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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은 내가 속해있는 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by 이승훈 Hoon Lee Mar 23. 2025

성장의 크기/높이는 '내가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보다는 '나에게 주어지는 일의 중요도/강도'에 지배받는다.


과거 BCG 시절, 가장 크게 배운 프로젝트가 2개 있었다. 2개 프로젝트 모두, 'client 가 잘못하면 1조 이상의 손실을 볼 수 있는 위기에 놓여있는 상황에서, 이를 방어하기 위한 실질적 상세 방안을 매우 짧은 기간에 찾아야 하는 프로젝트'였다.


업무 강도는 굉장히 강했다. 업무 강도도 업무 강도지만, 압박감이 어마어마했다. 굉장히 어려운 문제에 대한 답을, 매우 짧은 시간에 정확/정교하게 찾아야 했기 때문에 긴장감이 매우 컸고, '답을 찾지 못하면 큰 account 를 잃을 수 있다'는 압박감도 매우 컸다. 


2개 프로젝트 모두 서울 & 글로벌 팀이 달라붙었기에, 말 그대로 24시간 내내 일이 돌아갔고, 전략적 방향이 아닌 실질적 솔루션을 찾아야 했기에, 많은 인터뷰 & cross-check 을 전 세계 전문가 대상으로 진행했던 듯 하다.


'잘못하다가는 망하겠다' 한 100번 생각했었는데, 프로젝트는 결국에는 잘 끝났다. 프로젝트 중 엄청난 체력/정신력/심력의 소진이 있었는데, 프로젝트 과정에서 1) 빠르게 가설을 세우고, 2) 깊게 검증하고, 3) 현실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하고, 4) 실행 가능한 단위로 구체화하고, 5) 이를 여러 차원에서 align 맞추고, 6) 확실하게 정리해서 보고하는 법 등등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업의 본질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었고, 이는 스탠포드 입학 후에도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내가 경험했던 2개의 프로젝트는, 타 프로젝트와는 시급성/중요도/Impact 가 차원이 달랐기 때문에 프로젝트에서 해결해야 하는 질문의 난이도가 매우 높았고, 그래서 매일 매일이 지옥(?)같았지만, 결국 프로젝트 이후 배움의 크기/깊이/넓이 역시 다를 수밖에 없었다. '같은 컨설턴트라 할지라도, 어떤 프로젝트를 했느냐에 따라 성장의 폭은 다를 수밖에 없겠구나' 느낄 수 있었던 기회였다.


요즘 실리콘밸리에서 Big Tech 들의 경쟁강도는 정말 어마어마하다. OpenAI, 메타, 테슬라 등등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는 긴장감과 경각심을 가지고 엄청난 압박감을 견뎌하며 업무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서로가 무엇을 하는지 모니터링하고, 상대방이 새로운 기능을 출시했을 때 각 회사들이 매우 빠른 속도로 그 이상의 아웃풋을 내기 위해 기민하고 절박하게 움직이는 모습들이 보인다. 그런 Big Tech 에서 일하고 있는 핵심인재들은 말도 안되는 난이도/scope의 프로젝트들을, 말도 안되는 일정 내에, 말도 안되는 quality로 선보여야 하는 압박감을 견디며 업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의 압박감을 견디며 '무엇인가 더 대단한 것을 만들지 않으면 우리 회사 1~2년 내 훅간다'는 긴장감을 가지며 일하고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보면 회의감이 들긴 한다. 특히 IT 회사들의 경우 더더욱 그렇다. 실리콘밸리의 IT 기업에서 느껴지는 긴장감과 한국의 내노라하는 기업들에서 느껴지는 압박감의 Gap은 사실 너무 크다. 그래서, 한국에는 재능있는 인재들은 너무 많지만, 실제 난이도 높은 문제를 해결해 본 적이 있는 인재들은 드물다는 이야기가 도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예, 미국에서 팀을 set-up 하려는 팀도 많아지고 있다)


결국, 어떤 location 에 위치해있건, 경쟁 강도가 역대급으로 펼쳐지고 있는 글로벌 무대를 향하기 위해, 더 높은 비전을 세우고, 더 어렵고 본질적인 문제 해결에 도전하고, 그 과정에서 매우 빡센 경쟁의 소용돌이 안으로 스스로 찾아 들어가고 (제 무덤을 제가 파는 격), 그 안에서 버티고 생존하는 과정에서 '격이 다른 회사'로의 성장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한국 회사들의 유일한 생존법이라 생각한다.


큰 시장으로 향해야 하고, 더 압박이 심한 경쟁 환경에서, 더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통해, 유저의 선택을 받는 것을 넘어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서비스 &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만들어야 한다. Ringle 도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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