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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그나이트 Jan 24. 2017

프로페셔널

나를 만족시킬 수 있는 사람이 진짜 프로다

나는 낡은 주택을 개조해서 사용하고 있다. 낡은 주택이다 보니 수리가 많이 필요하다. 자본이 여유롭다면 한 번에 대대적으로 수리하면 좋으련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다 보니 그때마다 부분 부분 수리해야 하기에 번거롭고 부산스럽기도 하다.


그래도 부분 부분 수리하고 가꾸다 보면 애정도 생기고, 자부심도 생기기에 그 재미가 쏠쏠하다.


수많은 공사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화장실 공사이다. 크지 않은 공사였는데, 수리 결과가 마음에 들기도 하지만, 일해주신 분의 말씀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공사를 할 때, 조금이라도 돈을 아끼기 위해서 직접 자재를 공수해놓고, 일하시는 분에게 공임을 따로 주는 것을 선호한다. 그날도 역시 직접 자재를 사다 놓고, 일하시는 분을 모신 상태였다.


그런데, 사실 이런 식의 일을 좋아하는 분은 별로 없다. 왜냐면 자재를 본인들이 준비해야 이윤이 더 남기 때문이다. 때로는 그런 이유로 아예 일을 안 맡는 분도 가끔 계실 정도이다. 나 역시 한 푼이 아까워 이렇게 공사를 하는 것처럼, 나에게는 감사하지만, 우리나라 공임(일당)이 물가에 비해 낮은 것이 현실이기에 일하시는 분들 역시 돈 한 푼 계산 안 하고 일할수는 없을 테니까. 충분히 그 분들에게 나 같은 사람이 반가운 손님이 아닌 것을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공사하는 날이면 일하시는 분 눈치를 보며, 옆에서 왔다 갔다 심부름이라도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화장실을 수리하던 그날도, 나는 오늘의 공사를 맡아줄 사장님에게 인사하면서, 필요한 것이 없으신지 물어보며, 지레 미안한 마음으로 "자재가 부족하면 어쩌지요? 저도 형편이 넉넉지 않아서 많이 챙겨드리지도 못해서 죄송합니다. 심부름시키실 일이나 부족한 것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라고 말을 했다.


그런데, 사장님의 말씀 "걱정하시 마세요. 이 화장실 바닥 제대로 수리 못하면 내가 쪽팔려서 용납이 안돼요. 내가 말이오. 맡은 일은 제대로 하는 사람이란 말이요. 그러니 귀찮게 하지 말고 저리 가서 일 보세요."



본인이 만족할 때까지 집중하는 당신은 프로페셔널


"나는 쪽팔리지 않게, 완성하는 사람이다."라는 명언을 남기신 사장님은 말씀처럼 진짜 깔끔하게 공사를 마무리 해주고 가셨다.


음악을 하면서, 지금까지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에 하나는 "이제 그만 하면 된 거 아닌가요?" 하는 것이었다.


멜로디까지는 사실 즐거운 창작의 시간이지만, 편곡, 녹음, 튠, 믹싱, 마스터링 등의 음악 제작의 과정은 사실상 끊임없는 수정의 과정이다. 예전처럼 녹음, 수정 기술이 없는 시대였다면 나는 음악을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는 수정, 보완을 엄청 한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프로 뮤지션들이라면 최상의 앨범을 선보이기 위해서 이렇게 작업을 할 것이다.


이때, 수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면서 의견을 물어보는데. 계속 물어보고, 확인하다 보면 대부분은 (특히 성실장)은 "이제 이 정도면 그만 하세요. 뭘 고쳤는지 차이를 모르겠구먼. 게다가 핸드폰으로 들으면 다 똑같거든요."라고 말을 하곤 한다.


그러면 나는 버럭 한다. "내가 그 차이를 알잖아. 그리고 내 팬들은 알아챈다고, 뭔지는 모르지만 뭔가 바뀌고. 더 좋은 것, 더 안 좋은 것을 느낀다고!" 이때만큼은 아내도 무섭지 않을 만큼 눈에 뵈는 게 없어지니까 말이다.



자존심과 자부심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사회


그런 점에서 '돈에 맞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 자체에 대한 자부심과 나 스스로의 자존심을 걸고 일하는 것 그것이 바로 프로페셔널'이 아닌가 생각을 한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일을 한다면 정말 멋진 사회가 될 것 같고 말이다. 그런데 그러려면 일단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어떤 일이던 그에 맞춘 나의 실력도 쌓아야 하고, 사람들과 싸우더라도 고집을 부려야 하고, 당분간은 돈이 안돼도 섭섭해하지 말아야 하기에 쉽지 않고, 그만큼 프로페셔널이란 것이 쉽지 않은 것이리라.


이런 나를 보며, 성 실장은 항상 말한다.


"그런 성격으로 짜장면집을 차리면 생활의 달인이나, 서민 갑부에 출현했을 텐데. 아쉽군."


아...

그러게 말이다. 이런 프로 정신으로 돈 되는 것에 매달렸다면 더 좋았으련만, 왜 하필 음악인지 아내의 서민 갑부의 꿈에 도움이 안 되어서 매우 안타까운 요즘이다.




글, 작성 : 이그나이트, 성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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