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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ennjoy Oct 30. 2023

SOS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어요

세븐틴 - SOS

Where is the love?

We can find the love


Everyday we’re fightin’

A silent war we never wanted

Come on right now, people keep on dyin’

When the world is killing you

Just shoot the SOS



예전에 타이쿤 게임을 하다가 예기치 못하게 무언가 불편해졌던 적이 있다.

어느 오타쿠의 인사이트,,

“도움을 구하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다.”

어쩌면 과하게 많은 것을 혼자 해결하려고 했고, 하물며 게임 속 가상세계에서마저 그래왔던 나는 무언가 부정당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늘 관성처럼 아무것에도 의지하지 않으려 애썼던 사람에게는 저 말이 상당히 무책임한 말로 느껴지기도 했다.


사실 지금도 그렇게 느낀다. 세상에는 남한테 의지하는 게 죽기보다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어렵다기보단 무서운 일이라고 해야 할까,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했다가 거절받는 상황이 두려워서 되려 혼자이길 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기까진 대부분 (1)배신 (2)방치 (3)과도한 동정, 이 중 한가지가 과도한 자립심으로 변질되는 과정을 겪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머리로 생각하는 합리성이 마음으로 부정하는 무언가를 이겨내지 못할 때가 있는 것이다. 도움을 청하는 것의 합리성이 마음의 불안함을 이기지 못하기에. 남에게 도움을 청하는 일이야말로 내겐 그러했다. 도움을 받으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더 나은 방식으로 현재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걸 알지만, 도움을 청함으로써 버려진 날 책임질 수 있는 것 또한 나밖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세상에는 이런 이유로 도움을 청하는 게 두려운 사람들이 많을거라 생각한다. 그러니 많은 사람들이 제 생을 져버리고 떠나길 선택하겠지.



그런데도 왜 이 노래가 이토록 힘이 될까.


우리는 매일 싸우고, 죽어가고,

그럼에도 죽기살기로 하루를 살아내고,

결국 세상에 사랑이 존재한다고 믿곤 하니


세상에 사랑이 있을까?

사랑이 모든 걸 구원할 수 있다고 믿던 시절이 무색하게도 1년 2년 5년 또 10년 가까이 나 자신조차 못 믿던 우리에게, 사랑이 있을까? 이들은 어떤 근거로 이렇게나 사랑을 믿으라고 확신하며 말할 수 있을까.


사랑을 믿는 사람이니 사랑을 믿으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내겐 사랑을 믿는 사람이 필요하다.


사실은 마음 깊이 누구에게든 SOS를 청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지금 이 절망에서 누구든 힘 닿는대로 나를 건져내달라고, 나 혼자 해낼 수 있는 독립심과 자립심 같은 거 사실 없어도 좋으니 나 죽을 것 같은 거 알아달라고. 아니 그것보다도, 나를 죽을 힘을 다해, 세상에 이것밖엔 없는 듯이 사랑해달라고.


알고 있다, 누군가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결국 날 죽일지라도, 그럼에도 짧은 기억에나마 의지해 사랑을 기대하며 살고 싶게 만든다는 걸. 파괴하면서 지탱하는 관계, 사랑이다. 사랑이 우릴 죽였다가도 살린다.


전쟁으로 죽어가는 사람들

우울에 잠식되는 사람들


생이별을 하는 사람들

혼자이길 택하는 사람들


폭력으로 죽임 당한 사람들

스스로를 죽이는 사람들


죽고 죽이고 스스로 죽는 세상에서, 사실 사람들이 원하던 건 단 하나, 사랑이야. 죽임 당하는 사람들이 있고, 또 스스로를 죽이는 사람들이 있는 세상에서 우린 너무나도 다른 것 같지만 사실 같다. 모두가 각자의 상황과 아픔을 가지고 선택 아닌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기린다.


너무나도 추상적이고 원론적이고 불가해하지만 그럼에도 죽어가는 우리를 살리는 건 사랑이라 믿는다. 사랑이라 함은, 타인의 아픔을 내 것처럼 헤아리는 것, 헤아리지 못하겠다면 그리하려 노력하는 것, 각자의 상황과 각자의 마음이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것, 그럼으로써 마침내 당신의 삶을 나누는 것.


그러니 지금만큼은 마음 놓고 도움을 청해도 된다고,

잠시나마 사랑을 믿어도 된다고 말해줄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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