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매일 몽상가 Mar 28. 2018

리스크를 염려하지 않는 크레이티브

 세상은 아이 본인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저녁을 다 먹고 난 후 막 치울 때였다.

차리고 먹고, 치우느라 그간 참았던 화장실 볼일을 보고 나왔다.

남편은 리오가 대견한 듯 웃으며 지금 아이가 한 말을 나 보란 듯이 되물었다.

"하늘을 날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우선 집에 있는 헬맷을 쓰고, 쥐를 한 마리 잡아다 죽여. 그리고 그 죽은 쥐를 헬멧 위에 묶어.

  그런 다음 들판으로 나가 독수리가 올 때까지 기다려... 그러면 곧 먹이를 구하러 독수리가 와서 쥐를 낚아채는 동시에 나까지 떠오르게 될 거야. 그럼 나는 쥐를 잡은 독수리 덕분에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지.."

아이의 대답을 들은 나는, 순간 내 아이의 창의력은 대체 어디까지 인가 감동받았다.

혹시나 해서 "그 생각 어떻게 한 거야?"라고 물었고, 조금 실망스럽게도 아이는 책에서 보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화요일 학교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들고 왔다.

차에 관한 거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질문공세를 펼치는 아이는 'Evrything I Know About Cars'라는 그림책을 약 파는 약장수 포스로 펼쳐 보였다.

앞에서 설명한 그 장면이 나온 페이지를 열어 내게 자신 있게... "엄마 봐봐, 여기 있지?" 라며,

내 눈에는 뜨이지도 않은 그림의 디테일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차가 많이 막힐 때엔 저 헬맷을 쓰고 출근하면 되니까 정말 쉽고 빠르겠지?"

우리 셋은 아이의 친절한 해설과 더불어 펼쳐진 그림책에 모여들었다.

그리고는 셋이서 머리를 맞대고 찬찬히 그림들을 구경했다.



마침 남편이 현실적인 이야기들로 산통을 깨지만 않았다면, 나는 이 그림책이 어느 나라에서 출간된 건지, 작가는 어떤 사람인지, 그림은 또 누가 그렸는지... 참 창의적이고 동심어린 아이들의 관점을 그대로 잘 표현했구나... 한국에도 번역본이 출간되길 바라며 감동만 받고 있었을 것이다.


근데 말이지, 리오야...

"만약에 독수리가 너무 힘들어서 하늘에서 갑자기 죽은 쥐를 놓아버리면 너는 어떻게 될까?"

리오는 약간 당황한 듯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안전사고에 대비해 미리 낙하산을 메고 타야지." (오~ 순발력 좋았다.)

"근데 바람이 세차게 불면 그땐 어쩔 거야?"

또다시 당황한 리오가 말을 돌리며 다음 페이지를 넘기려 할 때 내가 남편을 책망하듯 바라보며 끼어들었다.

"어디까지나 애의 관점에서 쓴 창의적인 책이야, 그리고 애는 이게 재밌다고 우리에게 자랑하는 건데 대체 왜 동심을 파괴하는 이런 초 현실적인 질문을 하는 거야??" 남편은 아무런 대꾸도 없이 둘의 대화를 끊어놓은 내가 못마땅한 듯 자리를 떴다.






아이들은 무슨 일을 할 때 그 이후에 따라오는 리스크나 그로 인해 파생되는 효과에 대해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다.

특히나 이제 만 6.5세가 된 남성의 뇌를 가진 아들에게 그런 질문은 무의미하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남편이 던진 질문은 수용적 태도에 반하는 비판적 사고를 위한 질문이었고,

아이로 하여금 본인의 이야기와 생각을 재점검해볼 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다.

아이의 생각을 지지하는 엄마는 지극히 여성의 뇌를 갖었고, 언제나 딴지를 거는 아빠는 남성의 뇌를 가졌으니... 각기 다른 반응 또한 부모로서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 아닐까?

 

언제나 아이들은 본인의 생각의 크기와 결과를 전혀 예측하지 못한 채, 순수하게 사고를 하고 표현한다.

그것이 기초가 되어 본인을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간다고 착각하는 시절은 과연 몇 세 까지 일까...?

이렇게 무모하지만 용감한 창의력을 내뿜을 수 있는 능력을 오랫동안 간직하길 바라며, 

이 세상 모든 부모들은 언제나 너희들을 응원한다.






#캐나다이민 #캐나다에서아이키우기 #밴쿠버살이 #밴쿠버공립학교 #밴쿠버여행 #밴쿠버


작가의 이전글 삶을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바라보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