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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섬에서 헬프엑스 할 수 있다 없다?! 정답 ○

<한국기행> ‘섬을 걷다-백섬백길’ 우이도 촬영 후기 (1)

일손을 돕고 숙식을 제공받으며 관계 맺는 교환여행, '헬프엑스'로 국내를 여행해보겠다고 했지만, 제 생각의 범위는 '육지'가 전부였어요. 그러다 섬연구소 강제윤 소장님으로부터 "우이도에서 헬프엑스 해보는 건 어때?"라는 제안을 받고 내가 섬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제주도에서의 생활이야 대충 머리에 그려지지요. 여행으로도 가서 많이 봤으니까요. 그런데 다른 섬에서의 생활은 도무지 그려지지가 않아요. 다른 시골처럼 농사도 짓나? 먹거리는 육지에서 사 오시나? 배를 자주 타야 하나? 나는 멀미가 정말 심한데…. 완전히 미지수였지요.  

그래서 섬에서 어떻게 헬프엑스를 할 수 있을지, 저도 무척 궁금했습니다. 뭘 도와드릴 수 있지? 


아니 근데 가보니까요, 오히려 섬에서 헬프엑스 하기가 더 좋겠던데요. 할 일이 정말 많아요. 제가 경험한 바를 좀 적어볼게요. 

    



① 농사

섬에서도 농사 짓습니다. 제가 강원도 홍천에서 농사를 좀 지어봤는데요, 제일 힘든 게 돌밭이라는 거였거든요. 돌이 너무 많아서 멀칭할 때 삽이 들어가질 않고, 고구마 캘 때도 호미에 돌이 자꾸 부딪혀서 손목이 얼얼할 정도예요.


그런데 우이도 밭은 돌이 별로 없더라고요. ‘우이도 처녀 모래 서 말은 먹어야 시집 간다’는 말이 있다고 할 만큼, 우이도엔 모래가 많아요. 우리나라는 물론 동양에서 가장 큰 모래언덕 ‘풍성사구’도 우이도에 있거든요. <한국기행>에 나온 바로 그 모래언덕이지요. 올라가면 내 발밑은 사막인데 눈앞에 바다와 섬 풍경이 쫙- 펼쳐지는 입 딱 벌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어요. 날씨까지 좋으면, 정말 죽기 전에 못 볼 풍경이에요.


어쨌든 우이도 밭은 대부분 모래로 이루어져서 호미질도 너무 쉽고 잡초가 그냥 슉슉 뽑혀요. 잡초 뽑고 갈무리해서 호스트 아주머니는 그 밭에 ‘시금치’를 심으실 거라고 하더라고요. 바닷바람 맞고 자란 시금치가 진짜 ‘찐’이래요. (나면 좀 보내줄 테니 먹어보라는 다정한 말씀까지!)     


호스트 아주머니와 함께 밭 매는 모습. 출처_EBS Youtube


밭에서 호박, 오이, 배추, 무, 가지, 대파 등 웬만한 건 다 나온답니다. 김장도 직접 길러서 하시고요. <한국기행> 4부에서도 나왔는데, ‘자은도’라는 섬에는 대파 농사가 유명하대요. 자은도 대파가 전국 대파 생산량의 30? 40? %를 차지한다고 하던데요! 섬이라고 농사 짓나, 안 짓나? 이럴 게 아니었습니다. 어쨌든 밭 돌보는 일이 많다는 거! 그리고 여기서 나온 야채들을 손질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죠.   


10월 초 우이도에서 한창 자라고 있는 배추

  



② 바다 식재료 채취&손질

섬이잖아요, 섬. 

우이도가 진짜 좋은 게, 그물만 던지면 물고기와 꽃게 등이 막 걸려 나온대요. 민박집 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그 섬의 토박이이신 경우가 많아서, 물고기 잡는 포인트도 정확하게 알고 계신다네요. 어쨌든 배 타고 조금만 나가면 바로 먹거리를 갖고 돌아올 수 있는 거지요. 


그렇게 잡은 물고기를 손질하여 (다들 회 뜨시는 게 거의 선수급!) 민박집 밥상에 올리는데, 이름도 모르는 생선 구이, 꽃게탕… 저 울 뻔했습니다. 너무, 아 진짜, 너무 맛있어요. 제 생각에 먹거리에 있어서는 도시 사람들이 제일 불쌍한 것 같습니다. 도시에서 먹는 건 먹는 게 아니에요. (이렇게 차리는 밥상 한 끼가 1인당 만 원! 대단하죠?)

솜씨 좋은 호스트 한영단 아주머니의 섬밥상. 저 생선은 무슨 생선인데 저리 맛있을 수가 있을까!


저는 멀미가 심해서 배는 타라고 그래도 못 탔겠지만, 대신 조개를 캐러 갔습니다. 민박집에서 걸어서 3분 거리가 ‘돈목해변’인데요, 드넓은 모래사장에 아무도 없습니다. 오후 4시인가 5시인가 나갔는데 딱 물이 빠져서 조개 캐기 좋더라고요. 바다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고 호미로 한번 슥 긁으니 조개가 나옵니다…! 조개 색깔이 다 달라요. 비단조개라서 그렇다네요. 조개가 생각보다 굉장히 움직임이 빠릅니다. 젖은 모래에 조금만 그냥 두면 얼른 속살이 나와서 낼름낼름, 파고 들어가서 숨을 곳을 찾더라고요. 싱싱한 조개! 


조개 캐는 모습

30분도 안 했는데 바구니 2/3가 찼어요. 해감시킬 바닷물을 담아서 집으로 가져갑니다. 이렇게 캔 조개는 여기 우이도에서 모두 소비된다고 하네요. 밖으로 팔거나 할 것은 없고, 정말 반찬으로 삼기 딱인 거죠. 포장도 되지 않은 산 조개가 집 바로 앞에 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가서 반찬거리 마련해오는 게 일입니다.

잘 해감시켜 씻은 조개에 물만 붓고 끓이다가 간 할 필요도 없이 고추랑 쪽파 쫑쫑 썰어 넣으면 끝. 그 맛은… 더 말할 수가 없습니다. 술이 필요해요. 뽀얗게 우러나오는 국물이 전신을 따뜻하게 덥혀줍니다. 


너무 맛있어서 먹다가 기절하는 조개탕




③ 민박

우이도 같은 섬은 한번 들어가면 그날은 나올 수가 없어요. 한 마을에 배가 하루 한 번밖에 안 들르거든요(우이도 전체에 마을 네 개 있음!). 물론 시간 맞춰 다른 마을에 넘어가 있으면 탈 수는 있겠으나 우이도는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이 뱃길 아니면 산길밖에 없고요, 그날 들어가서 그날 나올 일은 별로 없을 듯 해요.

어쨌든 그렇기 때문에 우이도에 계신 분들은 거의 대부분 ‘민박’을 합니다. 들어오는 손님들이 잘 곳이 있어야 하고, 먹을 곳이 있어야 하잖아요. (슈퍼도 없어요)

민박엔 언제나 일손이 필요하죠. 사람이 제때 잘 먹고, 잘 자는 것 외에 더 중요한 일이 어디 있습니까. 거기엔 굉장히 많은 돌봄의 손길이 필요하지요. 민박집 아주머니, 할머니들도 이제 연세가 많으셔서 일손 돕겠다고 하면 환영하실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보고싶은 우리 호스트 아주머니가 계시는 '다모아민박'


이렇게 일 돕고 여행하는 섬 풍경은 어땠는지, 다음 글에 적어볼게요. 



      


**<한국기행> '섬을 걷다 백섬백길 1부 : 일하러 왔습니다, 우이도' 다시보기

https://worldtrip.ebs.co.kr/worldtrip/replayView?siteCd=KH&courseId=BP0PAPD0000000022&stepId=01BP0PAPD0000000022&lectId=6041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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