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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완 기자 Apr 28. 2023

윤 대통령의 방미 외교 '경제 성과'는 있을까?

대통령실은 불확실성은 제거되고, 59억 달러를 투자유치했다고 하는데


"우리가 외교를 통해서 유리하게 만든 건 없어요."

<한겨레> 산업팀 기자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의 경제적 성과에 대해 취재를 했습니다. 여러 전문가들의 평가는 대동소이했습니다. "평가할 게 없다"


사실 취재에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먼저 과거 대통령의 순방 경제 성과에  대해 쓴 참고할 만한 기사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보통은 국내 대기업 총수들을 동행해, 현지 투자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는다는 식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윤 대통령의 순방은 그 어느 때와는 달랐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리쇼어링'을 추진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 산업 정책 드라이브에 비할 바가 아니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해부터 쏟아낸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규제와 인플레이션감축법, 반도체과학법 등은 국내 수출 핵심 산업인 반도체와 전기차 경쟁력과 직결되는 것이었습니다. 


최종건 전 외교부 차관은 문재인 정부때 미국은 '미국이냐, 중국이냐'를 선택하라고 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미국이냐, 중국이냐'를 선택해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물론 책 '차이나쇼크'에서 보듯, 국내 첨단 산업은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거나, 이제 곧 세계 시장에서 중국 제품들과 격돌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긴 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윤 대통령의 방미는 이전과 달리, 상호 호혜적인 경제 협력을 추구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먼저 <한겨레> 산업팀은, 윤 대통령이 공군1호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가는 동안,  '반도체·전기차·배터리 ‘미국 우선주의’…‘투자 보류’ 강공도 필요하다'는 기사를 내놓았습니다.  10여명의 통상,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전문가 등을 인터뷰해, 윤 대통령이 국내 첨단산업의 힘을 믿고, '자국 우선주의'에 끌여들여 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89225.html



이어 윤 대통령이 워싱턴에 도착한 뒤 명칭도 희한한 '투자신고식' 이라는 것을 열어, 미국 기업 6곳으로부터 19억 달러 투자 등 넷플릭스와 코닝 투자를 합쳐 59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6개 기업은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투자하겠다는 것인지 밝히진 않았고, 넷플릭스 역시 한국 콘텐츠에 투자해 재미를 보고 있어서 그들 역시 투자를 해야하는 입장이었습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이 윤 대통령 순방 길에 8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실 “59억 달러 투자 유치”… IRA·반도체법 협의는 감감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89553.html


오늘은 윤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성대한 접대를 받을 때, 경제 외교 성과를 따져보았습니다. 앞서 이야기 한대로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문구를 받아낸 것 외에는, 구체적으로 뭘 따냈는지 파악하기 힘들었습니다. 물론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 깊숙이 논의가 진행되었는지 향후 결과를 지켜봐야 합니다. 


하지만 전날 에스케이하이닉스는 적자 규모가 너무 커서 투자를 줄이고 있는 판이고,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에서만 4조원대의 손실을 올해 1분기 실적으로 내놨습니다. 국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우려, 반도체가 많은 몫을 차지하는 수출에 대한 우려 등 커지고 있는 불확실성을 해소할 만한 방안을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 가져왔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IRA·반도체법 “긴밀협의 계속”…독소조항 해소는 공회전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89737.html



오히려 한미정상회담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 기자가 콕 질문을 찔러 들어가더군요. "중국에서의 칩 제조를 제한하는 것이 한국에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중국과의 경쟁 때문에 한국이라는 동맹이 피해를 받고 있고, 그렇게 하면서도 국내에서 정치적인 지지를 규합을 하려고 하십니까."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 방문에 앞서 재선 도전을 공식화했습니다. 중국을 압박하는 데 동맹을 이용하고,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국빈 방문'을 활용하지 않았냐는 질문으로 들렸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답변은 상당히 이를 부인하는데 길게 길게 단어들을 반복하며 답을 했습니다. 


다만 이번 취재는 돌아볼 만한 점이 있었습니다 ㅜㅠ 부족한 경제외교 성과를 짚다보니, 한미간 경제 협력이 이전과 다르게 흘러가는 것에 대한 의미를 제대로 들여다 보았는지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전 정부 때는 우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접대하는 데 엄청나게 공을 들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 때마다 아이돌을 불러다 환영 행사를 치렀고,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노벨평화상을 주고 우리는 실리를 취하자는 이야기까지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하는데 꼭 필요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겁니다. 


이번에는 반대인 거 같습니다. 미국이 윤석열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청해 워싱턴 백악관에서 극진하게 대접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의 취향을 저격한 '제로 콜라'도 가져다 놓았습니다. 미국은 윤 대통령에게 앞으로 4년 동안 국빈방문 할부 대금을 얼마나 청구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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