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20 매일매일 부지런히 프로젝트 - 글쓰기 PART1
갑작스럽게 걸려온 전화는 언제나 나를 고민스럽게 만든다. 받을까 말까? 잠깐의 머뭇거림이 있고, 결국 궁금함이 이겨버렸다.
“여보세요?”
“질 지내나? 나 희수다.”
전화가 온 친구의 이름은 희수. 고등학교 친구의 연락이었다. 희수의 목소리에는 쓸쓸함이 묻어 있었다. 불길한 기운은 나름의 말투가 있다. 희수의 말에도 그 불길한 기운의 말투가 묻어 있었다. 이런저런 살아온 이야기를 하지만 뭔가 핵심 주제에 접근하지 못하고 빙빙 돌아가는 마치 음식 주변에 돌아다니는 날파리와 같은 느낌.
그래서 그런 말투를 가진 사람과의 대화에서는 안부를 물어도. 우스개 소리를 해도 뭔가 겉돈다. 겉돈다는 느낌 말고는 없다. 자세히 생각해보면 말에 영혼이 없기 때문이다. 생기가 가득 담고 있는 영혼이 불길한 기운의 말투에서는 사라져 버린다. 남는 것은 빈 껍데기일 뿐. 그래서 언제나 그런 말투를 사용하는 사람을 만나면, 알게 모르게 확인하고 싶어 진다.
진짜, 네가 전화한 이유가 뭐냐고. 도대체 예의라는 이름으로 말을 빙빙 돌리지 말고 바로 말해달라고. 그 시간이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이 들고, 의문점만 계속 머리에 떠오를 때, 그 친구는 본론을 꺼낸다. 지금 자신이 무척 어렵다고, 혹시 도움을 줄 수 있느냐고.
이미 알고 있었지만, 역시나 빗나가지 않는 결말이다. 결말을 알고 있는 신작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차라리 처음부터 본론을 말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러면 확률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 뒤에 나눌 이야기들이 불안하지 않고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오늘도 345번째의 부탁 전화를 거절했다. tv에서는 역대급 로또 당첨자의 이름이 나오고 내 모습이 비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