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늘 무엇인가에 미쳐있다.
'막장' 드라마
'막장' 드라마는 현대에 들어와서 생긴 것일까?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알 수도 있지만, '막장' 드라마는 꽤나 오래된 장르(?)이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부왕을 죽이고 자신의 어머니와 동침하고, 끝내 자신의 눈을 스스로 파내어 방랑하는 삶을 살았던 오이디푸스의 이야기는 알 만한 사람이라면 다 아는 이야기이다. 어찌 보면 지금의 '막장'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막장' 가운데 '막장' 드라마인 것이다. '오이디푸스 왕'의 이야기 속에는 '신탁'이라는 '운명'으로부터 도망치려 했으나, 결국 그 '운명'을 겪게 되는 비극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다. 여기서 '막장'(?)으로 끼워 맞춰 보자면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오이디푸스, 그의 아버지 라이오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있던 많은 사람들은 결국 '삶'을 좌지 우지 하는 '운명론'에 미쳐있던 것이다. 만약 그 사람들이 '운명론'에 미쳐있지 않았다면, 그래서 '신탁' 또는 '운명'이라는 것을 하찮게 여겼다면, 그로 인하여 '신탁'으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오이디푸스 자신이 있던 자리에 계속 있었다면 그는 자신의 삶 마지막 장을 어떻게 장식했을까? 사실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결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이 자신들의 '삶'에 미쳐있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드라마는 '삶'에 미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우리 또한 늘 무엇인가에 미쳐있다. 늘 '삶'에 미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마지막 장이 어떤 그림일지는 누구도 함부로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무엇에 미쳐서 살아갈지, 미쳐도 어떻게 미쳐서 살아갈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오이디푸스, 그는 무엇에 미쳐있었고, 어떻게 미쳐있었나? 난 무엇에 미쳐있고, 어떻게 미쳐있는가?
'막장' 드라마는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삶'에 미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 가운데 '나'도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보자.
오래된 '막장' 드라마 한 편을 보라. 그 속에서 사람들이 '삶'의 무엇에, 어떻게 미쳐서 살아가는지 보라. 당신만의 '미침의 철학'이 '막장' 드라마에서 처럼 불현듯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