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유월 Jul 20. 2018

계좌번호와 부고문자

이렇게 보내도 괜찮은건가?  

출근한 남편으로부터 부고문자를 전달받았다.

남편은 부고문자를 '쩐다'라고 표현했다.

모친이 돌아가신 부고문자에 '쩐다'라니...?

그 이유는 문자 맨 아래에 붙어있었다.

부고문자 맨 아래 oo은행 000-000000-00-000 이라고

모친별세라는 문장과 어울리는듯 안어울리는듯 당당하게 붙어있는 계좌번호.

아마 상주의 계좌번호일거라 짐작했다.

난 묘한 기분의 '오....' 를 보냈다. 




요즘 부고문자는 다 이렇게 보내는건가?

내가 너무 보수적인가?

보통 상주, 병원, 발인일, 장지 이렇게만 보내지 않나?

이게 웬 계좌번호?

상주의 계좌번호겠지?

돈 입금하라는 무언의 압박인가?




아침부터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나는 남편에게 대놓고 부고문자에 돈달라는건 좀 아니지않냐고 했다. 

더구나 그 분은 운동하는 클럽에서 겨우 한두달정도 보고 연락한번 없던 사이었다. 

우리는 그 발랄한 계좌에 입금하지 않기로 했다. 



부고문자밑에 계좌번호..나만 기분나쁜가?



사랑하는 가족 중 누군가 돌아가신것은 정말 슬픈일이다.

부고문자는 감정을 배제하고 신문기사처럼 사실만을 나열해놓은 텍스트임에도 불구하고

받는 사람입장에서는 상주와 남은 가족들에 대한 걱정, 안타까움이 밀려오는 점이 있다. 

그런데 그 계좌번호를 보고나서 잠시나마 느꼈던 걱정스러운 마음이 싹 사라졌다. 

물론 정말 좋게 생각해서 상주가 지인중 개인적인 일로 시간을 내지못해 찾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에 계좌번호를 붙여 문자를 보냈을수도 있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장례식장에서 회사사람들과 지인들에게 상주대신 부고문자를 계좌번호까지 붙여 보내주는 서비스를 하기도 한다던데 그런 서비스를 이용하셨을 수도 있다.


그분 입장에서 좋게 생각하려해도

아니다,

이건 아니다. 

정말 아니다.

상업적인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이럴거면 청첩장에도 계좌를 찍어서 돌리는게 어떤가?

돌잔치를 알리는 문자에도 말이다. 

날이 참 더운데

마음이 훅 서늘해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이들어서도 여행을 가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