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지도상에서 구현하고 응용하는 땅따먹기
땅따먹기란 놀이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땅바닥에서 돌을 튀겨 자기 영역을 만들어가는 놀이죠. 요새는 많은 공간이 도시화돼서 학교 운동장 말고 땅따먹기 놀이를 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근래에 아이들이 땅따먹기 놀이를 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20대 이상이 많을 것이니, 유년시절 땅따먹기 했던 기억이 있을 걸로 생각해봅니다. 혹시나 기억이 가물거리는 분들을 위해 이미지 한 장을 준비하였습니다.
위 이미지를 참조한 문화콘테츠닷컴에 땅따먹기 놀이의 유래가 간단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가장 오랜 기록이 일제강점기 때의 기록이며, 그 이전에는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정확한 유래를 확인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제 개인적인 추측입니다만, 땅따먹기 놀이는 일제강점기 한참 전부터 즐기던 놀이가 아니었을까요?
농사를 업으로 삼았던 우리 조상에게 땅은 희망 자체였을 것이고, 이러한 희망을 가상으로나마 실현하는 방법이 아마도 이 놀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조상의 이러한 유전자가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회 청문회를 보면 돈과 권력이 있는 자들은 대부분 부동산 투자(?)를 통해 많은 큰 돈을 벌고 있는 것이 그 반증일 테고요.
오늘 이야기의 주제는 땅따먹기입니다.
방식과 목적이 발전됐다는 것은 땅따먹기가 단순한 놀이에 그치지 않고 기업경영의 주요한 의사결정 도구로 활용된다는 얘기입니다.
쉽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A 백화점이 있습니다.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많아 장사가 무척 잘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A 백화점 옆으로 경쟁 백화점인 B가 새롭게 문을 엽니다. 두 백화점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점쟁이가 아닌 이상 이 둘의 운명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땅따먹기 원리를 이용하면 대략적인 예측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B백화점이 들어서기 전까지 A 백화점의 상권을 살펴볼까요?
붉은색으로 표현한 부분은 A 백화점에서 자가용으로 20분 내 도달 가능한 영역입니다. 이를 상권이라 합니다. 아직 B 백화점이 들어서기 전입니다.
아래 그림은 B백화점이 들어서면 변화되는 상권 영역입니다.
A백화점은 자신의 상권 영역의 상당 부분을 빼앗기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반면 B백화점은 소위 대박 조짐이 보입니다.
위 분석은 두 백화점의 위치를 기준으로 땅따먹기 한 결과를 전자지도상에 작성한 것입니다. 저희는 이 분석을 “경쟁영역분석(이제부터 땅따먹기란 단어를 쓰지 않고 경쟁영역분석이라 하겠습니다)”이라 합니다. 이 분석은 백화점, 대형할인점 등과 같이 매장을 입점시킬 때 기본적으로 수행하는 상권분석방법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전자지도상에서 표현되는 경쟁영역분석은 어떻게 구현이 되는 것일까요?
식재료와 조리방법만 있으면 요리를 할 수 있듯이 경쟁영역분석도 도로데이터(식재료)와 네트워크알고리즘(조리방법)만 있으면 가능합니다.
도로데이터는 우리가 사용하는 내비게이션에 포함된 정보입니다. 이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길 안내를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당연히 Daum 지도에서 서비스하는 길 찾기 서비스도 이 도로데이터를 이용합니다.
실제 분석에 활용되는 도로데이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한 번 봐볼까요? 주황색이 도로데이터입니다.
우리가 Daum 지도를 통해 확인하는 도로는 그래픽 작업을 거친 이미지입니다. 그래서 지도상에 깔끔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네트워크 분석을 위한 도로데이터는 그 목적 자체가 분석용이다 보니 투박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 데이터에는 유턴가능 여부, 일방통행 여부, 평균 주행 속도 등의 아주 중요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분석에 필요한 데이터입니다.
네트워크 알고리즘은 분석 방법입니다. 용어 자체가 뭔가 있을 법하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사실 간단한 사칙연산을 자동화시킨 것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원리는 단순하고 무식합니다. 출발지와 목적지가 정해지면 이 두 지역을 통과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경로를 모조리 계산한 뒤 가장 빠른 길을 찾는 방법입니다.
경쟁영역 분석에서는 네트워크 알고리즘을 살짝 변형하여 사용합니다.
출발지와 목적지 대신 경쟁지점 1, 경쟁지점 2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모든 지역을 모조리 탐색하여 어떤 경쟁지점으로 이동하는 것이 시간상 유리한 지를 계산합니다. 이렇게 모든 지역을 계산하여 “내 땅”과 “네 땅”을 구분합니다.
이렇게 구분된 “내 땅”과 “네 땅”에 몇 가지 정보를 더 결합하면 더 객관적인 진단이 가능해집니다. 간단히 통계청 등에서 발표하는 주거인구 정보를 결합하면 다음과 같은 진단이 가능해집니다.
얼핏 보기에도 B 백화점 상권 내 거주인구 규모가 월등히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B 백화점이 경쟁에서 유리하다는 얘기입니다.
국토부에서 공개하고 있는 아파트 정보를 결합하면 다음과 같은 진단이 추가로 가능합니다. 특히, 아파트 정보에는 호당가(가격) 정보가 존재하고 있어 지역별 소득 수준은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역별 소득은 해당 백화점의 매출에 영향을 미칩니다.
아래 지도는 4억 이상 아파트 가격 분포를 나타낸 것입니다.
B 백화점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인근의 거주인구 규모, 소득 수준만 고려했을 때 B 백화점의 완승이 예상됩니다.
다양한 정보를 더 결합하면 할수록 정교한 판단이 가능할 것입니다.
오늘은 이 쯤에서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내용을 더 적어볼까 고민도 살짝 했습니다. 하지만 복잡한 얘기를 너무 길게 나열하는 것 같아 조심스럽습니다.
조상의 땅따먹기 놀이를 전자지도로 옮겨오면 재밌는 분석이 꽤 존재합니다. 상권을 평가하는 일도 이러한 놀이를 응용하면 재밌게(?)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백화점이나 할인점을 운영하는 기업은 이러한 분석을 통해 경쟁사의 고객을 어떻게 뺏어올지 고민하기도 합니다. 마치 장기를 두는 것처럼 말이죠.
A, B는 실제 백화점입니다.
A는 2002년에 오픈한 oo백화점 안양점이고, B는 2012년에 오픈한 oo백화점 평촌점입니다. 분석의 재미를 위하여 실제 사례를 가지고 분석하였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oo백화점과는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습니다. 그냥 재미 삼아 분석한 내용이니 다른 오해가 없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