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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완 기자 Feb 03. 2024

테슬라와 한화, 코리아 디스카운트

김동관 부회장의 RSU?



1. 어제 테슬라에 대한 흥미로운 뉴스가 떴다. 일론 머스크가 회사로부터 받은 560억달러(74조원) 규모의 스톡옵션에 대해, 미국 법원에서 "보상이 부당하다"는 소액주주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2. 일론 머스크가 '괴짜같은' 뚝심으로 테슬라를 이렇게 키워낸 것은 맞다. 테슬라 이사회는 회사 매출과 시가총액 등 목표달성 여부에 따라, 최고경영자에게 최대 1억1천만주 규모의 스톡옵션을 주기로 했던 것이다. 


3.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머스크가 상당한 가치의 스톡옵션을 받아야 하는 이유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보상 결정도 독립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본 것이다.  재판관은 "머스크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이들이 보상을 결정하는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었다"고 했고, "머스크와 이사회가 보상이 공정하다가는 것을 입증할 책임이 있지만, 이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했다. 


4. 자본주의의 선진국이자, 혁신적인 기업에 대해 열광하는 미국에서 나온 판결이다. 즉 임원의 보수에 대해서, 이사회나 기업은 이게 정당한지, 본인들이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globaleconomy/1126670.html


5. 이 외신이 나오기 전날, 한화의 RSU에 대해서 칼럼을 썼다.  한화는 그동안 성장했고, 앞으로도 비전을 가지고 성장할 기업인데, 김동관 부회장에게 양도제한조건부주식인 RSU를 수만주씩 주고 있는데, 이걸 어떤 조건으로 주는지 공개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6.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별 게 아니다. 


***


6개월여 수습을 마치고 정식 기자가 되는 날. 그간 수고했다는 축하 회식을 앞두고 캡(사회부 팀장)이 전화했다. “오지 말고 남대문서를 지켜라.”


2007년 봄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폭행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북창동 룸살롱과 청계산 자락에서의 보복폭행 사건이다. 당시 수습기자들은 남대문서를 집인 양 살았다.


이후 한화그룹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삼성으로부터 화학과 방산을 넘겨받아 알짜사업으로 변모시켰다. 태양광에 진출해 미래 성장을 다졌다. ‘만년 꼴찌’지만 한화 이글스 야구단은 그룹 이미지 개선에 기여했다. 김 회장의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이 종종 구설에 오르긴 했지만, 장남 김동관(41) 한화솔루션 부회장은 회사 안팎의 긍정적 평가 속에서 ‘차기’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던 한화가 지난 17일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한겨레에 정정보도를 청구했다. 전날 한겨레가 보도한 “한화 장남에 ‘RSU 389억’ 경영권 승계수단 악용 우려” 등 5건의 기사가 “RSU 제도에 대한 몰이해 및 악의적인 왜곡보도”라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김동관 부회장이 ㈜한화·한화솔루션·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임원이 된 뒤 4년 동안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RSU) 98만1802주를 받았는데,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 내용과 반론 과정은 언론과 재벌이 총수일가 보상 체계가 공평한지 논하는 ‘일상적인’ 논쟁에 가깝다. 하지만 한화가 보내온 언론조정신청서를 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눈에 띈다. 알에스유가 탈세·탈법·편법과는 거리가 먼 제도라고 주장하며 “민주당에서조차 알에스유 제도를 정당 내 성과보상시스템에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하였다”는 대목이다. 지난해 10월6일 민주당 ‘글로벌 기업 경쟁력 강화 모임’이 연 토론회에서 국회의원들이 알에스유에 대해 “(인재 영입을 위해) 민주당도 본받아야 한다”고 높이 평가했다는 한 경제지 기사가 근거로 제시됐다.


실제 그랬을까. 이 토론회를 연 김병욱 의원실 쪽은 “이날 모임에 긍정적 입장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다만 “승계 목적 악용 등 단점이 있어 알에스유 관련 법 규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고, 민주당 차원에서 긍정적 평가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주최 쪽은 토론회 주제로 ‘방산·우주·항공’을 잡았는데, 한화 쪽에서 이성수 사장이 참석해 적극적으로 알에스유 성과 논의를 요청하는 자리로 삼았다고 한다. 


이날 토론회를 보도한 한 기사는 “좌장을 맡은 교수가 이번 토론회 주제가 한화의 인수합병이 아닌 알에스유로 잡힌 점이 의아하다고 말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화의 이런 민감한 행보는, 이 사안이 차기 총수는 물론 ‘불공정 이슈’와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은 2021년 계열사 등으로부터 알에스유 13만7천주를 보수로 받았는데, 같은 시기 한화를 대표하는 전문경영인 금춘수(72) 부회장은 8만7천주를 받는 데 그쳤다. 알에스유는 별다른 성과 달성 조건도 없다. ‘대상자 고의의 중대한 손실 또는 책임이 발생한 경우’만 없으면 10년 뒤 지급할 뿐이다.


임원 보수 공개는 경제민주화 요구가 낳은 입법 성과다. 총수 일가라는 이유만으로 과도하게 많은 보수를 받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기업 저평가 현상)의 핵심인 후진적 기업 지배구조를 환기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셈이다. 물론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거꾸로 가는 흐름이 재계라고 예외는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재벌들과 부산에서 떡볶이를 먹고, 파리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총선을 앞두고 ‘표심 잡기’ 한창인 국회도 걱정이다. 의결권을 10% 이상 보유한 대주주 일가에는 알에스유 지급을 금지하는 이용우 의원 발의 상법 개정안을 이번 총선 공약으로 삼아 이런 우려가 오해였음이 증명되길 바랄 뿐이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2660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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