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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기심 Dec 17. 2024

7. 비트코인의 탄생

탈중앙화와 투명성을 향한 장부의 혁신

비트코인의 탄생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 (Satoshi Nakamoto)라는 한 익명의 프로그래머는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라는 한 편의 논문을 발표합니다. 바로 그 유명한 비트코인에 관한 논문이었습니다.


익명의 프로그래머에 의해서 발표된 비트코인 백서 (White paper)


사람들은 흔히 비트코인이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화폐 혹은 카지노에서 쓰이는 칩을 떠올리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비트코인 논문의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면, 금융시스템과 컴퓨터 과학에서 다루는 문제들에 대한 해결 방안들을 담고 있습니다.


이중 지불 문제 (Double-spending problem)

이중 지불 문제란 상거래, 더 본질적으로는 장부 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통장에 100만 원을 갖고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철수는 이 돈을 영희에게 송금합니다. 100만 원은 철수의 통장에서 사라지고 잔고는 0원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시스템의 오류나 조작으로 인해 철수가 여전히 동일한 100만 원을 다른 사람에게 다시 송금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것이 바로 이중 지불 문제입니다.


이중 지불 문제: 호머 심슨은 주머니에 1불만 갖고 있지만 자기가 가진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오류를 범한다 [1]


전통적인 은행 시스템에서는 이중 지불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중앙 관리 기관, 즉 은행이 모든 거래를 감시하고 장부를 관리합니다. 은행은 모든 거래를 기록하고, 각 계좌의 잔액을 정확히 업데이트하여 이러한 문제를 방지합니다.


비잔티움 장군 문제 (Byzantine generals problem)

비잔티움 장군 문제란 무엇일까요? 다음과 같은 예시를 들어봅시다.

여러 명의 비잔티움 장군들이 적의 성을 포위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동시에 공격하거나 철수하기 위해 서로 합의해야 합니다. 그러나 일부 장군들은 배신자일 수 있어서 다른 장군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보낼 수 있습니다.

각 장군은 다른 모든 장군에게 메시지를 보내면서 행동을 조율해야 합니다. 문제는 모든 충성스러운 장군들이 동일한 행동(즉, 모두 공격하거나 모두 철수한다는 결정)에 합의해야 하고, 동시에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도 이 합의가 유지되어야 합니다.

비잔티움 장군 문제: 모두가 합심하여 공격하면 승리 (좌) 배신 혹은 이탈자가 발생 시 패배 (우) [2]


비잔티움 장군 문제는 컴퓨터 과학, 특히 분산 시스템과 관련된 문제로, 여러 참여자가 네트워크 상에서 서로 협력해야 하지만 일부 참여자는 악의적이거나 오류가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합의를 이룰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비유적 문제입니다.


다시 돌아와서 비트코인과 비잔티움 장군 문제의 관계성은 무엇일까요? 앞서 언급했듯이,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은 이중 지불 문제를 해결하고 투명한 장부 관리를 위해 중앙화된 시스템을 사용합니다.


그러나 만약 제3의 중앙 기관 없이 '장부'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그 투명성과 보안을 위해 기여한다면 어떨까요?

시스템 참여자들의 선의적 혹은 악의적 의도와 상관없이, 장부의 보안성이라는 다수의 합의를 향해 달려 나갈 수 있게 한다면? (이는 비트코인 ‘채굴’이라는 개념을 다룰 때 더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이것이 바로 사토시 나카모토가 제안한 탈중앙화된 분산 장부 시스템, 비트코인의 핵심입니다.


탈 중앙화 된 투명한 장부: 비트코인

앞서 언급한 두 가지 문제를 종합해 봅시다. 1. 이중 지불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장부의 오류를 방지하고, 2. 비잔티움 장군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중앙 기관 없이 시스템 참여자들의 합의를 이끌어내어 장부의 신뢰성과 보안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언뜻 보면 단순한 공학적 문제 해결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거 아니야?"라고 느껴지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제3의 중앙 관리자가 없이도 자체적으로 존재하며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생태계를 유지하는 시스템은 드뭅니다.


땅을 소유하려면 등기소에서 공증을 받아야 하고, 내 재산을 증명해 주는 곳은 은행입니다. 이처럼 제삼자의 중재가 필요하므로, 우리는 높은 수수료를 부담하게 됩니다. 때로는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으로 인해 나의 실질 구매력이 감소하고 앞서 언급한 경제적 에너지의 손실을 겪기도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비트코인의 기술적인 부분들과 현재까지 활용된 사례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들을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https://www.linkedin.com/pulse/blockchain-double-spending-problem-harinder-seera

[2] https://medium.com/@ayogun/byzantine-generals-problem-a47b33ef87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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