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20대 후반의 나는 참 불안했다. 서른 살이 되면 나의 유통기한(?)은 끝나는 줄 알았다. 세상이 그렇다 말해주기도 했다. 그래서 서른 안에 결혼을 못하면 큰일 날 것 만 같았다. 점점 불안해지고, 급급해져만 갔다.
결혼의 목적. 결혼의 전제가 생기자 사람이, 사랑이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사랑해'라는 말보다 '결혼하자' 라는 말이 더 듣고 싶었었다.
막상 그 말을 들어도 고민할 것임을 알면서도.
만남이 오래되어 결혼 얘기가 진지하게 오간 적도 있었다. 프로포즈를 받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군가에게 미안하게도 지금껏 평생 이 사람과 함께 하고 싶다는 강한 느낌을 받은 적은 없다. 만나온 세월이 있으니, 혹은 때가 됐으니 해야 하는구나 정도의 생각은 했었다. 그래서 결혼 이야기가 나왔을 때 그냥 이렇게 시집가게 되는구나 했었다.
그때 한 친구의 말이 가슴을 때렸다.
"넌 누군가를 사랑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사랑한다는 그 행위 자체를 사랑하고 있는 것 같아. 난 네가 진짜 사랑을 했으면 좋겠어."
그 한마디가 나의 지지부진했던 연애 관계를 끝내게 했고, 나를 노처녀로 만들어버렸다.
하지만 그 친구에게 고맙다. 비로소 나 자신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고 그리고 노처녀가 되... 아. 젠장
목적이 생겨버린 관계는 그 목적 때문에 헤어질 수 있다.
전제가 생겨버린 관계는 그 전제 때문에 본질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 있다.
사랑하자.
그리고 사랑하다 보니 함께하게 되기를...
지금껏 살아오면서 깨달은 것이다.
딱 이만큼 자랐기에 이만큼만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말하겠지 그래서 내가 시집을 못가는 거라고.
아직 결혼은 못하고 있지만 짚신도 짝이 있다 하지 않았던가. 나를 찾고 있을 짝을 위해 나도 부지런히 움직여본다.
이것은 나의 이야기 그리고 어쩌면 당신의 이야기 일지도 모르겠다. 돌아보면 눈부신 날들로 기억될지도 모르는 지금의 노처녀의 일상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노처녀 히스토리는 노! 처녀가 되는 그날까지. 쭈욱 발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