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소개
나를 키워주신 할머니는 자주 내가 별나다고 했다.
아래 두 이야기는 지금의 나를 상상할 많은 단서들을 제공한다.
어린이는 요구르트만 좋아했다.
할머니는 달달한 요구르트 대신 영양가 있는 우유를 먹이고 싶었지만 어린이 손에 우유를 쥐어주면 할머니가 안보는 틈을 타 동생이나 꽃기린 선인장한테 먹였다.
어느 날 할머니는 다 먹은 요구르트통에 우유를 채우고 빨대를 꽂아 티브이에 빠져있는 어린이 손에 들려주었다. 어린이는 아무렇지 않게 요구르트통에 든 우유를 쪽쪽 빨아들였다.
어린이는 시금치를 먹지 않았다.
할머니는 음식을 남기면 지옥 가서 다 먹어야 된다고 무섭게 말했다.
그러자 어린이는 먹으라는 시금치는 안 먹고 잘 먹던 밥을 한 숟가락 남긴다.
이유를 묻자 조금 울상이 되어 답한다.
"지옥 가서 밥이랑 같이 먹으려고요."
모두 할머니 기억에만 있는 나의 이야기들이다.
내 기억엔 전혀 없었던 생소한 이야기들은 할머니를 통해 다시 살아났다.
그 시절의 나를 상상하면 꼭 나 같다.
영악하고 어리석고 태평한 어린이는 커서 내가 되었다.
많은 사랑을 받고도, 전부 혼자 해냈다고 생각하는 어른이 되었다.
지옥도 불사하던 어린이는, 여전히 좋은 것만 골라하는 어른이 되었다.
먹기 싫은 건 지옥에 가더라도 싫다는 뚝심(?)과 지옥도 대비하는 철저한 준비성(?)과 작은 트릭에도 쉽게 속아버리는 멍청미와 상황을 모면하는 꼼수... 를 귀엽게 봐주는 긍정적인 누군가도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어쩐지 저런 내가 싫지 않다. 가끔은 할머니를 속상하게 하지 않으려는 배려 깊은 아이로 둔갑시켜 이해해 보기도 한다.
나는 자주 어리석고, 내가 어리석다는 사실을 곧잘 알아낸다.
이제부터 하게 될 이야기는 모두 그런 나의 이야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