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여행의 시작
여행을 하면서 한 도시에 머물며 마치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인 양 여유 있는 하루하루를 보낸다는 것. 쉬운 것 같지만 막상 여행을 떠나면 이것저것 보고 싶은 욕심이 앞서게 된다. 그러나 몇 번의 여행 경험과 나이 들고 있는 나의 몸뚱이는 여행 기간 내 이동 경로를 줄어들게 만들고 있다.
10일 동안의 아일랜드 여행을 준비할 때도 런던도 한 번 다녀와야 하나 엄청 고민했으나 결국 아일랜드에만 머물기로 결정, 숙소도 (함께 여행을 떠난) 동생의 친구가 아일랜드에 살고 있어서 그 집에 신세를 지며 현지의 느낌을 좀 느껴보고자 했다.
동생의 친구 윤아는 아일랜드에서 인턴쉽을 하던 중 아일랜드 남자인 데이빗을 만나서 결혼하고 아일랜드에 터전을 차렸다. 나와 동생은 더블린 공항에 마중 나온 데이빗의 차를 타고 클론타프(Clontarf)라는 작은 도시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내다보는 아일랜드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느낌이랄까. 여행을 떠나온 기분 탓인지 왠지 거리를 걷고 있는 사람들도 여유로워 보였지만, 처음 만난 데이빗은 영어를 못하는 우리를 신기해했고 그저 짧은 대화만 오가며 빨리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사실 그 날은 데이빗의 생일이었고 윤아는 서프라이즈 파티를 위해 데이빗 혼자만 우리에게 마중을 보냈던 것. 집 문을 열고 들어가니 윤아와 데이빗의 부모님, 남동생, 사촌 동생 이렇게 모여서 손수 만든 음식으로 소박하게 생일 상을 차려서 기다리고 있었다. 'Happy birthday!!' 화려한 선물 보다 모두 모여 축하 인사를 건네는 모습에 소박함이 느껴졌다. 처음 보는 며느리의 외국 친구들에게 아일랜드 가정식 음식을 건네며 여행 계획을 묻는 시부모님도 너무 친절하고, 말은 잘 안 통해도 아일랜드 사람들과 함께 멋쩍게 웃으면서 식사를 한다는 것. 가족, 소박함, 행복. 아일랜드에 대한 좋은 첫인상을 심어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다.
Happy Birthday !!
한적함과 여유가 느껴지는 살아보고 싶은 동네
우리가 도착하고 나서 마침 윤아와 데이빗이 프라하로 결혼 기념 여행을 떠난 덕분에, 여기저기 이동할 때 마치 우리 집처럼 들락날락했던 동네. 집을 나서면 바로 보이는 바다와 산책로, 연둣빛 공원, 비릿한 바다 냄새.
이런 곳에 살아도 좋겠다 생각이 들었던 여행지 중 하나로 기억에 남는다.