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히어로 Mar 08. 2024

나토와 스칸디나비아 3국, 그리고 사미족

이웃과의 사이좋은 관계는 과연 가능한가

 나토(NATO, 북대서양 조약기구)의 “신입생” 핀란드(2022년 가입), 스웨덴(2023년 말 가입신청 승인/2024년 3월 정식 발표)과 나토 창설 때부터 함께한 “초대 회원국” 노르웨이가 러시아 공격에 대비한다는 목표 아래 곧 군사 훈련에 들어간다고 한다. 안 그래도 발트해에서 러시아가 운신할 폭이 확 줄어들었다고 하던 차에 나토가 즉각적인 행동력을 보인 것. 훈련지는 노르웨이 북쪽의 알타(Alta)라는 도시로, 러시아-노르웨이 국경인 무르만스크로부터 단 644km (직선거리가 아니라 운전할 때 거리로) 떨어진 곳이다. 비유하자면 러시아 쪽문 앞에서 다 큰 어른 셋이서 돌멩이 던지고 논다는 얘기지. 아무리 돌멩이 장난이라도 집주인 입장에서는 심기가 매우 불편할 일로, 러시아 입장에서는 ”이놈들 어디 창문이라도 깨 봐라 “ 하는 심정일 것이다.


 한편 이 알타가 속해있는 지역인 트롬스 오 핀마르크Troms og Finnmark는 노르웨이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필케(Fylke, 주, county)의 주요 도시 중 하난데, 필케 이름의 중간에 보이는 og가 “그리고”라는 뜻이므로 이 지역의 이름은 말 그대로 “트롬스와 핀마르크”라는 의미가 된다. 지도를 놓고 봤을 때 남쪽에 관광도시 트롬쇠로 대표되는 트롬스가 있고, 핀마르크는 “땅의 끝“이라는 그 이름의 어원대로 - 인간이 사는 최북단인 스발바르 제도를 제외하면 - 노르웨이 최북단에 자리한 지역이다. “북쪽으로 가는 길”이라는 뜻의 노르웨이에서 인간이 걸어서 갈 수 있는 가장 북쪽의 땅! 그리고 이 핀마르크의 최대도시가 바로 알타. 흥미로운 것은 알타와 함께 이 일대의 케우토케이노(Kautokeino), 카라쇽(Karasjok) 등의 도시는 먼 옛날부터 순록을 키우며 노마드의 삶을 살아온 사미(Sami 혹은 이 사람들 표기로는 Sápmi)족의 고향땅인데, 그러므로 기자가 나토 부대 지휘관 중 한 명에게 ”순록 떼는 어떻게 할 계획이냐“는 질문을 던지고 ”사미족과 유랑하는 순록 떼에는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작전을 진행하겠다“는 답을 얻는 내용을 뉴스 말미에 넣은 것은 아주 상식적이고 당연한 일이었다. 사미 족의 순록 방목과 이로 말미암은 유랑 생활은 역사적으로도 그렇지만 현대를 사는 이들에게도 생존권과 같은 것이라, 오늘날 정부와 사미족 사이에 이런 류의 충돌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내가 작년까지 살았던 곳도 남방계 사미족이 사는 지역이라 풍력발전소 건설 계획이 발표되었을 때 엄청난 갈등이 있었는데, 사미족의 반발과 정부의 보상계획 등이 연일 지역신문 1면에 실리곤 했다. 사미족의 주요 도시들을 둘러보고 이들의 세상사는 방식과 가치관을 이해하기 시작하면, 이게 왜 이 사람들한테 죽고 사는 얘기인지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사진: 노르웨이 국영방송 NRK의 뉴스화면 캡처)


작가의 이전글 잘 사는 나라에 산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