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타고 오며 최강야구를 잠시 봤다. 은퇴한 선수들이 고등학교/대학교/2군 야구팀과 대결하는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이었다.
그들의 기량은 최근 막 끝난 한국 시리즈, 그리고 한창 진행 중인 월드시리즈의 야구선수들에 비하면 ‘한 때 그 정도의 기량을 갖추고 있었느나, 현재는 정점을 찍고 내려왔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대련 상대는 평상시 TV 중계가 진행되지도 않는 지명도가 낮은 아마추어 팀일 뿐이다.
그런데, 그들의 경기를 보는 것이 재밌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재미와 감동을 준다는 것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최강야구 선수들에게서 프로선수들 보다 더 찐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야구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최강야구 선수들 모두 은퇴하고 나니 내가 얼마나 야구를 좋아했었는지에 대한 깨달음이 찾아왔고, 지금은 좋은 대우 받으며 잘하는 것 보다, 관중들 앞에서 한 경이 한 경기 뛰는 것 자체가 소중하다고 말하고 있었고, 그 마음이 경기에서 전달되었다. ‘누군가 좋아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최선을 다해가는 과정을 보는 것’은 감동이고, ‘최고의 결과가 아닐지라도 의미있는 성취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은 응원하며 지켜보게 돤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20~40대 직장인들에게는 은퇴라는 것이 없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깨달음은 ‘멈춤의 순간’에 찾아올 때가 많은데, 직장인들에게 멈춤은 꽤 오랜 시간 찾아오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깨달음 없이, 내 1/3 이상의 시간을 특정 조직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커리어(인생)을 즐겁고 생산적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일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어떻게든 의도적인 멈춤을 만들어 보는 것. 때로는 퇴사가 될 수도 있고, 나만의 안식년이 될 수도 있고, 1~2년 간의 유학이 될 수도 있으며, 1~2주 장기 휴가가 될 수도 있고, 주말마다 꾸준히 참여하는 모임일 수도 있는 나만의 멈춤 과정을 설계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순간이 있어야 진짜 열정을 마주할 수 있고, 내가 하고 싶은 일 하고 가고 싶은 길을 밟아나가며 살 때, 역설적이게도 세상의 좋은 평가를 받으며 성장할 수 있다. (나에게는 새로운 지역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배울 수 있었던 2년 간의 유학이 회고의 순간이었고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마지막으로, 최강야구 선수들을 보며, 다음 경기도 이겼으면 좋겠다는 마음 보다는, 최대한 오래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그들이 좋아하는 야구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든 것은.. 도전하는 사람들만이 누리는 특권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