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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정씨 minjungsea Mar 03. 2023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

챗GPT와 글쓰기


"'시세'라는 키워드로 에세이 한 편 써줘"

"'시세'라는 키워드로 수필 한 편 써줘"


요즘 화제인 챗GPT에게 ‘시세’에 대한 글 한 편을 부탁해봤다. 그인지 그녀인지 알 수 없는 그는 10초가 채 되지 않는 시간 안에 그럴 듯한 글을 한 편 뚝딱 써냈다. 물론 글을 자세히 읽어보면 문장과 문장, 문단과 문단의 흐름이 매끄럽지 않거나 너무 당연한 소리를 늘어놓기는 했다. 그러나 나름 글의 형태를 갖춘 ‘그럴 듯한’ 글을 써낸다는 건 인정해야 했다. 게다가 그가 10초 만에 써낸 글을 쓰려면 적어도 1~2시간은 소요될 듯했고, 그가 내린 ‘시세’에 대한 결론 또한 나름대로 타당했다.


종합적으로, 시세는 경제 활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시세 정보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것은 경제적인 이익을 챙기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시세 변동은 경제적 상황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시세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은 경제적인 의사결정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시세'라는 키워드로 에세이 한 편 써줘>의 결론


하지만 시세는 언제나 예측 가능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러한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판단과 경험에 의존하여 대처해야 한다. 이는 우리가 더욱 현명한 경제적 결정을 내리고, 시세의 예측 불가능성에 대처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시세'라는 키워드로 수필 한 편 써줘>의 결론


위기의식이 들었다. 이런 형세에 출판사로 이직한 나의 판단은 적절했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어떤 대문호도 10초 안에 4~5개의 문단의 글을 뽑아내는 건 불가능하다.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 심지어 최근에는 챗GPT가 쓰고 파파고가 번역한 책이 나왔다. 이미지는 셔터스톡AI가 만들었다. 출간까지 걸린 시간은 단 7일. 인쇄라는 물리적인 공정을 제외하면 자료수집부터 집필, 번역, 교정·교열, 이 모든 것을 인공지능은 30시간만에 해냈다. 게다가 책의 제목은 <삶의 목적을 찾는 45가지 방법>이다. 인공지능이 알려주는 삶의 목적을 찾는 방법이라니. 너무 아이러니하다.


물론 지금이야 베타테스트 버전이라 엉망진창인 면이 있다. 정보의 오류도 많다. 그러나 빠른 시일 내에 나아질 것이다. 기계의 학습 속도는 언제나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으니까. 정보와 지식의 양으로 인공지능과 싸우고자 하면 인간은 질 수밖에 없다. 어제 먹은 점심도 기억이 안 날 때가 있는데 컴퓨터와 정보력 싸움이라니. 게다가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의 삶과 너무 밀접해 있다. 아이폰 ‘시리’에게 날씨를 물어보는 일, 파파고로 번역기를 돌리는 일, 유튜브의 알고리즘 추천 등.


근데 정말 인공지능으로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나? 일부는 맞다. 인간의 영역이라 여겼던 그림과 음악, 글 같은 창작의 범위까지 인공지능이 진출하면서 해당 생태계의 일부는 위협을 받고 있다. 예시로 광고의 카피라이트 영역은 프로그램에 일정 키워드만 넣으면 그럴듯한 카피를 뽑아준다. 그러나 도움을 받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혼자서는 찾기 어려운 레퍼런스를 인공지능은 짧은 시간 안에 제공해준다. 일의 효율이 높아진다.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더 나은 결과물을 낼 수도 있다. 인공지능과 인간, 효율성과 인간성. 이런 논의는 이제 해묵은 논쟁 같기도 하다. 


챗GPT가 출시된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학교와 기업, 각종 기관은 챗GPT의 활용여부를 두고 시끄럽다. 일부 기업은 보안상의 이유로 챗GPT를 금지하고, 학교에선 챗GPT로 인한 표절 문제로 곤란한 입장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발전은 멈출 수 없는 흐름이다. 앞으로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논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가져온 정보에서 어떻게 거짓 정보를 가려낼 수 있는지, 원하는 답을 얻으려면 어떻게 질문해야 하는지 등 말이다. 


동시에 인간의 고유한 영역은 어디인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개인적으로 인공지능과 어울리지 않는 단어를 꼽는다면 ‘도전’과 '시도'다. 기본적으로 인공지능은 이미 생성된 정보를 기반으로 한다. 그 정보를 학습하고 정해진 답을 내놓는다. 도전적인 AI,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인공지능. 아직은 어색하다.


그런 면에서 창의적인 행위 역시 인공지능에겐 시기상조다. 언론에서는 인공지능이 쓴 소설이 입상을 하고 인공지능이 음악 비트를 찍고 몇 초만에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보며 창의적이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창작과 창의적 행위를 혼동한다. 창작은 작품을 만드는 모든 행위를 말하지만 창의적 행위는 다르다. 창의적 행위는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들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결과를 알 수 없는 도전을 하는 것이다. 창의적인 것들은 주로 무모한 도전, 예상치 못한 일, 의외성, 불규칙성 속에서 만들어진다. 원래의 기준이 무너질 때 창의적인 행위가 일어난다. 인공지능을 만든 것은 창의적 행위일 수 있으나, 인공지능이 창의적일 순 없다.


다음은 챗GPT와 내가 나눈 대화다. ‘창의’, ‘도전’, ‘시도’와 같은 질문에 챗GPT는 아래와 같이 대답했다.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의 존재, 판단은 읽는 여러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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