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부음(訃音)
뒤적거린다는 건 참 좋은 일인 것 같다. 보관해 놓은 물건들을 뒤적거리다 보면 좋은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있고, 다소 힘들었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있기 마련이니까.
두 달 전,
4월 초. 동기의 번호로 문자 메시지가 왔다.
‘부고’
메시지 아래에는 동기의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메시지가 찍혀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 동기가 잘못 보낸 줄 알았다. 그 사이 폰 주인이 바뀌었거나.
그러나 그 메시지는 동기의 부음이었다.
만학도셨던 동기의 딸이 보낸 것임을, 바보같이 뒤늦게알아버렸다. 다른 동기에게 들어보니 이상 증세로 진료를 받았을 땐 벌써 위암 말기였다고.
한참 고생하다가 결국 두 달 전 돌아가셨다는 사실 말이다. 요양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면서 교대 근무를 같이 하다가 그만두고 소식이 끊겼는데 이렇게 소식을 듣게 되다니 참 황망하고 뒤늦게 알아차린 나 자신이 바보 같았다. 기분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싱숭생숭했던 기억이 난다. 동기의 죽음을 듣고, 간호사로 일하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고 주저하게 된다. 그 전부터 고생이 많았던 언니였는데 그렇게라도 쉴 수 있어서 좋다는 글귀를 나중에 카카오 스토리로 보고 마음이 많이먹먹했었다.
일이란 뭘까, 삶이란 뭘까.
앞으로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면서 동기를 추모하고 싶다.
거기서 편안히 쉬시길 간절히 바란다.
오늘 그 동기가 여행 다녀오면서 준 이블아이가 눈에 밟혀 창가에 걸어두었다.
뒤적거린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어떻게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