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3. 월 50만 원으로 유럽 여행 쌉가능+a

교환여행 헬프엑스의 장점과 단점 (1)

교환여행 헬프엑스의 대원칙은 아래와 같다. 


헬퍼는 주 30시간 내외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호스트는 이에 대한 대가로 숙식을 제공한다.


헬프엑스 웹사이트(www. helpx.net)에 이렇게 적혀 있다. 하지만 헬프엑스는 한 개인이 만든 민간 웹사이트이므로, 이 원칙의 구속력은 전혀 없다. 헬프엑스로 여행하면서 내가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다. '모든 건, 협상하기 나름이다!' 


가령 주 30시간이라면, 5시간*6일 혹은 6시간*5일 이라고 계산해볼 수 있다. 즉, 5시간씩 주6일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여행한단 이야기다. 하지만 내 경험에 의하면 일해달라고 요청하는 시간이 호스트마다 달랐다. 어디서는 20시간, 어디서는 30시간을 일했다. 하루 5시간을 쪼개서 일하기도 했고, 주말 동안 인근 지역을 길게 여행하고 싶으면 평일에 몰아서 일하기도 했다. 


출처 Freepik


다시 말하지만, 모든 건 협상하기 나름이다. 일의 내용도, 업무 강도도 마찬가지. 모두 쌍방이 조율하기 나름이다. 호스트의 자기소개, 그리고 앞서 다녀간 헬퍼가 남긴 후기를 보고 어떤 일인지, 일의 강도가 어떤지 대충 가늠할 수 있지만, 각 헬퍼의 재능에 따라 그리고 여건에 따라, 모든 건 조율하기 나름이다. 헬프엑스 웹사이트에서 중재하거나 강제할 수 있는 건 없다. '모든 건 조율하기 나름이다.' 인생에 있어서도 이 원칙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호스트가 헬퍼에게 줄 수 있는 '정주의 도움', 즉 숙식의 조건도 천차만별이다. 호스트의 자기소개를 꼼꼼히 읽어야 한다. 아니면 가기 전에 반드시 묻던지(나는 페루 아마존 공동체에 도착해서야 그곳에 전기가 없는 걸 알았다. 호스트가 사전에 보내준 안내자료를 꼼꼼히 읽지 않았던 탓이었다). 

와이파이가 잘 되는지, 따뜻한 샤워가 가능한지, 식단은 채식 위주인지, 하루 세 끼 모두 주는지, 아니면 한 끼는 헬퍼가 해 먹어야 하는지 등등. 호스트의 자기소개에 이런 내용이 써 있지 않으면, 내게 중요한 사항부터 실례가 되지 않는 선에서 물어보자. 


호주 빅토리아 프린스타운에 있는 한 호스트의 프로필. 아래엔 자기소개가 있다. 스캐닝을 위해 구글번역기 고고!


헬프엑스 웹사이트에 회원 가입하고 약간의 회비(한화로 4만 원 이내)를 내면 2년 동안 모든 호스트의 등록된 전화번호, 그리고 이메일을 알 수 있다. 헬프엑스 웹사이트 안에 메신저 기능이 있으니 그걸로 연락하는 것도 좋다(처음부터 낯선 이에게 전화 걸기는 부담스러우니까). 대화하면서 호스트의 성향도 파악하자.   



이렇게 시간과 재능을 기부하고 숙식을 제공받으면, 당연히 크게 아껴지는 게 여행경비다. 내가 2016년 5개월 간 유럽 4개국을 헬프엑스로 여행하면서 쓴 경비는, 비행기삯을 제외하고 많게 잡아도 250만 원 정도였다. 한 달에 50만 원 꼴이다. 남아메리카를 여행하면서는 한 달에 많아도 20만 원을 넘기지 않았다. 특이하게도 페루, 아니 남아메리카에는 헬프엑스라고 하더라도 약간의 비용(하루 평균 7천~8천 원 정도)을 받는 호스트도 꽤 있었는데, 그마저도 받지 않고 순수하게 ‘교환’하는 친환경 농장에 머물렀을 때는 한 달에 10만 원도 채 들지 않았다. 남미의 물가는 놀라울 정도다. 아니, 대한민국의 물가가 살인적인 것이겠지. 


하지만 단지 비용을 아낄 수 있는 여행방식이라고만 헬프엑스를 생각한다면, 완전한 오산이다, 오산! 나는 이를 '아름다운 다이아몬드를 손에 쥐고도 유리 자르는 도구로만 쓰는 것'에 비유하고 싶다. 헬프엑스는 단지 비용을 아낄 수 있는 여행이 아니다. 단연코 그 이상의 무엇이다. 헬프엑스는 '세계인들과 연결되는 가장 직접적이고 아름다운 방법'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헬프엑스로 여행하면서 나는 ‘세상은 넓다’라는 표현이 결코 진부한 말이 아니란 사실을 깨쳤다. 


출처 Freepik




이 지구에서 사람들은 우리가 ‘상상할 수조차 없이’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나는 자연인이다'에 나오는 무슨 기인처럼 살아간단 뜻이 아니다. 문화에 따라, 아니면 선택적으로 그렇게 사는 사람들도 물론 있다(그리고 그런 이들의 집에서 나는 다시 하지 못할 멋진 경험을 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평범하게 살아온 내가 그들처럼 그렇게 살지는 못할 것이다. 그보다는 얼핏 평범하지만 자기 안의 목소리를 따라서, 자기 자신과 자신이 구축한 작은 세상 속 입들을 먹여 살리며, 하루하루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 즐겁게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더 눈에 들어왔다. 


나는 헬프엑스로 다양한 이들의 삶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며, 그리고 잠깐이나마 같이 살아보며 서서히 굳었던 생각을 바꾸었다. 대한민국에서 청년으로 살아가는 게 녹록치 않아서 생각은 종종 흔들린다. 하지만 헬프엑스로 분명히 봤던 그 다양한 삶들은 내 안에 깊이 새겨져 있다. 그리고, 찾아보면 우리 주변에도 분명 있다. 다양한 컬러의 삶들이. 





  

매거진의 이전글 2. 여행의 의미를 확장하는, '교환여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