행 동기는 사건 이후 공개된 3페이지짜리 성명문을 통해 밝혀졌습니다. 그는 미국 보험 회사들이 부당한 방식으로 막대한 이익을 착취하는 행태를 강하게 비판하며, 이에 대한 항의로 계획적인 살인을 저질렀다고 설명했습니다.
맨지오니가 표적으로 삼은 브라이언 톰슨 CEO는 미국 내 대기업 유나이티드헬스케어의 수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회사는 보험금 미지급률이 32%에 이를 정도로 악명이 높습니다.
위기감을 느낀 보험회사들
위기감을 느낀 보험회사들은 즉시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있는 임원진에 대한 사진과 기타 정보들을 삭제했습니다. 또한 민간 보험회사에 대한 보안과 보호 서비스의 문의가 급증하기도 했습니다.
Blue Cross BlueShield (BCBS) 보험 회사는 최근 환자들에게 매우 부당한 정책을 추진하려 했습니다. 그 내용은 수술 중 보험사가 설정한 시간을 초과하는 마취 시간에 대해 환자에게 의료 비용을 청구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수술은 생명과 직결된 문제임에도, 마취 시간을 자본주의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이 보험사의 행태는 환자뿐 아니라 마취과 의사들에게도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러나 루이지 매지오네의 살인 사건이 발생한 후 공교롭게도 BCBS는 이 부당한 정책을 철회했습니다. 이는 마치 홍길동의 등장 이후 탐관오리들이 마음을 바꿔 백성들을 향한 태도가 변한 것과 유사한 모습이었습니다.
사건의 전개와 대중의 반응
이 사건에 대해 대중들은 인과응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 의료 시스템의 불만이 사회 전역에 퍼져 있음을 반증합니다.
거리에서는 맨지오니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고, 그를 위해서 많은 기금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인 크라우드펀딩 웹사이트 GiveSendGo에서는 현재 20만 달러 이상 모금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치 사법권의 시선은 다릅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이는 끔찍한 살인 사건이고 그를 옹호하는 사람들 또한 끔찍하다"라고 발언하였습니다.
맨지오니는 1급 살인 혐의 외에 11개의 국가적 혐의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가 법원으로 인도될 때 가용되는 경찰 인력을 보면 가히 테러리스트에 준하는 보안을 방불케 합니다.
미국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
그 어떤 경우에도 살인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사회에는 수많은 문제와 이해관계가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살인으로 연결된다면 사회는 큰 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오랫동안 고착화된 문제가 기득권에 의해 바뀌지 않는 것 또한 큰 문제입니다. 미국 의료 보험 시스템은 오랫동안 미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미국 의료 시스템은 국가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논의가 필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