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메모
교복을 입고 학교를 다니던 시절, 그니까 예전에 집 화장실에서 2번 그리고 지하철에서 한 번
쓰러질뻔한 적이 있었다. 갑자기 어지럽고 중심을 잡기가 힘들었었다. 겨우 누울 곳을 찾아 누워 있다 보면
몇 분 후에 괜찮아졌었다.
그 기억은 나의 수많은 기억들 속 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 기억 때문일까 나는 화장실을 갈 때마다 지하철을 이용할 때마다 괜히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그러다가 며칠 전, 지하철을 탔는데 갑자기 속이 이상하고 눈앞이 뿌옇게 하얘지기 시작해서
갑자기 내려 벤치에 누웠다. 몇 분 그러니 살 것 같아서 자판기에서 물을 사다가 먹고
좀 더 누웠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역에서 나와서 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역에서 나가는 중에도
어지러워서 급히 화장실을 찾았다. 화장실에 있다가 나와서 출구를 향해 계단으로 올라가다가 그새 또 어지러워서 계단에서 앉아있었다. 집에 갈까 수십 번 고민했지만 그날 무조건 해야 하는 일정이 있어서 밖에 나온 거라 빨리 해치우고 집에 가자는 마음뿐이었다. 그 후 버스를 탔지만 버스에서도 어지러웠다. 결국 목적지 근처 백화점에 내려서 앉아있으니 살 것 같았다. 그때, 누군가가 119 불러드릴까요라고 물었지만 거절했다. 그러고 나서 근처 카페에 지도앱을 보면서 갔다. 갔는데 갑자기 또 어지러워 자리를 잡고 누워있다가 주문을 하고 주문한 메뉴를 받고 누워있다가 그랬었다. 어쨌든 나는 그날 그 카페에서 시야가 또렷해질 때까지 충분히 누워있었고 끼니도 챙겼으니 다행이었다.
이렇게 반복될 거라고 생각지 못했던 것이 반복되니 멘털 한쪽이 나가 있었다.
그러다가 이번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2016년과 비슷하게 반복된다는 글을 보았다.
한 사람 때문에 사람들이 길 위에 나와서 한 목소리를 내는 것도
내가 내 건강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도 반복되었다.
마음 한쪽이 한동안 무거웠다.
물론 지금은 한 시름 놓은 상태이지만 멘털은 여전히 엉망이다.
이제 큰 일들도 끝나가는 12월 중순이니
다시 정신 차리고 반복을 이제는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챙겨야 할 것들을 제대로 챙겨야겠다.
이제는 나를 챙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