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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ah Apr 23. 2019

훌륭한 스타트업은 어떻게 일하는가?

당근마켓에 합류한 후 배운 점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내가 당근마켓에서 일하게 된 계기부터 이야기해보려 한다. 나는 2019년 3월을 끝으로 기존에 운영하던 스타트업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가지고 있던 신용보증기금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서 운영하던 서비스만 낮은 가격에 타회사에 매각하기로 하고, 기존 우리 팀은 흩어졌다. 난 비개발자였고 IT 경력을 가지지 않은 상황에서 공동창업자도 없이 앱 서비스를 시작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겁도 없는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회사를 운영하며 계속 좋은 회사를 만들어가려 노력을 했다. 앱 서비스를 운영하며 3년 동안 여러 고생을 했고, 투자를 받기도 했다. MAU 20만 명, 월 매출 6000만 원까진 올랐지만 그 이상은 올라가지 못했다.

내가 아직 여러 방면에서 많이 부족하였기에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대학생 때 창업했기에 좋은 회사에서 일해본 경험도 없었다. 그래서 회사를 정리하며 앞으로는 내가 부족한 부분들을 배울 수 있는 좋은 회사에 합류하여 크게 성장하고 싶었다. 


그렇게 결정한 곳이 당근마켓이었다. 당근마켓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Paul은 기존 내가 운영하던 회사의 투자회사의 LP(투자회사의 투자자)였다. 참고로 당근마켓에서는 영어이름을 쓰며 수평적인 의사소통을 지향하기에 글에서도 영어이름을 사용하겠다.
Paul은 결국 우리 투자자였기에 2017년과 2018년에 가끔 한 번씩 당근마켓 사무실에 내가 놀러 가서 대표님으로부터 여기 당근마켓이 지금 회사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아니 이런 스타트업이 존재한다고? 라는 생각을 했었다.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당근마켓에 합류하며 이 기업이 어떻게 일하고 있고, 성장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해보고 싶었다.   

당근마켓의 주 단위 성장 그래프 - 명절이 있는 주를 제외하곤 대부분 성장했다. 2019년 3월 기준 월간 사용자는 228만 명


- 오너십을 가지고 일하는 문화


오너처럼 일한다는 게 말은 참 멋진 말이다. 근데 어떻게 오너가 아닌데 팀원들이 오너처럼 일할 수 있을까? 그런데 당근마켓에선 많은 팀원들이 그렇게 일하고 있는 것 같다.

휴양지로 떠나는 좁은 비행기 좌석에서 옆 사람들이 모두 비행기 티비로 영화를 봐도 개발을 하고 있음
다낭의 아름다운 바다와, 수영장이 앞에 있어도
즐겁기에 일을 한다. 실력만큼이나 얼굴도 원빈처럼 생겼다.


어떻게 팀원들이 오너십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지 몇 가지 요소들을 생각해봤다. 
우선 당근마켓에는 일을 시키는 사람, 지시하는 사람이 없고 모든 팀원들이 고객의 입장에서 더 좋은 서비스, 가치 증대를 위해 자신이 할 일을 정의하고 움직인다. 다른 팀원들이 낸 좋은 아이디어에 합류해서 일하는 경우도 물론 많이 있다. 기간도 스스로 설정한다. 


남이 설정해놓은 업무과제를 수행하는 것보다 속도가 훨씬 빠르고 좋은 퀄리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주도적인 업무환경이기에 일을 하는 것이 즐거워진다.

이런 이유들로 당근마켓은 현재까지 놀라운 퍼포먼스를 내왔다고 생각한다. 당근마켓에는 야근이 없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위와 같은 이유로 빠른 업무 진행, 가파른 서비스 성장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부분이 있다고 다른 조직에서 표면적인 것만을 따라 했다가 큰 혼란이 올 가능성이 크다. 이런 주도적인 업무방식에는 크게 아래 조건들이 필요한 것 같다. 오늘 글에서는 아래 1번만 이야기를 하고, 기회가 있을 때 다음 글에서 2번과 3번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주도적인 업무방식에 필요한 조건들

1) 뛰어난 팀원과 신뢰 
2) 비전의 공유 & 모든 정보의 공개 
3) 고객중심의 사고방식


1) 뛰어난 팀원과 신뢰

당근마켓은 실력이 정말 훌륭한 사람들로 이뤄져 있다. 실력뿐만 아니라 인성과 인품도 훌륭하다. 아직까지도 20명이 조금 넘는 소수의 팀으로 구성되어있다. 멤버들은 그냥 꽤 괜찮다가 아니라 정말로 훌륭하다. 
그냥 훌륭하다고만 말하면 와 닿지 않기에 예를 들기 위하여 당근마켓 개발 멤버 입사 순서대로 5명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를 써보았다. 여러 명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로 표현하자면 아래와 같다. 영어 이름 첫 글자만 표시했다. 

팀 멤버
E* : 개발을 진짜 진짜 잘하는데 지금은 머신러닝 개발도 잘한다. 
P***: 개발이 본업이지만 사업적 감각이 뛰어나다. 당근마켓뿐만 아니라 연속으로 사업을 성공시켰다.
P*****: 개발 능력뿐만 아니라 고객을 생각하는 능력, 브랜딩 하는 능력 또한 뛰어나다. 고객과 서비스에 대한 집념은 대표를 넘어선다고 한다.
K** : 서비스 감각이 뛰어나고 이를 개발로 잘 연결한다. 여러 프로젝트에서 중요 역할을 맡고 있다.
S****: 자신이 개발한 부분이 아닌데도 문제가 나면 바로 알아낼 정도로 잘한다. 이뿐만 아니라 신기술에도 능하다. 
W****: 말도 안 되게 다양한 범위의 개발을 하고 있고 빠르게 잘한다. 할아버지 될 때까지 개발하고 싶다고 말하는 걸 보면 정말 개발을 사랑하는 것 같다. 
추가적으로 위 멤버 전원 모두가 초기 카카오, 다음, 네이버 등에서 일한 경력이 있고 거기서도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고 한다. 

물론 위에 말한 초기 개발자분들뿐만 아니라 당근마켓의 모든 개발자, 마케터, 기획자, 디자이너의 실력과 인성이 훌륭하다.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모여있나 할 정도로 다들 훌륭하기에 서로에게 배울 점이 많다. 요즘 이 멤버들에게 정말 많이 배우고 있다. 
이런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서로를 믿고, 업무를 정할 때나 기간을 설정할 때나 위에서 상명하달로 설정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설정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

사내 메신저툴인 Slack에 Paul이 작성한 내용. 당근마켓이 지향하는 것을 어느정도 담고있는 내용이라 생각한다.

사실 당근마켓에 오기 전에 걱정을 조금 했었다. 이전 회사에서 대표로 일하다가 새롭게 피고용자로서 일을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물론 아직 당근마켓에 합류한 지 시간이 오래 지나지 않았지만 현재 당근마켓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일을 하고 있다. 나 자신이나 회사가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고 나보다 훌륭한 팀원들과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어서 더욱 그런 것 같다.

친한 친구가 요즘 날보며 해준 이야기

이런 환경과 성장 속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지 못한 것 같아서 이전 회사 팀원분들에게 미안하고 투자자분들에게도 죄송스러운 마음이 많이 든다. 이 글을 보는 많은 일반 기업 및 스타트업 임직원분들은 내가 몰랐던 이런 내용들을 미리 알고 행복한 기업, 멋진 성장들을 많이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다음글에서는 당근마켓이 더 행복하게 일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었던 다른 이유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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