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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꾸까까 Jul 29. 2017

Day4 미스터아왱

2017년 6월 22일


어느새 전체 일정의 중반부.

어제는 롬복 남부를 탐험했으니, 오늘은 롬복 북부를 뒤져볼 차례.

롬복 북부는 린자니 산이 뒤덮고 있다. 해발 3,000미터 이상 솟은 린자니 산 2박 3일 트래킹 코스를 넣고 싶었지만 짧은 일정상 아쉽게도 폭포 트래킹으로 코스를 바꿔야 했다.



[롬복 북부]


섬 가장자리를 구불구불하게 돌아가는 해안 도로를 타고 북부 지방으로 올라간다.

북부 지방의 마을은 소박하고 간단하다. 해안선을 따라 도로가 있다. 도로 양 옆으로 집 한 채씩 이어져 있고, 왼쪽 옆으로는 백사장도 없는 망망대해가 바로 펼쳐지고, 오른쪽으로는 끝없는 야자 정글이다 빽빽하다.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밖을 쳐다보고 있으면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와 정글의 향연에 내가 CG 속에 있나 착각이 일 정도다.


이런길. 죽 뻗은 일자 도로는 없다. @Google Maps


왼쪽에 보이는 집이 내가 이야기한 집 한 채. 백사장은 따로 없고 바로 바다다. @jinsolchang



[원숭이]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숲 속 원숭이들의 시선을 느끼며 땅콩 한 봉지를 사러 간다.


린자니 산 해발 700미터 높이까지 산길을 따라 구불구불 올라가다 보면 갑자기 원숭이 서식지가 나타난다. 이 길의 주인은 원래 원숭이여서, 길을 따라 운전하면 한참 동안 원숭이들을 만날 수 있다. 땅콩 봉지 소리가 부스럭거리면 숨어있던 원숭이들이 일제히 내려온다. 나를 향해 달려오지만 공격하지 않고, 일정한 거리를 맴돌며 땅콩을 향한 사랑의 눈길을 보낸다. 땅콩을 들고 걸어가면 마치 피리 부는 사나이가 된 듯 원숭이 떼를 데리고 다닐 수 있다.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기는 느낌에 아래를 보면 세상 아련한 표정으로 땅콩을 바라보고 있는 볼에 하얀 털이 난 대장 원숭이가 내 바지 끝을 꼭 잡고 있다. 귀여워 죽을 것만 같다. 햄스터 마냥 볼에 한가득 씹지도 않은 땅콩을 넣어 놓고 보드라운 손으로 바짓가랑이를 잡으며 다른 한 손을 내민다. 땅콩으로 야바위 하며 원숭이와 놀았다. 왼손에 숨기면 찰떡같이 왼손을 툭툭 치며 달라고 한다. 그 손가락 마디마디 감촉이 너무 부드러워서 손을 잡고 놓지 않고 싶다. 엄마 품에 꼭 안겨있는 아기 원숭이는 호기심반 두려움 반이고, 엄마는 이미 안겨있는 아기 원숭이를 두 팔로 꼬리로 더욱 꼭 감싼다. 사람과 꼭 같다.

 

꼬리... 꼬리... 집중하고 있어... 발봐... 귀여워 주금 @jinsolchang


뒤적뒤적 배 똥그란 것 봐... @jinsolchang


주떼여... 주떼여... 네?? 현기증 난단 말예여 @jinsolchang


문제. 사진 속 원숭이는 총 몇마리입니까? @jinsolchang




[폭포]


오랫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느낀 점이 몇 가지 있다. 그중에 하나는 멀리서 봤을 때 아름다운 것이 가까이 들어가도 아름답지 만은 않다는 것인데, 이런 경우는 그저 멀리서 바라봤을 때의 아름다움을 즐겨야 한다. 린자니 산 한참 위에 있는 폭포는 정말 아름다웠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를 통해 안개 같은 물방울이 솟아나고 무지개가 어른거린다. 멀리서만 바라볼 걸 그랬다.


폭포 아래로 가서 폭포수를 맞을 수 있는데, 폭포수를 맞는 것은 그냥 폭포가 나름 작은 폭포여서 가능하다. 큰 폭포는 그 아래 소용돌이가 몰아쳐서 혹여라도 아래까지 수영해 갔다가 영영 빠져나올 수 없을 수도 있어 접근조차 하지 못한다. 이 작은 폭포 줄기 밑으로 들어가면 머리에 구멍이 뚫릴 것만 같이 나를 다다다다다 쪼는데, 영화에나 나오는 폭포 맞으면서 기도하며 수련하는 장면은 진짜 대단한 거다.


폭포수 맞으면서 미친듯이 소리지르고 나면 그 시원함과 짜릿함과 더불어 머리 마사지에 ㅋㅋ 타이레놀이 아주 그냥 따로없다.



저 남자 보이세요? 진짜 아픔 무지개도 있고 짱 시원하다 @jinsolchang




롬복을 떠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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