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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emens Kwon Nov 14. 2016

Prologue

떠남과 만남의 이야기, 그 시작에 앞서....

벌써 16년…


2000년, 난생처음 낯선 외국 땅을 밟아본 이래로 벌써 16년, 참으로 길고도 짧았던 시간이 흘렀다. 어학연수라는 목적이었으나, 결국 여행이라는 새 삶으로 귀결되었던 첫 경험 이후로 숙명이라는 말 외에는 차마 다른 단어를 찾을 수 도 없을 정도로 여행이라는 신세계에 급속히 빠져들게 되었다. 하지만 ‘여행을 하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던 당시의 나로서는 직장생활 틈틈이 여행을 다니는 것만이 최선의 설루션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던 9년 여의 시간, 바쁜 일상 속에 묻혀 무뎌지리라 믿었던 여행에 대한 갈망을 점점 더 커져만 갔고, 무엇으로도 채워질 수 없었던 갈증에 결국은 여행 아이템으로 청년 창업이라는 돌파구를 통해 본격적으로 여행에만 미쳐서 살아온 시간이 벌써 7년... 그 결과 아프리카와 남미를 제외한 모든 대륙에 위치한 총 48개국의 국가를 여행하고,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문화와 지혜를 배우고, 감정을 공유하며, 수많은 경험들을 쌓을 수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과 선생님, 그리고 많은 선배님들로부터 한창 일에 빠져 살아야 하는 시기라고 배워왔고, 나 역시 그것이 최선이라 믿어왔던 내 과거의 시간을 뒤로하고, 온통 여행이라는 녀석에 빠져 살았던 내 청춘의 나날들을 언젠가 책으로 출판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다. 2012년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공동집필을 통해 책 출판이라는 꿈을 이루긴 했으나, 정작 내가 쓰고 싶었던 글은 아니었기에 글에 대한 열망 역시 잠재울 수 없는 하나의 강력한 욕망이었음을 시인한다. 


그렇게 강한 열망이었으나 정작 브런치에서 공간을 할애해 주겠다는 승인 레터를 받고 난 뒤에는 무슨 글부터 써야 할지 제대로 감이 잡히지 않았다.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기만 한다면 하루에도 몇 편씩 곧바로 글을 올릴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초기의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인지, 막상 테마를 선정하려고 하니, 머릿속을 가득 메워버린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과 함께 너나 할 것 없이 먼저 튀어나오려는 여행이라는 키워드의 수많은 에피소드들. 떠남과 만남의 이야기를 내가 과연 잘 풀어낼 수 있을까?


그래서 이 글이 필요했다. 앞으로 내가 써 나가야 할 글들의 기준점이 되어줌과 동시에 초기의 열정을 잊고 나태해질 때 다시금 내 각오를 되짚어 줄 수 있는 하나의 구심점 말이다. 비록 프롤로그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글이지만, 이 글에는 내가 앞으로 써 나가고자 하는 나의 브런치의 방향을 담고 싶었다. 그저 막연하게 16년 동안 여행을 하면서 보고 들었던 것만 나열하는 형식의 단순한 여행기를 벗어나 비록 찰나에 불과할 지라도 내가 머물렀던 그곳, 그 시간의 공기와 바람을 기억하고, 바로 그 순간의 분위기와 감정을 담고, 그 공간에 함께 머물렀던 소중한 인연들의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아 함께 풀어나가려고 한다. 내 기억 속 저편에서 보석처럼 빛나고 있는 추억들을 2016년 현재 시점으로 소환해서 내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생생한 감정으로 그려보고 싶은 것이 브런치를 시작하는 나의 각오이자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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