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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티칸 Aug 27. 2015

'그 순간'을 만나기까지, 100m.

감각이 기억하는 마음

어떤 감정은 두 번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을 수 있습니다. 꼭 다시 마주하고 싶은 감정도 있겠죠. 두 번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은 감정은 나에게 트라우마를 남깁니다. 꼭 다시 마주하고 싶은 감정도 나에게 트라우마를 남깁니다. 두 번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은 감정은 그 자체가 트라우마죠. 꼭 다시 마주하고 싶은 감정은 다시는 그 감정을 만나지 못 할 것이라는 트라우마를 남기거나, 다시 만난다고 해도 그 감정을 결국 붙잡을 수 없다는 트라우마를 남기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가 기억하는 감각을 통해 이런 감정들과 마주할 수 있다는 거죠. 다시 만나고 싶은 감정은 그렇다 치지만, 다신 만나고 싶지 않은 감정을 굳이 왜 만나겠냐고요? 누구나 다 극복하고 싶은 감정이 있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죠. 극복은 하고 싶지만 참 많은 핑계를 대면서 요리조리 피해 다니기에 급급하고, 그것만으로도 힘들 수 있습니다. 그럼 이건 어떨까요? 늘 피해 다니던 감정을 현실에서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으로나마 내가 먼저, 직접 찾아가 보는 겁니다. 상상으로 하는 것이 뭐 그리 효과가 있을까 싶은가요? 감각이라는 녀석의 도움을 받는다면 현실보다 더 세심하게 그 감정을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사실 현실에서는 내 속에 일어나는 감정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죠. 하나의 일이나 사건이 나에게 어떤 감정을 남겼는지를 자기 방어 기제 없이 다시 마주해 보는 것은 나의 삶을 스스로 이해하고 사랑해주는 소중한 한 걸음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 순간'을 만나기까지 100m 남았습니다. 

우린 '그 순간'을 만나기 위해 100m를 걸어가야 합니다. 물론 진짜로 걷는 건 아닙니다. '그 순간'으로부터 100m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 순간'으로 다가가면서 내가 해야 할 일, 그 순간을 채우고 메웠던 내 감각을 하나 하나 떠올리고 느끼는 겁니다. '느낌'을 따라 100m를 걸어 '그 순간'으로 들어가는 거죠. 거창하고 대단한 느낌을 떠올리려고 애를 쓸 필요는 없습니다. 5m에 하나의 느낌, 10m에 하나의 느낌, 이렇게 감각을 되짚어 보죠. 


어떤 옷을 입고 있나요? 어떤 스타일의 옷이죠? 옷의 색은 어때요? 피부에 닿는 느낌은 어떻습니까? 부드러운가요? 거친가요? 어떤 냄새가 나죠? 음식 냄새, 아니면 어떤 사람의 냄새, 또는 어딘가에서 바람에 실려온 향기 같은 것들 말입니다. 입 안의 맛은요? 무언가를 먹고 있다면 그 맛은 어떤 느낌이죠? '그 순간'에 누가 있죠? 누군가 있다면 그 사람은 어떤 옷을 입고 있나요? 무엇을 하고 있죠? 한 사람인가요, 아니면 더 많은 사람들이 있나요? 사람들이 어떤 말을 하나요? 주변이 조용한가요? 시끄러운가요? 무엇이 들립니까? 들리는 소리의 느낌은 어떻죠? 조급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 순간'은 우리를 언제까지나 기다려줄 겁니다. 온전히 감각을 느껴보세요. 차근차근 떠올리고 감각을 충분히 느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느낌이 나를 '그 순간'으로 들어가게 해 줄 거예요. 100m를 걸어 '그 순간'의 바로 앞까지 왔나요? 그렇다면 망설이지 말고 '그 순간'으로 들어가세요. 그리고 아무 말이나 하고 싶은 말을 쉬지 말고 뱉어봅니다. 너무 무섭나요? 뛸 듯이 기쁜가요? 가슴이 미어질 듯 아픕니까? 땅을 치고 울고 싶을 만큼 서럽나요?  온몸이 행복한가요? 무엇이든 좋습니다. '그 순간' 하고 싶은 말을 가감 없이 뱉어보세요.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말입니다. 한참을 그렇게 떠들어 보세요. 크게 이야기할 필요도 없습니다. 내 말이 내 귀에 들릴 정도면 충분합니다.


마주하게 될 감정 자체에 집중하지 마세요. 감정이란 녀석은 내가 일부러 잡으려 하면 도망가기 쉬운 성격이거든요. 하지만 감각에 집중한다면 감정은 어느새 내 안으로 들어와 내 몸에 흐르고 있을 겁니다. 그 어떤 순간에도 흐르는 감정을 담아두려고 하지 마세요.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릴 수 있습니다.


'그 순간'과 만나셨나요? 이제 '그 순간'이 앞으로 자신의 삶에서 어떤 순간이 될지는 온전히 자신의 몫입니다. 꼭 기억했으면 하는 것은, 언제든 내가 원할 때 '감각'은 '그 순간'을 만나게 해줄 수 있다는 겁니다. 

Tip. 글을 다 읽으시고 자신만의 공간에서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감각을 차근차근 따라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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